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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광열 나노 소재 이용해 빠르게 진단…초고속 PCR 기술

2023년 01월 26일 16시 47분
[앵커]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염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광열 나노소재를 활용해 단 5분 만에 PCR 검사 결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대체 어떤 기술인지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알아볼 텐데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안전증강융합연구단 정승원 박사님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안녕하세요.

[앵커]
코로나 한창때 PCR 검사를 해보신 분들은 아마 검사결과가 하루 이틀씩 걸렸던 걸 다 기억하고 계실 텐데요. 기존 PCR 검사 시간보다 아주 획기적으로 시간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얘기를 나누기 전에 우선 PCR 기술이 무엇인지부터 소개해주시죠.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이번 팬데믹 상황을 통해서 많이 익숙해진 PCR이라는 기술은 DNA나 RNA와 같은 핵산을 증폭하여 질병을 진단하는 방식인데요.
이 핵산을 증폭하여 검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PCR 반응기의 온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온도순환과정을 40회 정도 반복해야 합니다.
또 이를 구현하는 장치도 크기가 크고 전기가 많이 소모되었지요.
이로 인해 PCR 검사는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채취된 시료를 검사실로 이송하여 검사해야 하고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빠르게는 반나절, 느리게는 하루의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저희는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해 1~2시간이 걸리던 PCR 검사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해 PCR 검사시간을 단축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럼 광열 나노소재가 핵심인 거 같은데 이 소재가 무엇이고 또 이 소재가 어떻게 PCR 검사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광열 나노소재는 빛에너지를 받아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물질입니다.
일반적으로 열에너지는 에너지 중 가장 쓸모없는 에너지 형태라고 알려져 있지만, 열을 주로 활용하는 응용분야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PCR은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PCR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이 과정이 느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는 '그래핀'이라고 하는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했는데요.
그래핀은 광열 전환 특성이 우수하지만, 물에 분산이 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고분자 미세 입자를 제작하고 이 안에 그래핀을 분산시켜 분산을 유지한 채로 가두었습니다.
이에 따라 광열 나노소재가 빛을 열로 바꿔주게 되고 이 덕분에 그래핀을 초고속 PCR에 적용할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PCR 반응의 가열속도를 기존 PCR의 10배 정도 되는 초당 22도로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광열 나노소재가 빛을 열로 바꿔서 검사시간을 단축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자세한 원리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일반적인 PCR은 금속으로 제작된 열판을 이용해 온도를 올리고 식히는 과정을 구현하는데요. 열판을 이용하는 경우 반응기를 가열했다가 식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반면에 빛을 주면 열을 내는 광열 현상은 매우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는데요. 빛에너지의 열에너지로의 전환이 10나노초 이내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광열 나노소재가 고분자로 이루어진 미세입자 전체 부피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기에 빛을 쪼여주면 퍼져있는 광열 나노소재가 개별적인 열원으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그 덕분에 전체 반응 부피를 동시에 가열하여 목표 온도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저희 실험 결과를 놓고 비교하자면, 온도를 올리는데 기존 PCR 검사 장치는 20초가량 소요되었다면 저희는 2초가 채 안 되는 시간 안에 목표 온도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목표 온도에 약 10배가량 빠르게 도달한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광열 나노소재가 잘 적용되려면 앞서 말씀해주신 고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 고분자는 무엇인가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네, 저희가 사용한 고분자 미세입자는 구멍이 송송 뚫린 스펀지 형태를 상상하시면 되는데요.
실제 PCR 반응은 그 미세 구멍들에서 일어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미세입자 내의 그물 구조가 광열 나노소재가 PCR 반응 중에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이 미세입자가 머금을 수 있는 부피는 100나노 리터 정도 되는데요.
일반적인 PCR이 50마이크로리터 정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500분의 1 정도로 줄어든 셈입니다.
부피가 작을수록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바로 온도를 낮추기 쉽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열하는 과정보다 식히는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PCR 장치에서 온도를 내릴 때 Fan이나 냉각핀과 같은 쿨러를 사용합니다.
저희는 100나노 리터밖에 되지 않는 미세입자를 PCR 반응기로 이용하기 때문에 다른 부수적인 장치 없이도 자연적 냉각 속도가 초당 23도로 매우 빨랐습니다. 따라서 저희 기술은 광열 나노소재 덕분에 빠른 가열속도를 얻을 수 있고, 고분자 미세입자 덕분에 빠른 냉각속도를 얻어 초고속 PCR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빨라서 좋기는 한데,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다 보니까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되거든요. 어떻습니까?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PCR 검사는 PCR을 수행하는 장치에 넣어서 시행하기 때문에 검사자에게 위험할 요소가 크지 않습니다.
물론 빛을 이용한 기술이기 때문에 강한 빛에 눈이 오랫동안 노출되면 시력에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현재 진행 중인 소형화 작업을 통해 이러한 빛이 장치 밖으로 전혀 새 나오지 않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에 개발한 초고속 PCR 기술은 빛으로 작은 미세입자의 온도만 국소적으로 올리기에 시스템의 전체 온도가 장치를 다룰 때 주위를 요 할 정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이 기술이 제품화되고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검사속도도 빠르고 안전하기까지 하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 그런데 PCR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확도이지 않습니까? 정확도는 기존 PCR 검사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일까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PCR 검사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검사에 있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PCR 기술이 극미량의 표적 유전자만 있어도 증폭하여 신호를 내기 때문인데요.
저희가 개발한 초고속 PCR 검사 기술은 기존의 PCR 검사의 장점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다만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해 검사 시간만 단축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 PCR 검사와 동등한 정확도를 가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 빛만으로 PCR을 구현하기 때문에 장치를 소형화할 수 있고, 에너지 소모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앵커]
기존 검사와 정확도는 같은데 에너지 소모량도 적고 또 검사결과는 빨리 나온다고 하니까 하루빨리 상용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 PCR 검사 시간이 줄어들면서는 또 어떤 효과가 앞으로 기대가 되는 걸까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PCR 검사 시간을 줄이면 검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공항, 항만 등에서 초고속 PCR을 활용한다면 여행객들의 오래 대기하는 불편이나 혼란을 줄이면서 정교하게 확진자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네 병원이나 약국,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자가진단 키트를 대체하는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요.
저희 연구단에서는 이러한 PCR 기술 외에 로봇을 이용한 검체 채취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함께 접목하여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비대면 선별진료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이 다음번에 혹여 있을 또 다른 신 변종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코로나 초기에 겪었던 의료진의 희생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검사 결과가 순식간에 나온다면 공항 같은 곳에서 방역대응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기술이 상용화를 과제로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연구가 좀 더 필요할까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올해 안에 상용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고
소형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빠르고 효과적인 PCR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앵커]
이번 기술이 정말 코로나 시대에 특화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광열 나노소재를 이용한 PCR 검사가 코로나 19 말고 다른 감염병에도 적용이 가능할까요?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PCR 검사는 DNA나 RNA 기반의 모든 질병에 적용 가능합니다.
코로나 진단에도 물론 사용 가능하고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RNA에 변이 바이러스의 지문과 같은 자신만의 독특한 유전자 서열이 있기에 델타,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를 구분 진단 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겨울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독감도 같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증상만으로는 비슷해서 구분할 수 없는 호흡기 질환의 원인 바이러스를 손쉽게 찾는 검사도 가능합니다. 저희는 최근 이 PCR 검사를 약제내성을 지닌 박테리아 감염 진단에 활용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존 방식으로는 진단하는데 3일에서 5일 정도 소요되는데 PCR 기술을 활용하여 1~2시간 내 박테리아 판별 및 투여 효과가 있을 항생제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사람 질병뿐 아니라 다른 동식물 질환에도 적용이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 어떤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지 좀 더 설명해주시죠.

[정승원 / KIST 안전증강융합연구단 박사]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는 PCR로 검사 가능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 외에도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감염병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동물 감염병의 현장 진단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과수화상병과 같은 식물 병의 현장 신속 진단에 적용 가능합니다. 몇 해 전 조류독감에 의한 계란 파동에서 보듯이 동식물 바이러스 PCR 검사의 경우 결국 국민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것과 관련된 부분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또 다른 중요도를 갖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더 이상의 팬데믹이 없길 바라지만,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를 감염병에 이번 초고속 'PCR 기술'이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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