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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69시간' 추진에 뒤숭숭..."장시간·불규칙 노동 위험"

2023년 03월 13일 12시 23분
[앵커]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선 결국 근로 시간 총량이 늘어나게 될 거란 우려가 큽니다.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또 몰아서 쉬는 불규칙한 근무는 노동자 건강엔 악영향을 미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박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IT 업계에서 10년째 개발자로 일하는 A 씨.

2018년 이전엔 신작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곤 밥 먹듯 야근과 특근을 반복했다고 회상합니다.

[A 씨 / 프로그램 개발자 : 한숨도 안 잔 거로 치면, 40시간 일해서 저도 스스로 신기했던 거고. 라꾸라꾸 침대 깔고. 일하고, 졸려, 더 못하겠어 하면 6시간 자고….]

그러다 주 52시간제라는 일종의 '방파제'가 생기면서 조금이나마 회사 밖 일상을 갖게 됐는데,

한 주 최대 근무 시간이 곧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소식에 근심이 커졌습니다.

[A 씨 / 프로그램 개발자 : 조삼모사 같은 거잖아요. 현실은 그냥 '조사 모사'가 될 거 아니에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스케줄은 어디 도망가지 않아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 단위로 돼 있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최대 연까지 넓히는 게 핵심으로,

이렇게 되면,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한 달인 사업장에서 월초에 연장근무 52시간을 다 썼다면, 월말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처리해야 일이 쌓여 있는데 연장근로를 다 썼다고 마음 놓고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근로시간 총량만 늘어날 거라고 우려합니다.

일을 몰아서 하는 체계만 확립되고, 정작 쉬는 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거란 지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의 건강이 지켜지겠느냐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립니다.

정부는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거나, 4주 평균 근로시간이 64시간이 넘지 않도록 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

하지만 연장 근로를 연 단위로 관리할 경우 회사는 노동자에게 매주 64시간 근무를 넉 달 연속 시킬 수 있는데,

현행법도 석 달 동안 한 주 평균 60시간, 또는 발병 직전 한 달간 주 평균 64시간 일하다 숨지면 과로사로 인정하는 것에 비춰보면, 그만큼 치명적 강도의 노동이 가능해진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임상혁 / 녹색병원장 :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노동을 하면 자율신경계가 깨지게 됩니다. 그러면 뇌·심혈관 질환 당연히 증가하고, 인지 기능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도 증가하게 되죠.]

이미 한국은 OECD 연평균 근로시간보다 199시간 더 많이 일하는 과로 사회로 평가됩니다.

근로시간제를 개편할 때 더 세심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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