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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어디든지 달린다 '라이보 로봇'

2023년 03월 02일 17시 04분
■ 황보제민 /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앵커]
갯벌이나 모래사장, 얕은 물을 가리지 않고 지형에 상관없이 달리는 로봇이 있다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할 텐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런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이른바 '라이보 로봇'이라 이름 붙여진 이 로봇에는 어떤 기술이 적용됐고, 기존의 사족 로봇과는 어떻게 다른지 개발자를 모시고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라이보로봇' 이름이 참 귀엽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청자 여러분께 먼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라이보는 중형견 크기의 사족 로봇입니다.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여 관절마다 달린 12개의 모터를 구동하고 보행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2020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였고 2021년 초에 첫걸음을 땔 수 있었습니다. 라이보의 특징은 대부분의 보행 로봇보다 빠르면서 에너지 효율도 좋다는 것인데요, 아직은 연구용 로봇이지만 조금 더 발전시키면 상용화도 가능한 로봇입니다. 라이보라는 이름은 로봇- 인공지능 연구실이라는 저희 연구실의 영문 약자를 붙여서 만든 이름입니다.

[앵커]
지금 나갔던 영상을 봐도 매트리스 위를 걷고 있는 거 같았는데요. 이게 지반 특성에 맞게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면, 갯벌이나 모래, 얕은 물에서도 달리는 것이 가능한가요?

[인터뷰]
저희는 모래나 얕은 물처럼 지반이 안정적이지 않은 지형에서 달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이런 지형에서 걷는 제어기술은 존재했었습니다. 천천히 걷는다면 지반이 무너지지 않고 평평한 땅을 걷는 것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달린다면 지반을 발로 강하게 내려쳐야 하고 지반이 심하게 변형이 되어 제어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저희는 연구실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이런 지형을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인공신경망이 로봇을 제어하고 모래사장같이 기존에 보행로봇이 달리기 힘든 지형에서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갯벌의 경우 종류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갯벌의 접착력이 심하면 다리를 들 수 없어 어떤 보행로봇도 건널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 발을 지형에 맞게 특수하게 제작한다면 더 다양한 지형이 극복 가능하겠지만 저희는 범용적인 로봇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장 평범한 발을 사용합니다.

[앵커]
지금 영상으로도 봤지만, 모래사장인데도 아주 잘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로봇이 지반의 특성을 스스로 알아차려 거기에 맞는 보행 방식을 적용한다는 게 핵심인데, 어떤 원리로 이게 가능한 겁니까?

[인터뷰]
사람도 걸으면서 그 지형의 특성에 맞게 보행 패턴을 변화시킵니다. 걸으면서 땅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발을 얼마나 미끄러지는지를 느끼고 이를 이용하여 보행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사람은 얼음 위에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걷기도 하고 모래사장에서는 발을 높이 들며 달립니다.

저희가 개발한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의 조인트마다 있는 센서를 활용하여 지반의 특징을 읽는 인공신경망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지반의 특징을 내포하는 변수들은 다시 로봇을 움직이는 다른 인공신경망에 들어가 지반에 특화된 보행 패턴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런 지형 분석 인공신경망은 실시간으로 로봇에서 계산되어 지형이 바뀌는 경우에도 몇 발자국 후 바로 적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로봇 다리에 관절이 달려있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설계한 로봇인가요?

[인터뷰]
로봇 형태는 오랜 기간 제작하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찾은 것입니다. 동물의 형상에 영감을 얻어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실이나 회사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실은 무게와 복잡도를 최대한 낮추는 걸 목표로 로봇을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설계가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면 동역학 엔진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분석하게 됩니다. 상용화를 염려해 두고 로봇을 설계하기 때문에 성능, 가격, 안전 등 실질적인 영역만 고려하여 설계합니다.

[앵커]
상용화를 목표로 가장 효율적인 구조까지 생각을 해내셨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잘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라이보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혹시 장애물을 피해 간다든지 뛰어넘는다든지 이런 것도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로봇 위에는 자율주행에도 많이 쓰이는 라이다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서 먼 장애물들을 확인합니다. 지도를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판단을 도와주는 센서입니다. 로봇 머리 쪽에 두 개의 카메라 기반 센서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지형 형태를 읽습니다. 땅 어디를 밟아야 안전한지 판단을 도와주는 센서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장애물이 많은 복잡한 지형에서 이런 센서들을 통해 인지를 하고 효율적인 로봇 경로를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디든 잘 달리고 똑똑하기까지 한 로봇이라는 거 같은데요. 지금은 일단 달리는 기능만 하는데 앞으로 이 로봇에 다른 기능을 추가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인터뷰]
사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저희 생활에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로봇들도 달릴 순 있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달릴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군에서 활용되려면 포장되지 않은 야지나 산지에서 달릴 수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 계단을 뛰거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큰 노력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아직 보행 로봇에게는 힘든 임무들입니다. 실내나 포장된 도로를 뛴다고 해도 발전시킬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 효율입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보신 보행로봇들은 2시간 정도 걷는 것이 한계입니다. 2시간 걷고 2시간 충전해야 된다면 저희는 하나의 임무를 하더라도 여러 대의 로봇이 필요하겠죠. 여래 대의 로봇을 충전할 큰 공간도 필요하고요. 라이보는 50분에서 90분 정도 걸리는 충전 한 번으로 3시간 연속으로 달릴 수 있는데, 다음 버전은 5시간 연속 달릴 수 있게 설계 중입니다. 가벼운 기구부 설계, 효율적인 보행제어, 발열이 적은 전장부 설계 등으로 계속 보행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앵커]
한 번 충전에 다섯 시간 연속 활용할 수 있다면 쓰임새가 정말 무궁무진해질 거 같은데 앞으로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인터뷰]
처음에는 로봇이 카메라만 들고 왔다 갔다 하며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검사 로봇으로 쓰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람이 검사해야 하는 위험한 대형 공장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제철소, 전기 설비소, 화학 공장 등이 되겠습니다. 이런 검사 임무들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정해진 공장에서 정해진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고 검사 포인트에 멈춰 서면 되죠. 마찬가지로 보행기능만 갖춘다면 군대에서 보초, 수색, 경비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안정적인 보행 플랫폼이 개발된다면 이런 많은 임무가 가능해집니다.

보행 로봇이 팔을 달게 된다면 더 다양한 임무가 가능해집니다. 한가지 예로 환경미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환경미화원이 경쟁률이 높은 좋은 직장이긴 하지만 평균 연령대가 높아 곧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환경미화 일 중, 쓰레기를 줍거나 쓰레기봉투를 수거 하는 등의 작업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더 복잡한 일들은 10년 내에는 계속 사람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예로 붕괴나 산사태 등의 참사에서 수색을 하는 로봇이 있겠습니다. 보행로봇이 이런 환경에서도 잔해를 나르는 용도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작업들에서 배터리가 오래가고, 넘어지지 않으며 다양한 지형이 극복 가능한 로봇이 필요합니다. 아직 상용화된 보행로봇은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앵커]
그리고 라이보 로봇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AI 학습을 한다고 들었는데요, 이게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걸까요?

[인터뷰]
제가 박사학위를 할 때만 해도 보행로봇을 걷게 만드는 건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알고리즘이 워낙 복잡하고 정형화된 코드가 없어 새로운 보행 알고리즘을 만들 때마다 코드를 다시 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 환경을 만들면 로봇이 그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얻으며 스스로 제어방법을 터득합니다. 정말 놀라운 발전인데요, 기존에 수년 걸리던 개발 작업을 한두 달 만에 끝낼 수 있습니다.

또 학습된 제어기에 성능이 기존 제어기 성능에 비해 뛰어납니다. 물론 시뮬레이션을 정확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시뮬레이션에서 얻는 데이터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실제 환경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 기술입니다. 다양한 시스템의 역학을 정확히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코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래 위에서 달릴 수 있는 이유도 모래 역학을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처음에 20년 초에 연구를 시작하셔서 21년부터는 보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이 됐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굉장히 빨리 발전했구나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AI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라이보로봇이 상용화돼서 실제로 사용하기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기술적인 과제는 뭐가 있을까요?

[인터뷰]
현재 라이보는 3시간 정도 연속해서 달릴 수 있습니다. 현재 라이보2를 개발 중에 있는데요, 5시간 연속 달릴 수 있도록 설계 중입니다. 5시간 달릴 수 있다면 실사용에서는 8시간 정도 배터리가 지속될 것입니다. 전장부와 제어기술을 끌어올려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서 위험을 미리 분석하고 반응하는 지능이 중요한데요, 이 문제도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만들어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는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구호 현장에서 라이보 같은 로봇이 활약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요. 더 발전해서 인간을 돕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과학의 달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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