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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코로나19 만큼 무서운 플라스틱의 저주

2021년 12월 21일 15시 59분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생태계 위협은 물론 기후 변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플라스틱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앞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플라스틱 사용이 어느 정도로 늘었나요?

[인터뷰]
코로나 19가 시작된 후 2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2년 동안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 일회용품이며 그중 플라스틱이 대폭 증가했다고 합니다. 급격히 늘어난 택배와 배달음식 때문인데요. 그린피스의 발표에 의하면 2019년 하루 평균 1,757톤이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1년 만에 1,998톤으로 13.7% 증가했다고 하지요.

문제는 이렇게 배출된 플라스틱이 거의 재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소각되고 버려지면서 환경오염만 아니라 인류 건강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벤자민 폰 웡(Benjamin Von Wong)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19 기간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는 250~300% 증가했다고 합니다. 매년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수백만t이 가난한 나라로 수출되는데 이 나라들은 폐기물 관리 시설조차 없다 보니 플라스틱 소비는 치명적인 환경오염으로 돌아온다는 것이지요.

[앵커]
우리가 편리하다고 사용했던 플라스틱이 결국은 쓰레기 산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니,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사실 우리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은 필수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눈에 띄게 줄이기가 쉽지 않거든요. 어떻습니까?

[인터뷰]
네, 플라스틱은 썩지도 않고 가벼운 데다 매우 튼튼합니다. 만드는 데 필요한 열도 낮다 보니 설비 비용도 낮다는 이점이 있고 원료비도 싸고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만들 수 있으니 가치가 높지 않은 물품을 넣는 데에 이 정도 용기가 없지요.

그런 이유로 우리 생활 중에서 음식물을 담는 포장 용기나 비닐봉지, 일회용 컵이나 빨대 등이 플라스틱이고요. 금속과 같은 다른 재료 표면에 입히는 코팅제나 도료, 접착 시트류도 모두 플라스틱입니다. 특히 옷과 이불 등도 거의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우리 사회는 온통 플라스틱으로 도배된 사회입니다.

[앵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요?

[인터뷰]
우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이 재활용품으로 구분하면 관리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러나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바다로 떠내려가는데요.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1억5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떠 있고,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추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고 해요.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심각한 것은 현재 과학기술로도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걷어내지 못하며 설령 걷어 내더라도 처리하는 과정에서 육지와 대기가 오염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더 큰 문제는 바다에 떠 있던 플라스틱들이 점차 작은 조각으로 부스러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가면서 생태계에 엄청난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거지요.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의 존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우리 눈으로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렇게 바다를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구체적으로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인터뷰]
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해양생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률을 조사해보니, 어류 6종과 조개류인 바지락에서 예외 없이 모두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습니다. 우리네 식탁에도 모르는 사이에 미세 플라스틱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지요.

몇 년 전에 제가 충격을 받았던 보도가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해변에 떠밀려온 고래 사체 속에서 6kg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는 겁니다. 죽은 고래의 위 안에서는 플라스틱 실 뭉치,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플립 플롭등이 들어있었는데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까지 오염시켰으면 고래가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었을까 싶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살고 있는 태평양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알바트로스가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여 자기도 먹고 자기 새끼에게도 먹이면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의 환경 작가인 크리스 조던은 새끼 알바트로스의 배에서 나온 매우 많은 양의 병뚜껑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 찍어 발표하면서 플라스틱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고발해 환경론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알바트로스는 큰 날개와 몸으로 인해 뒤뚱뒤뚱 걸어 다니고 활강 비행에 최적화되도록 진화한 새입니다.

[앵커]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람의 몸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체내에 흡수된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

[인터뷰]
네, 정말 심각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물고기든 조개 등을 먹을 때 우리 몸에 흡수되는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바이오융합연구부 최성균, 이성준 박사 연구팀이 밝혀냈는데요. 지금까지는 미세플라스틱이 간, 신장, 장 등에 축적된다는 것은 보고된 적 있지만, 뇌에 침착해 생리적인 해로움을 가져온다는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 연구소가 쥐의 실험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단 1시간 만에 신체의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는데요. 미세 플라스틱이 위와 장에서는 하루 만에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됐으나 간에서는 처음보다 5배, 생식기에는 3배나 많은 양이 각각 쌓인다는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앵커]
플라스틱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기후 변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플라스틱과 지구온난화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올해 10월 21일 미국의 환경단체인 '비욘드 플라스틱'이 발표한 보고서 '기후변화를 주도하는 데 석탄을 제친 플라스틱'을 보면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은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10년 안에 석탄 화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월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최소 2억3200만t으로, 이 양은 500MW(메가와트) 규모의 석탄 화력 발전소 116곳에서 뿜어내는 평균 배출량과 맞먹는 정도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석탄 화력 발전소보다 더 많게 될 경우 석탄발전을 줄여나가면서 기후변화를 저지하려는 노력이 무력화된다는 겁니다.

2020년 미국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보다 1,000만t 증가한 1억1400만t이나 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미국 석탄 화력 발전소의 65%가 문을 닫은 데서 얻은 온실가스 감소분을 상쇄되었다는 것이지요. 현재 미국에서는 2019년 이후로 최소 42곳의 플라스틱 공장이 문을 열었거나 건설·허가 단계에 있는데 시설이 완전히 가동되면 2025년까지 추가로 5,5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세계경제포럼은 205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현재보다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너무 심각하지 않습니까?

[앵커]
플라스틱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플라스틱의 피해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건데요. 올해 10월에 유엔식량농업기구는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는 5가지 방법'을 발표한 적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일회용 플라스틱은 피하는 것인데요. 일회용 플라스틱을 재사용 가능한 옵션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천 가방, 유리 저장 용기, 은 제품, 도자기 머그컵을 사용하는 겁니다.

둘째, 변장된 미세플라스틱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많은 화장품과 미용 제품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셋째, 재사용 가능한 물병을 사용하는 것으로 일회용 물과 음료수병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장 큰 원인이기에 재사용이 가능한 텀블러 등을 활용하라는 거구요.

넷째, 플라스틱 커틀러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섯째, 휴지통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앵커]
우선 우리부터 일상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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