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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샤르코-마리-투스 유전병 치료법 '전자약 기술' 개발

2022년 12월 29일 17시 10분
■ 김민석 /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앵커]
'샤르코-마리-투스'는 말초신경의 문제로 신체 마비와 변형을 초래하는 유전 질환인데요. 마땅한 치료제도 없던 이 병을, 국내 연구진이 '전자 약'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샤르코-마리-투스 유전병의 '전자 약 치료법'에 대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김민석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샤르코-마리-투스 이름도 생소한 말인데 치료제까지 없다고 하니까 환자들이 겪는 교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자 그런데 이 병을 전자 약을 이용해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셨다고요?

[인터뷰]
네, CMT라고 부르는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은 말초 신경에서 수초의 손실로 인해 근육위축, 무감각, 발의 기형, 마비 등을 유발하는 유전 질병입니다. 약 3,000명 중 1명이 발병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질환인데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은 종류도 다양하고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말초 탈수초성 신경병증인데요,

대표적인 CMT1의 경우 우리 말초 신경에는 슈완 세포가 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부분을 잘 감싸주고 있고, 이 때문에 뇌에서 생성된 신경 신호가 발끝까지 빠르게 전달이 되는데, 이 슈완세포가 감싸는 것이 문제가 생겨 수초 화가 잘 안되게 됨으로써, 신경 신호 전달도 느리고 신호 전달도 제대로 안 되면서 근육도 잘 못쓰게 되고 감각에도 이상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약물이 개발 시도되었지만 대부분 큰 부작용으로 인해 실패한 상황입니다. 전자 약이라고 하는 것은 신체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생체기능을 향상하기 위해서 물리 자극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약과 같은 치료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저희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접근방법으로 전기자극으로 치료를 해보고자 노력을 했고요, 어떤 전기자극 조건에서 슈완세포가 신경을 잘 감싸는지를 찾고, 그 자극을 CMT 질환 모사 마우스에 적용해보고 효과를 검증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학 약물로 인한 치료가 아니라 전기 자극, 즉 물리적 자극을 통해서 CMT효과를 검증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전기 자극으로 질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씀이시겠죠?

[인터뷰]
네, 치료 가능합니다. 우리 생체와 세포는 외부 환경을 끊임없이 센싱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합니다. 우리가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손가락 끝이 단단해지는 것도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일 거고요, 또한 재활의학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적절한 외부 자극을 받으면 생체기능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수천 년 동안 치료에 사용되어온 침이나 뜸도 특정 위치에 적절한 자극을 주게 되면 치료가 일어날 수 있고, 잘못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겠죠. 

[앵커]
침이나 뜸으로 예를 들어주시니까 이해가 훨씬 쉬운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주제인 전자 약으로 샤르코마리투스 라는 질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저희는 CMT가 신경 질병이기 때문에 전기 자극을 선택했는데요. 연구해보니, 보통 말초 탈수초성 신경병증에서는 흔히 지질 생합성 기능이 떨어지는데, 특정 전기 자극조건에서 지질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 되었고, 실제로 수초 내 지질이 더욱 풍부해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수초 형성에 중요한 단백질인 PMP 22가 질병 세포 모델에서는 세포핵 주변의 소포체에 비정상적으로 응집되어 뭉쳐있고 있어야 할 수초 막에는 별로 없었는데, 특정 전기자극을 주었더니 핵 주변보다는 수초 막으로 많이 이동해 수초형성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질환 마우스 모델 궁둥신경에 전극을 이식한 후 자극을 주었더니 궁둥신경에서 수초 형성이 확연히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훨씬 운동능력도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특정 자극이 세포의 생화학적 기능에 영향을 주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절개해서 궁둥신경에 전자칩을 넣는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몸속에 어쨌든 전자장치를 넣는다니까 이게 안전한 것인지 조금 우려가 되거든요

[인터뷰]
네, 예를 들면 허벅지와 엉덩이 사이를 절개해 3cm 길이의 원기둥 모양의 전극을 삽입해 궁둥신경을 감싸고 전기 자극을 줘서 치료하는 방식인데요. 현재 상용화전이라 장치의 소재, 무게, 고정 방법, 충전 방식 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기존 삽입형 자극장치를 기반으로 하기에 부식 위험, 부작용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고전적인 심장 질환에 사용되는 페이스메이커부터 해서 양 하지마비 환자 방광제어를 위한 자극장치, 간질환자 치료, 비만 치료를 위한 삽입형 자극 장치도 실제 환자들에 응용되고 있는데요. 이처럼 예를 든 질환에 전자 약 치료를 하고 있기에 안전성 측면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전자 약은 여러 논문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보고하고 있기에 앞으로 임상에서 쓰일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약한 통증이나, 저림 현상, 간지러움에 대한 보고들도 있기에 더 많은 생체 인터페이스에 대한 개발이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네, 잘 개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전자 약 치료 효과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저희가 CMT 질환 쥐에게 3주간 전기 자극 치료를 시행해보니 질환으로 저하되었던 운동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투과 전자 현미경을 통해 치료된 마우스의 궁둥 신경을 확인해본 결과, 손상되어 있던 수초막이 현저히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수초 막의 질적 향상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 일반 쥐만큼의 운동성까지 좋아지진 않았지만, physical balance와 같은 운동성에서 50% 정도 향상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보고된 다른 문헌들 대비 우수한 수치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전자 약 치료법과 다른 치료법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네, 보통 우리가 아프면 병원을 가고 병원 가서 약을 받아오니까, 아프면 약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런 고정관념이 깨질 세상을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약이라고 하는 것이 효능을 확인하고 시판되고 있지만, 많은 화학 약물들은 온몸으로 퍼지게 되고 질병과 관련된 부위의 장기, 세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기, 여러 종류의 세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시그널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전자약과 같은 물리 자극 기반의 치료기술들은 온몸에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위치에 Local therapy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 될 수 있고 부작용 또한 상당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복용 약물 즉 투약하는 약물이 있는데 전자 약이 꼭 필요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인터뷰]
실질적인 예로, CMT 에서도 PC(phosphatidylcholine)라는 물질이 신경 수초 화를 향상시켜CMT 치료제의 가능성에 대해 소개되었지만, 이 물질은 소화 시스템에서 trimethylamine N-oxide (TMAO)로 전환되고, 혈액에서 이 수치가 올라가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약물이 이 질병에는 효과적이지만 다른 장기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죠.

그런데 CMT 전자 약이 상용화된다면 불편한 부위에 맞게 치료할 수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CMT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항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기에 대부분은 뇌에 직접 작용합니다. 이런 비만 치료를 전자 약으로 접근해보고자 미국 엔테로메딕스는 소화기계와 뇌가 소통하는 미주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신경 신호를 교란시켜 식욕을 줄이는 전자 약을 선보였습니다.

더 많은 기술 개발과 증명이 되어야겠지만, 전신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 생화학적 약물에만 치료를 위해 의존하지 말고 전자약과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여러 난치질병의 해결책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비만까지 전자 약으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참 놀라운데요, 또 다른 질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곧 초고령 사회가 될 텐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 있는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근육감소가 심화 되어서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 낙상, 골절, 골다공증과 당뇨와 같은 2차 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해서 2016년 11월 WHO에서 근감소증 질환 코드가 부여되었습니다. 근감소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승인받은 약물이 없는데요, 이런 질환에도 전자 약이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전자 약이 노화된 근육을 향상시키고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느냐인데, 저희 연구그룹에서 자극 스크리닝을 해본 결과, 근감소증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젊은 근육과 노화 근육에서 근육을 향상시키고 회복하는 최적의 자극 조건이 다른 것을 발견했는데요.

특정 전기자극 조건에서는 노화 근육은 재생되지만 젊은 근육은 손상되어 전자 약 치료도 Personalized electric medicine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 외에도 비만 치료, 항암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 여러 난치 질환에 전자 약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서도 알려주시죠.

[인터뷰]
현재 전자 약 자체는 상용화가 되어서 뇌종양, 수면무호흡증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CMT 질환에 전자 약 상용화는 아직 안 되어 있는 상황인데요. 국내 국외 많은 환우분들께서 직접 연락도 주시고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고 계시는데, 상용화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위한 전자 약 제작, 임상 시험, 장치 인허가 등 여러 단계를 넘어야 해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네, 이제는 복용하는 약만이 아니라 이런 물리적 자극으로 치료하는 전자 약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CMT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 치료까지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석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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