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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소리 다 듣겠네] 춥고, 멀고, 외로운 곳 '남극'…천문학자가 거기 왜?

2023년 02월 06일 16시 05분
[앵커]
사방 1,000km 내에 다른 사람들을 찾기 힘들다는 곳.

눈보라와 얼음, 펭귄만 보이는 춥고, 외롭고, 위험하기도 한 곳, 바로 남극대륙인데요.

이 오지 남극대륙에 극 지대를 연구하는 학자들 이외에, 하늘의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별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왜 이 남극을 찾는 걸까요?

오늘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 그 이유를 들어보시죠.!

■ 정종균 /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연구원

안녕하세요. 열다섯 번째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정종균입니다. 오늘은, 남극의 천문에 대한 별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 천문학자가 남극에 가는 이유는?!

[정종균 /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연구원]
네, 남극 내륙은 지구에서 그 어떤 지역보다도 가장 건조한 지역입니다. 사하라 사막보다도 더 건조해서 '하얀 사막'이라고도 부릅니다. 남극 내륙은 아주 차가운 공기가 꽉 누르고 있어 대기가 매우 안정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번개나 천둥 같은 기상현상은 남극에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극에는 그 어떤 문명 세계가 없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한 마디로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고 건조한 대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천문학자들이 남극에 가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Q.우리나라 남극 기지 총 몇 개이고 각 기지의 임무와 연구자들의 임무는?!

[정종균 /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연구원]
네, 우리나라 남극기지는 총 두 군데가 있습니다. 1988년 남극반도 근방의 킹 조지 섬에 세종과학기지가 처음 세워졌는데요, 현재도 세종과학기지는 우주과학 관측기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에 우리나라의 두 번째 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가 건설되었습니다. 극지연구소를 중심으로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등에서 두 기지의 우주, 기상/기후, 생물, 해양, 지질, 지구 물리 등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주과학자이기 때문에 관측 장비를 구축한 후에는 주로 실내에서 관측하고 컴퓨터로 자료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남극의 추운 환경을 직접 맞부딪치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혹독한 남극환경 속에서 필드 아웃 하시는 다른 연구원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극은 매우 제한된 인원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로의 연구 분야를 상관하지 않고 서로서로 협력을 굉장히 잘합니다. 이렇게 보면 남극의 과학 임무는 협력 연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남극에서 ‘만’ 관측할 수 있는 특별한 천문현상은?!

[정종균 /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연구원]
네, 남극에서만 관측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천문현상은 별의 탄생과 죽음을 관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 별의 탄생과 죽음은 하나의 싸이클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의사가 배 속의 태아를 보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합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태아별 아직 우주먼지 속에 쌓여 있는 원시별의 탄생 모습을 보기 위해 초음파가 아닌 테라-헤르츠(THz) 주파수로 관측합니다. 문제는 THz 주파수를 갖는 전파는 대기 수증기에 흡수되어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지만 남극 내륙 고원은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THz로 별의 탄생 모습을 관측할 수 있는 곳입니다. 남극이 별 탄생의 산부인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다음에 별의 탄생이 있다면 죽음도 있겠죠.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이상 되는 큰 별이 내부 에너지가 더 이상 없게 되면 중력 붕괴가 일어나서 블랙홀이 탄생하게 됩니다. 2019년 EHT 팀의 블랙홀 관측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남극 망원경입니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전 세계 전파천문학자들은 2019년 블랙홀 사진에 이어서 블랙홀에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문제는 남극 전파망원경 개수 부족으로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해상도를 얻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장보고 과학기지 EHT 전파망원경과 북극 그린랜드의 전파망원경이 연결되면 블랙홀을 관측 적으로도 증명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극 내륙 고원으로 가면 사방 1,000km 이상 나와 나의 동료 몇 명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극으로 가는 목적이 개인의 성취욕이 아니라 인류에게 지구와 우주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전달해 주기 위한 가치와 그것에서 얻는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이 미지의 곳으로 가는 길이 그것이 남극이든 우주이든 그 한 걸음의 가치에 공감해 주시고 함께해 주시기 바라면서 이상으로 오늘의 별소리를 마치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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