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사이언스 취재파일] 42년 만에 공개된 신형 우주복…달에서 쪼그려 앉을 수 있다!

2023년 03월 20일 16시 52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기자]
이제 완연한 봄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춥고 낮에는 워낙 따뜻해지기 때문에 사실 옷을 어떻게 입어야 될지 약간 고민이 되기도 하고 계절이 바뀌었으니깐 화사한 옷이나 새로운 옷을 또 입고 싶기도 하잖아요. 이럴 때 마다 옷장 문을 열면 '입을 옷이 없다, 작년에는 뭘 입었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건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 환경 그리고 맡은 임무에 따라 입어야 할 우주복도 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까 입을 우주복이 없다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데요. 그래서 미 항공우주국 NASA가 42년 만에 새로운 우주복을 공개했습니다.

[앵커]
42년 만에 개발했다고 하니깐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러니깐 이 우주복이 20205년에 '아르테미스3'때 사람이 달에 가려고 만든 거잖아요.

[기자]
우선 가벼워졌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우주복 무게는 약 55kg인데, 아폴로 임무에 쓰던 기존 우주복보다 25kg 가볍습니다.

가볍긴 해도 성능은 더 좋아졌는데요. 특히, 보온 능력이 극대화됐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번 달 음영지역은 그러니깐 햇빛이 가지 않는 지역은 영하 210도까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굉장히 추운 지역인데요, 이전까지는 사실 그런 음영지역에 갈 필요가 없었으니깐 보온 능력의 대한 극대화가 필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극지에도 연구를 해야하기 때문에 달 극지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단열재가 보강됐다고 하고요.

우주인의 또 다른 눈이 되어주는 헬멧 성능도 진화했는데요. 우주복 헬멧 자체가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크고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모습으로 디자인됐고요. HD카메라와 조명을 달아 우주유영이나 달 음영지역같은 어두운 곳을 탐험 할 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능을 넓혔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깐 무게도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성능도 더 좋아진 건데요. 그런데 저희가 앞서 오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쪼그려 앉기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 전에는 우주복을 입고 쪼그려 앉기가 불가능 했던 걸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과거 아폴로의 달 탐사 영상을 보면 다들 서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걷는 장면이 마치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는 모습처럼 보이고, 허리를 굽히는 장면도 거의 볼 수 없는데, 이건 기존 우주복은 관절 부위가 잘 구부러지지 않게 만들어져 움직임이 둔하고 어색했던 겁니다.

우주유영을 하는 우주인의 모습을 봐도 마찬가지죠. 지금의 우주복은 굉장히 두꺼워 생각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운데요. 우주인들은 실제로 우주 유영을 하기 위해 지상에서 수개월 동안 우주복을 입고 물속에서 움직임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가 단순히 달 탐사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달 기지 건설이잖아요. 그래서 신형 우주복은 단순한 달 탐사는 물론 달 기지 건설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쪼그려 앉기, 웅크리기 등 다양한 동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절 움직임을 설계에 반영했다고 합니다.

[앵커]
사실 기존의 우주복을 입고 다니는 우주인들을 보면 무릎을 펴고 다니는 듯한 그런 느낌 이였잖아요. 조금 전 화면에서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구부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저는 새 우주복에서 인상적이었던 게 바로 여자도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의아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동안 여자 우주비행사가 있었을 텐데 남성용밖에 없었나 보죠?

[기자]
그런 건 아닙니다. 여성용 우주복이 있긴 한데 개수가 적습니다. 처음 우주복이 개발됐을 때부터 남성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남성용 우주복은 사이즈가 좀 더 다양하고 개수도 훨씬 더 많아요.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지금까지 우주에 다녀온 600명의 우주인 중 여성은 75명에 불과하거든요. 그만큼 남성 우주인에게 맞춰서 있던 거죠. 실제로 2019년 3월 최초로 전원 여성 우주비행을 준비하던 중 우주인 한 명이 맞는 우주복이 없어 교체된 사례가 있었거든요.

사실 우주복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정장으로 불릴 정도인데요. 선외 우주복, 그러니까 우주유영이 가능한 우주복은 하나에 100억 원이 넘는다고 해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키가 커지고 체형 변화가 생기는데요. 우주복은 이를 가늠해서 만들어야 하니 맞춤 제작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성 우주복에는 무중력 상태에 흉부 통증을 줄여주는 특수 브래지어도 필요하거든요. 맞는 우주복이 없는 상태에서 기한 내에 여성용 새 우주복 제작이 어려워지자, 우주복을 교환하는 것보다 우주인을 교체하는 게 더 쉬웠던 겁니다.

[앵커]
한번에 100억 원이라고 하니깐 세상에서 제일 비싼 정장이라고 할만합니다. 그럼 이번에 개발된 신형 우주복은 입는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건가요?

[기자]
완전 맞춤형은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의 90%, 그러니까 극소수의 특수 체형이 아니고서는 거의 다 입을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요. 3D프린팅과 레이저 기술을 적용해 우주 공간에서의 체형 변화를 더 정교하게 반영해 제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또 이러한 기술 덕분에 제작 비용은 물론 제작 기간까지 줄였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기성복을 살 때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 그러니까 대 중 소 중에서 골라서 옷을 고르잖아요. 이번에 개발된 신형 우주복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신형 우주복이 계속 나왔지만 색에도 굉장히 눈길이 갔는데요. 흔히 우주인하면 떠올리는 흰색이 아니라 검은색이더라고요?

[기자]
검은색 우주복이 공개된 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디자인을 가려둔 거라고 합니다. 시제품의 색은 우주복 개발사인 액시엄 스페이스의 브랜드 색상으로 제작된 건데, 실제 우주 임무에 쓰일 우주복은 흰색이 될 예정입니다. 대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태양을 직사광선을 맞을 수도 있는데, 이때는 1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빛 반사율이 가장 높은 흰색으로 우주복을 제작해야 하고, 실제 우주복도 흰색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앵커]
저는 사실 검은색 우주복이라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흰색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떠올려보면 주황색 우주복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주황색 우주복도 우주복인데 우주복은 크게 세종류로 나뉘는데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인이 입는 선내생활복, 대기권 진입 시 입는 여압복 그리고 우주에서 활동하는 선외 활동복입니다.

우선 선내생활복은 점프슈트와 비슷한 형태인데요. 이 옷은 특별한 기능은 없고 일반적인 티셔츠, 바지입니다. 다만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해 먼지나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 재질로 만들고요.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주머니가 많다는 점인데요. 무중력 상태에서는 물건 보관이 어렵다 보니 선내생활복에 주머니, 그리고 일명 찍찍이가 여러 개 달려있습니다.

주황색 우주복을 떠올리셨죠. 주황색 우주복은 여압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 입는 우주복인데, 지구로 돌아올 때 기압 하강에 잘 버틸 수 있고, 지구 착륙 이후 익사를 방지하기 위해 옷이 보트처럼 부풀어지는 기능도 갖췄습니다. 여압복이 주황색인 이유는 지구 대부분이 푸른색이라 보색인 주황색이 눈에 잘 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우주복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외 활동복이죠. 다른 우주복과 달리 우주복 자체가 내부 압력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없애주며, 우주먼지를 막는 등의 인체 보호 기능들이 많이 포함 된 가장 비싼 우주복입니다.

[앵커]
앞서 이번에 공개한 신형 우주복이 42년 만에 새로 나온 거라고 했는데, 우주 탐사 기술은 빠르게 발전 하고 있었는데 신형 우주복이 나오는 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죠?

[기자]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용 중인 선외 활동복은 1981년에 만든 건데요. 처음 설계 수명은 15년으로, 18벌을 제작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게 11벌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우주복이다 보니 냉각수 누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고, 앞서 설명했던 여성 우주인이 입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그래서 차세대 우주복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NASA 역시 지난 2008년부터 4억 달러 이상을 들여 자체적으로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해왔고요. 실제로 2019년 10월에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사용할 차세대 우주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외형상으로는 기존 우주복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활동성이 강화되고, 휴대용 생명보조장치를 새로 장착했는데요. 2021년 NASA 내부 감사에 따르면, 차세대 우주복 자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밝혀졌는데요. 자금 부족과 코로나 19 등의 이유로 2025년 4월 전까지 실제 NASA가 계획했던 차세대 우주복이 아예 개발이 완료되지 않는 거죠.

그러면 입고 갈 우주복이 없는 상태에서 다들 가야 되는 거잖아요. 결국 NASA는 자체 개발을 포기 했고 차세대 우주복 개발을 할 민간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고, 지난해 6월, 액시엄 스페이스와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두 업체의 시안을 검토한 끝에 액시엄 스페이스를 달 표면에서의 우주복 최종 제작 업체로 선정해 이번에 차세대 우주복이 공개된 겁니다.

엠시엄은 스페이스X의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소유권은 기업이 갖고, 나사가 빌려 쓰는 뉴스페이스 방식으로 우주복을 공급하게 됩니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우주복은 달 표면에 내려가서 달에서 활동할 때 입는 우주복이거든요. NASA는 우주유영 시 입을 새 선외 활동복도 만들 계획인데요. 이건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에게 맡겼는데, 이들이 개발할 선외활동 우주복의 새 이름은 애스트로입니다. 방탄복보다 더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합성섬유를 소재로 사용할 계획이라 아주 큰 선외 우주복을 입고도 팔굽혀펴기가 가능할 정도로 유연할 수 있다고 업체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주복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는지 몰랐는데요. 앞으로는 우주선뿐 아니라 우주복도 유심히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사이언스 취재파일' 양훼영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