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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in Art]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를 만들었나?

2023년 03월 03일 17시 04분
■ 박수경 / 아트디렉터

[앵커]
단순히 벽에 붙여 놓은 바나나 하나가 12만 달러, 우리 돈 1억5천만 원에 팔린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바나나'이야기를 아십니까? 바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라는 이탈리아 출신 조각가이자 행위 예술가의 작품인데요. 위트와 역설적 유머가 넘치는 작품으로 종교와 정치, 사회, 미술계에 이르기까지 기존 권위에 대한 풍자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논란의 중심에서 있기도 합니다.

오늘 '사이언스 in art'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전시의 주인공이죠! '마우리치오 카텔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수경 아트디렉터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마우리치오 카텔란 하면 일단 바나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작가가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서 전시한 게 1억5천만 원에 팔렸다면서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동시대 논쟁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예술가죠, 풍자와 역설의 대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설치 작품’이 1억 5천만 원에 판매됐었는데요. 이 작품의 이름은 '코미디언'입니다.

2019년에 열린 ‘아트 바젤’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바나나가 실제로 1억 5천만 원에 판매된 건데요. 당시에 이 바나나를 한 행위 예술가가 그 자리에서 먹어버리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데이비드 다투나 라는 아티스트인데요. 이 일에 대해서 이 행위 예술가는 ‘배가 고파서 먹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은 작가에게 미안하지 않고, 헝그리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로 부르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방금 화면에서 바나나를 먹고 있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1억5천만 원짜리 바나나를 그냥 먹어버렸네요. 해프닝이 크게 됐을 텐데 이 일로 인해서 작품가가 높아진 걸까요?

[인터뷰]
그건 아닙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해프닝을 통해서 바나나 작품이 더욱 화제가 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행위 예술가에게 먹히기 전에 이미 판매가 완료된 상태였는데요. 그러니까 이런 화제성으로 인해서 1억5천만 원에 팔린 게 아니라, 바나나가 가만히 붙어있던 그 자체로도 이미 1억 5천만 원에 판매가 된 겁니다.

당시 이 작품을 설치한 페로탕 갤러리의 디렉터는 ‘이 일이 혹시 미리 계획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 해당 행위 예술가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요. 1억 5천만 원에 판매될만한 이유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이 작품이 진품임을 알리는 보증서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데요.

바나나가 누군가에게 먹혀서 눈앞에서 없어지더라도, '코미디언'이라는 작품 자체가 가진 ‘개념’ 자체를 보증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갤러리 측에서는 해당 바나나는 사라져서 없지만, 판매가 됐고 작품 보증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겁니다. 또 어차피 바나나라는 물질은 누군가 먹지 않아도 시들어서 사라지게 된다는 점도 감안했을 때 이 작품은 실물 바나나 자체가 크게 중요하진 않은 겁니다.

[앵커]
바나나뿐 아니라 행위예술 같이 실체가 사라져버리는 작품은 가치가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 궁금했었는데 보증서라는 게 있었군요. 그렇다면 모든 작품은 다 보증서가 있나요?

[인터뷰]
보통 갤러리나 옥션 등에서 작품을 구매할 때, 작품이 진품임을 보증하는 서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구매한 기관 측에서 보증해주는 서류인데요, 옥션의 경우에는 보증서가 없는 작품에 대해서는 사전에 미리 고지를 해둡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보증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또, 감정서와 보증서는 차이가 있는데 보증서의 경우, 해당 작품을 판매한 갤러리나 옥션 등에서 이 작품의 진품임을 ‘보증한다’라는 서류라면 감정서는 전문적인 감정 기관, 그러니까 한국감정협회 등을 통해 실제 ‘감정’을 진행한 겁니다.

[앵커]
진품을 보증하는 서류가 있다니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이제 마우리치오 카텔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인터뷰]
마우리치오 카텔란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만 이 작가의 작품을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작가이기도 하죠. 작품 자체로 보는 이에게 큰 충격을 안기는 동시에 익살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입니다.

주로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하는데요, 1960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태어나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80년대 초에 목가구를 디자인하면서 경력을 쌓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술계에서 이슈를 몰고 다니면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르는데요. 장르를 넘나드는 전위적인 작업과 특유의 유머감각이 특징입니다.

카텔란은 작품 속에 강한 풍자와 역설을 담으면서 ‘마르셀 뒤샹 이후 가장 똑똑한 아티스트’로 현대 미술계에서 높은 인기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데요. 예를 들면 운석에 맞아 쓰러져 있는 교황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하거나 벽에 박혀있는듯한 경주마 작품 등 시각적으로도, 또 관념적으로도 충격을 주는 작업을 주로 합니다.

그렇다 보니 카텔란의 작업에는 늘 여러 논쟁이 따라오기도 하는데요. 그게 바로 카텔란의 작업 의도이기도 합니다. 카텔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관람객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하고, 담론의 장을 만드는 겁니다. 때문에 미술계와 대중들은 이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업과 전시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화면을 통해서 몇 가지 작품만 봤는데도 아주 특이한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표작은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네, '아홉 번째 시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앞서 잠깐 설명 드린 작품인데요, 바로 교황이 거대한 운석에 맞아 쓰러져 있는 것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교황은 손에 십자가 형태의 지팡이를 가까스로 쥐고 버티고 있는 듯한 모습인데요. 레드 카펫 위에서 눈을 질끈 감고 있는 모습이 겁에 질려 있는 듯한 이 작품은 1999년에 만들어진 작품이고요. 특히 이 교황은 실제 인물인 ‘요한 바오로 2세’를 본 따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무래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 작품이죠. 종교인들과 더불어서 일부 대중들 또한 신성 모독에 대해 이 작품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출생 국가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뿌리 깊은 종교인 로마 가톨릭교에 대해 풍자하고자 했습니다.

[앵커]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걸 굉장히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또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는 남학생처럼 보이기도 한데요. '그'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 남학생이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인데요. 역사상 최악의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히틀러가 하늘을 보고 손을 모은 채로 마치 참회하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았던 일이죠. 히틀러는 살아생전에 용서를 구하지 않았는데요.

카텔란은 그런 히틀러가 용서를 구하는 듯한 이 비현실적인 작품을 통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과거의 실수를 잊거나 반복되지 않도록 상기시키고 담론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또, 히틀러 역시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했던 사람이죠. 카텔란은 이처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비틀어서 눈앞에 굉장히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걸 표출하는 작가입니다.

[앵커]
교황부터 히틀러까지 실존 인물에 상상을 더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하는 작가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새해 첫 전시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011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의 회고전 이후로 최대 규모 전시라고 합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주요 장르인 조각과 설치뿐만 아니라 벽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38점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바나나를 설치한 작품 '코미디언'을 포함해서 오늘 소개한 모든 대표작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전시되는 '코미디언'은 다른 바나나로 다시 만들어 전시하는 거고요. 오늘 소개한 모든 대표작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최근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시가 아닐까 싶은데요. 사실과 같은 조형물들에서 오는 충격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전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꼭 한 번 방문해보셔서 관람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수경 디렉터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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