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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취재파일]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 '배양육'…우리 식탁 위에 오를 날은?

2022년 12월 05일 16시 26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 파일' 시간입니다. 오늘은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기자]
이제 연말이라 앵커 두 분도 모임이 꽤 많으실 것 같은데, 요즘 가장 많이 드시는 음식이 뭔가요?

[앵커]
저는 요즘 축구를 친구들과 모여서 치킨을 많이 먹었습니다.

[앵커]
저도 보쌈 좋아합니다.

[기자]
저도 사실 고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모임 때면 고기를 대부분 먹거든요. 아마 일부 채식주의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고기류의 음식을 드실 텐데요. 세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육류 소비 또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느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는 게 대체육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배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육류 소비가 왜 환경에 안 좋은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우선 축산업에 의해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꽤 상당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현재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었죠. 2050년에는 9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소득 증가와 삶의 질 증가는 육류 소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늘어난 육류 소비를 감당하려면 결국 가축 사육 또한 늘어야 하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냐면 현재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의 절반 이상이 가축 사육에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 사용량 또한 70% 정도는 가축 사육에 쓰이고 있고요.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소가 방귀 뀌는 걸 막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가축 사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8%를 차지합니다. 이 양은 전 세계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5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축산업은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셈이죠.

게다가 공장형 사육과 도살 등 생명 윤리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요. 그래서 현재 축산업의 단점을 보완할 배양육이 주목 받고 있는데요. 배양육은 가축을 직접 기르지 않기 때문에 기존 축산업에 비해 토지 사용량은 1%에 불과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최대 92%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대체육 중에서도 배양육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이 두 개를 어떻게 구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더 큰 개념의 단어가 대체육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대체육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개발 중입니다. 우선 가장 익숙한 콩고기처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형태와 맛을 내는 '식물육'이 있습니다.그리고 식용 곤충의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육도 있는데요. 콩고기와 같은 식물육이 가장 흔한 대체육이지만, 사실 맛이나 식감에서 진짜 고기를 대체할 수 없죠.

또, 식용 곤충으로 만든 식품은 단백질 구성면에서는 좋다고 하나 곤충이라는 거부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체육이 바로 배양육입니다. 배양육은 식물이나 곤충이 아닌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로, 맛은 물론이고 식감, 영양 등 모든 면에서 기존 고기와 가장 유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 중에서 실제로 동물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다라고 이해하면 될 텐데요.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기자]
동물 세포를 배양해 인공 고기를 만드는 건데, 쉽게 생각해서 동물이 살찌는 과정이랑 같다고 보면 됩니다. 배양육의 토대가 되는 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 근육위성세포입니다.

배양육 초기에는 혈액과 뼈, 피부, 간 등 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많이 사용했지만, 배아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분화시키려면 화학물질 처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근육위성세포를 배양육 제작에 활용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근육위성세포는 근육이나 피부에 상처 나면 재생역할 하는 세포인데요. 근육조직으로만 발달하기 때문에 배양 과정에서 화학물질 주입할 필요 없어 인체에 악영향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물의 근육위성세포를 채취한 이후에는 배양액에 담그는 과정 필요한데요. 배양액으로 주로 쓰이는 물질은 소의 태아에서 추출한 혈청인 '소 태아 혈청'을 쓰고 있습니다.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특히, 산화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배양액 내 중요 비타민 등을 지켜주는 단백질이 있어 세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줍니다.

이렇게 약 3주에 걸쳐 배양되는 세포는 반죽 같은 상태로 만들어지는데요. 이후 지지체 등을 통한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고기 형태, 대부분 패티 형태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콩고기 같은 식물육에 비해서 아직은 생소한데, 언제 처음 배양육이 개발된 건가요?

[기자]
배양육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게 2013년입니다. 10년밖에 안 된 셈이죠. 2013년에 첫 등장했지만, 배양육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2015년 미국의 스타트업 맴피스 미츠, 지금의 업사이드푸드가 세워지면서 부터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의대 교수였던 심장 전문의 우마 발레티가 줄기세포학자와 함께 세운 회사인데요.

업사이드푸드는 2016년에 처음으로 배양육으로 만든 소고기 미트볼을 선보인 이후 2017년에 배양육 닭고기와 오리고기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양육 개발에 뛰어든 업체는 100여 곳에 이르는 데요. 시험 생산공장을 짓거나 완공한 업체는 업사이드푸드를 포함해 미국의 잇저스트, 호주의 보우, 이스라엘의 퓨처미트, 영국의 아이비팜 등 10여 곳입니다.

업사이드푸드의 발레티 대표는 현재 배양육 산업은 전기차 산업의 초기 단계와 비슷하다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배양육 개발 업체가 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건 없는 거죠?

[기자]
현재 배양육이 합법화된 나라는 싱가포르뿐입니다.2020년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의 잇저스트가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 '굿미트' 승인했거든요. 그런데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지난달, 업사이드푸드가 만든 배양육 닭고기의 안전성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원료 안전성 인증 '그라스'(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라는 게 있는데, FDA가 1년여의 심사 끝에 배양육 닭고기에 대한 '추가 의문이 없다'는 의견서 보낸 건데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이번 결정이 배양육 시장 전체에 큰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FDA 심사를 통과했으니 이제 미국에서도 배양육이 판매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데요. 바로 미국 농무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019년 FDA와 농무부는 배양육 제품과 관련해 세포 채취와 배양 과정 검사는 FDA가, 생산 공정 및 제품 검사는 농무부가 맡기로 합의했기 때문인데요. 뉴욕타임즈는 이 과정에 몇 달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사이드푸드는 농무부 승인이 나는 대로 일반 시판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식당에서 배양육 치킨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연간 2만2천kg의 배양육 생산 가능한 설비를 준공한 바 있어 농무부 승인이 나면 곧 일반 가정 식탁 위에 배양육이 오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앵커]
내용을 정리해보면 안전성은 확인이 된 건데, 일반 식탁에 오르기까지 조금 더 남은 과제가 있을 것 같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가격입니다. 2013년 처음 배양육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 1장 가격이 무려 4억 원에 달했습니다. 2015년 업사이드 푸드가 만든 배양육은 1파운드, 450g에 2천1백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2021년 퓨처미트는 배양육 닭가슴살 1파운드를 7.7달러까지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때 미국에서 판매한 일반 닭고기는 1파운드에 3.62달러였으니까 2배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죠. 이렇게 가격이 비싼 이유는 바로 배양액인 소 태아 혈청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전 세계 도축되는 소의 8% 정도만 임신 상태 키우는데, 도축 후 태아를 꺼내 혈청을 추출하는 거라 생산량이 굉장히 적습니다. 게다가 임신한 소를 도축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문제도 피할 수 없습니다. 배양육은 가축을 도살하지 않고 얻는 고기인데, 배양육을 만들려면 임신한 소를 도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최근 많은 기업이 무혈청 배양액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스타트업이 무혈청 배양액 개발에 성공해 이를 이용한 독도새우 배양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국내 식품업계에서도 대체 배양액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어 배양육 시장의 대중화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환경 보호에 대한 고민이 식탁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배양육을 식탁에서 볼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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