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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스푼] 사람 떠난 체르노빌에 남겨진 개들..."가족 이루며 3대가 살고 있었다"

2023년 03월 13일 12시 22분
[앵커]
1986년 역사상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는 현재 아무도 살지 않는데요.

사고 이후 이곳에 버려졌던 개들이 방사능 영향에도 지금까지 살아남아 개체 수를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방사능 사고가 포유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인류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 사고로 530경Bq(베크럴)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는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누출량의 10배 수준입니다.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은 집과 반려동물을 남겨두고 대피해 버려진 땅이 됐습니다.

그런데 40년 가까이 체르노빌 원전 지역에서 살아남은 개들이 다른 개들과 유전적으로 구별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17년부터 체르노빌 원전 주변 출입금지구역을 3년간 돌아다니며 떠돌이 개 302마리의 혈액을 채취했습니다.

그 결과 체르노빌 원전 가까이에 사는 개들은 15km 떨어진 체르노빌 시, 45km 떨어진 슬라부티치 시에 사는 개들과 유전적 상관성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방사선 피폭 정도에 따라 유전적 특징이 달라 어느 지역에 사는 개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겁니다.

[티머시 무소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 체르노빌의 개들과 다른 마을의 개들 그리고 다른 품종의 개들은 우리에게 동물의 역사, 조상이 무엇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많은 힘을 줍니다.]

특히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서 사는 개 중에는 15개의 가족이 확인됐는데, 이 중에는 조부모와 부모, 자식으로 이어지는 3세대 혈연관계까지 파악됐습니다.

또, 일부 가족은 활동 지역이 넓게 퍼져 있었는데, 이는 개들이 출입금지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번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일레인 오스트랜더 / 국립인간게놈연구소 박사 : 우리는 이번에 척박한 환경에서 15개의 일족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연구진은 체르노빌 원전 주변과 좀 떨어진 체르노빌 시에 사는 개 가운데 셰퍼드 품종을 선택해, 순수 혈통의 일반 셰퍼드와의 DNA 차이점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YTN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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