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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30년 뒤 핵융합으로 전기 만든다…K-태양 선두 달릴까

2023년 02월 27일 16시 07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나요?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탄소 배출도 없으면서 안전한 핵융합이 미래 꿈의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습니다.

각국이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연구하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뒤쯤 핵융합으로 전력을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핵융합 발전, 과연 언제부터 가능한지, 우리나라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핵융합, 핵이란 용어 때문에 언뜻 듣기엔 혼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핵융합과 핵분열과는 어떤 게 다른가요?

[기자]
핵융합과 핵분열은 모두 원자핵의 반응으로 에너지를 내는 방식입니다. 핵은 합쳐질 때나 쪼개질 때 모두 큰 에너지가 방출되는데요, 핵이 쪼개지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핵분열의 경우, 원자력으로 상용화돼서 우리 사회 에너지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핵이 합쳐지면서 에너지가 나오는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얻는 원리로 획기적인 방식으로 꼽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는 못했습니다. 태양은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원자핵을 합치는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데, 지상에서 이런 조건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것처럼 획기적인 방법이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과학자들이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자]
먼저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핵분열도 마찬가지지만, 핵융합 발전은 원료나 반응물에 탄소 화합물이 들어가지 않아서 온실가스 배출 우려가 없습니다. 핵융합의 원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인데, 이것들이 지구 상에 풍부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중수소는 바다에 많고, 삼중수소는 매우 적지만, 땅에 풍부한 리튬을 이용해 생산할 수 있습니다. 또 여기에다 핵융합은 핵분열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핵분열 발전은 원료인 우라늄을 쪼개서 에너지를 얻는데 이때 우라늄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물질이 여전히 불안전해서 반응 후에도 계속해서 분열하면서 방사선을 배출합니다. 이 같은 방사성 폐기물은 생태계에 안전한 수준까지 안정화되려면 수백 년에서 수만 년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반면 핵융합의 경우는 수소의 동위원소가 원료인데, 반응 후 나오는 물질이 고준위 방사성 물질보다 반감기가 짧은,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빨리 안정화 단계에 이르는 저·중준위 방사성 물질이라서 대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겁니다.

또 현재 재생에너지보다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 상용화 시 예상 에너지 가격을 전문가에게 들어보시겠습니다.

[유석재 /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 지금까지 계산한 걸로 볼 때는 재생에너지보다는 많이 싸고 거의 원자력 현재 고준위 방사 폐기물이라든가 여러 가지 그런 것을 제외한 원자력 에너지에서 나온 가격보다는 조금 비싼 아마 그런 정도의 수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 폭발 위험은 없나요?

[기자]
핵이라는 단어 때문에 핵융합을 언뜻 폭발로도 연관 짓기 쉽지만, 핵융합은 원자로 구조상 폭발이 어렵습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핵융합 장치들은 연료를 핵융합로가 아닌 별도 저장장치에서 주입하는 형태라서 연료가 끊기면 핵융합 반응이 식어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연료를 끊으면 된다는 게 기술자들의 설명입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깐 꿈의 에너지라고 불릴 만 한데요, 핵융합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건 언제쯤 가능할까요?

[기자]
세계 각국은 2040∼2050년대 핵융합 상용화를 목표로 경쟁적으로, 또 협동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7개 주요국이 참여하는 국제 인공태양 ITER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진공 용기나 열 차폐 장치,삼중수소 저장·공급 장치 등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한편 KSTAR에서 ITER에 도입될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로를 미리 시험해보고 있기도 합니다. 이 같은 각국의 핵융합 성과를 바탕으로 ITER는 2035년까지 완공될 예정인데요, 완공 후엔 핵융합이 과연 대량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과연 우리 사회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성과가 ITER 연구에 큰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지난주 최 기자가 직접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가서 핵융합 장치를 보고 왔는데요, 실제로 보니까 어떤 상태였나요?

[기자]
한국형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KSTAR에 가서 직접 핵융합 장지에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요,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현재 KSTAR 내벽을 뜯어내고 다른 소재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 중이라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내벽이 탄소 소재였거든요.

KSTAR는 2018년 최초로 플라스마 불꽃을 1억도까지 가열한 데 이어 2021년엔 1억℃를 30초까지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KSTAR를 지속해서 구동하려면 1억℃를 100초 이상 유지해야 한다면서, 기술 완성의 기준을 보수적으로 1억℃의 300초 유지로 보고 있는데요, 내벽을 기존 탄소보다 강력한 텅스텐으로 교체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내벽 교체를 통해 올해에는 1억℃를 50초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앞으로 차츰차츰 시간을 늘려 2026년엔 300초 운전에 도전한다는 겁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니 참 반가운 소식인데요, 많은 나라들이 이 기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해외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해외에서는 지난해 12월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켜서 투입 에너지의 1.5배 수준의 에너지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국제 인공태양인 ITER나 우리나라 인공태양 KSTAR처럼 자기장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레이저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핵융합이 정말 우리 사회 에너지원이 되려면 투입 에너지의 적어도 30∼40배 이상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처음으로 핵융합 상용화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제니퍼 그랜홈 / 미국 에너지부 장관 : 실험실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것은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적 업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자]
ITER나 KSTAR가 사용하는 자기장 방식이 세계적으로 상용화하기에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이런 레이저 방식은 에너지 지속 생산이 어렵다거나 레이저 비용이 비싸다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성공해서 핵융합 상용화의 길을 연다면, 그동안 핵융합 연구를 위해 다방면으로 장비를 개발해온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보다 실용화에 조금도 앞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도 핵융합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죠?

[기자]
네, 정부는 핵융합 실증로를 미리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습니다. 실증로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 만들어진 에너지로 전기 생산이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목적을 가진 핵융합 첫 번째 발전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실증로 설계를 미리 완료해 2035년 ITER가 에너지 생산에 성공하면 공사를 시작하고, 2040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입니다.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오태석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 남은 기간에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2050년에 핵융합 에너지를 활용해서 전력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정부가 이번에 구체화한 실증로 관련 내용은 실증로의 기준과 목표입니다. 먼저 실증로를 통해서 핵융합 전기 생산 실증뿐만 아니라 경제성에 대한 예측을 좀 해보겠다는 겁니다.

또 실증로를 통한 최대 전기출력이 500메가와트 이상이 돼야 하고, 원료인 삼중수소의 유효 자급률은 1 이상이어야 하고, 안전성을 검증하고,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 돼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됐습니다.

이 같은 실증로를 통해서 계획대로라면 ITER가 2035년쯤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즉시 핵융합 상용화 준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KSTAR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만큼 실증로 설계도 잘 돼서 핵융합 상용화의 선두를 달렸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최소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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