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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빛으로 상처 치료하는 광화학 치료법 개발

2023년 03월 23일 17시 01분
■ 한세광 /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앵커]
영화 '아바타'를 보면 빛을 쪼여 상처를 치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빛으로 피부 상처를 치료하고 접합하는 광화학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빛으로 상처치료가 어떤 원리로 가능한지 광화학 치료법의 방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빛으로 상처를 치료한다니 정말 마법 같은 일인데, 이게 어떤 기술인지 간단히 소개부터 해주실까요.

[인터뷰]
영화 ‘아바타’에서는 상처가 난 나비족을 영혼의 나무가 빛을 전달해 치료하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는데 이처럼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일상에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광선을 이용해 백반증을 치료했다고 전해지고 있고, 1903년에는 빛으로 결핵성 피부병을 치료한 연구결과로 노벨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빛 치료(Light Therapy)가 피부병, 안과 질환, 암 치료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저희가 이번에 광화학 조직 결합(Photochemical Tissue Bonding, PTB)을 통해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기존의 암이나 피부질환에 나아가서 이제 접합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씀하시는 건데요. 이 광화학 조직 결합의 원리와 과정을 좀 쉽게 설명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상처가 생기면 피부 내 콜라겐 조직이 끊어지게 됩니다. 본 연구에서는 피부 투과도가 우수한 생체고분자 히알루론산을 감광제와 화학적으로 접합한 다음 잔광발광입자와 함께 상처 부위에 바른 후 빛을 비춰 피부조직의 콜라겐 층을 결합시킴으로써 광화학 조직 결합에 의해 피부가 접합되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피부에 그린 레이저를 비추면 빛이 대부분 반사되고 피부에 투과되지 않고 반사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당연히 레이저를 끄게 되면 빛 전달이 안 되고요. 하지만 잔광발광입자에 레이저를 비추면 빛 에너지가 트랩에 저장되어 빛이 오랫동안 천천히 계속해서 방출되게 됩니다. 이때, 잔광발광입자가 방출하는 녹색 발광과 잔광에 의해 상처 부위에 전달된 감광제가 활성화되어 절개된 피부가 효과적으로 접합되게 됩니다.

[앵커]
이 레이저와 감광제라는 게 핵심인 거 같은데, 감광제가 정확히 어떤 건가요?

[인터뷰]
감광제는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어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자유 라디칼을 형성하는 물질입니다. 예를 들어 말씀드리자면 감광제 가운데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로즈벵갈 (Rose Bengal, RB)이라는 염료인데요. 이 로즈벵갈은 녹색광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유 라디칼을 생성합니다.

여기서 자유라디칼이란 걸 보다 더 쉽게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플라스틱은 탄소원자들이 외곽전자를 서로 공유하는 공유결합에 의해 안정적으로 유지가 됩니다. 이에 비해서 감광제는 빛을 받으면 활성화되어 자유라디칼이 생성되게 되는데 이때 반응성이 높은 자유 라디칼에 의해서 피부 속에 있는 콜라겐을 결합시키게 됩니다.

[앵커]
감광제와 더불어 또 어려운 용어가 있었는데요. 잔광발광입자를 사용하셨다고 하셨는데, '잔광발광입자'라는 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왜 사용하는 건가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감광제로 피부접합을 하게 되면 절개 부위가 닫히면서 조직 침투 깊이에 따라 녹색광의 세기가 감쇠 되기 때문에 광 투과 효율이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한번 빛을 받으면 오랫동안 잔광이 유지되는 잔광 발광 입자를 개발하여 심부 조직에서 로즈벵갈을 효과적으로 활성화하여 광화학 조직 결합에 의한 콜라겐 접합을 유도하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상처를 덮어서도 그 안에서도 계속해서 빛을 낼 수 있는 물질이다라고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만 크고 깊은 상처에는 아무래도 직접 꿰매는, 물리적인 봉합보다는 좀 약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가요?

[인터뷰]
일반적으로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면 상처가 치유되는 데에 1~2주간의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외과수술에 사용되는 봉합사 시술 및 스테이플링을 이용하여 상처 부위를 고정하는 방법과 비교하자면 빛을 쪼여 피부 깊은 조직에서 콜라겐 분자의 접합을 유도함으로써 피부접합이 수 시간 내에 빠르게 진행되어 흉터가 적고 효과적으로 상처 부위가 접합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면에 보시는 바와 같이 크고 깊은 상처 치료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앵커]
이렇게 상처 봉합이 가능하다면 의료수술을 할 때도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인터뷰]
네,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킹스맨”과 같은 공상과학 (SF) 영화에서 주인공이 칩을 이식한 다음 피부 절개 부위에 빛을 조사하여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장면이 지금은 영화 속 장면이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지금 당장 개복 수술을 받은 환자를 의료용 실로 꿰매지 않고 빛으로 완전히 봉합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만, 콜라겐 결합 속도를 획기적으로 촉진시키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완전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작고 가벼운 상처는 지금도 바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예시로 장면까지 보여주시니까 이해가 바로 되는데요. 얼른 상용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정말 상용화가 되기까지 앞으로 남아있는 과제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잔광발광입자를 다양한 의료 분야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통한 체계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후속 연구를 바탕으로 잔광발광나노입자를 이용한 광의약 임상 및 상용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앵커]
그 밖에도 빛을 이용한 의료기술의 전망,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여러 가지 질병을 빛으로 치료하는 기술을 광의약(photomedicine)이라고 하는데 피부 개선, 안과 수술, 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TV에 LED 마스크를 착용한 후 얼굴에 빛을 쬐어서 피부를 개선하고 발모를 유도하는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고 피부과에서 여드름이나 피부 흉터를 레이저로 치료하는 기술들이 임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시력교정을 위한 라식 및 라섹 수술과 같이 안과 영역에서도 빛을 이용한 의료기술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고 암 조직을 광동역학적 혹은 광열 치료하는 기술들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빛을 이용한 의료기술들이 미래 의학을 선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을 나눠보니까 개발하신 광화학 치료법과 광의학도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비추는 의학계의 새 빛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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