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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구겼다가 펼쳐도 주름 없는 유연한 전자 장치 개발!

2024년 01월 04일 16시 22분
■ 한승용 /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앵커]
번데기에서 갓 나온 나비를 보면, 처음에는 날개가 구겨져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말끔하게 펴지죠. 국내 연구진이 이런 점에서 착안해 구겼다가 펼쳐도 주름이 지지 않고 기능을 유지하는 전자 소재를 개발했는데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디스플레이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학의 달인', 이번 시간에는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한승용 교수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구김과 펼침을 반복해도 주름이 접히지 않고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자소재를 개발하셨는데요. 어떤 건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장치는 구김과 펼침을 반복해도 주름이 생기지 않고 스스로 펴는 능력을 지닙니다. 이 기술은 나비의 우화 과정에서 나비가 날개에 생긴 수많은 주름을 펴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하였습니다. 개발한 장치는 두 개의 얇은 폴리머층과 나노 소재로 구성된 복합 소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폴리머층은 '형상기억 폴리머'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여러 층의 조합이 전자장치를 구겼을 때 발생하는 주름을 스스로 펼 수 있는 능력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전자장치의 유연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나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다 보니깐 이 장치를 필름이라고 부르면 되나요? 아니면 장치라고 불러야 될까요?

[인터뷰]
이 장치는 복합소재라고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전자장치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유연한 필름 형태를 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단일 재료 필름과는 구분됩니다. 폴리머와 나노 소재의 통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기존 필름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반복적인 구김에 강한 내구성을 제공합니다. 또한, 나노 소재에 열을 가해 스스로 주름 펼 수 있는 기능을 가집니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필름이 아니라, 고유한 특성과 기능을 가진 혁신적인 복합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확히 어떤 원리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구김이나 펼침을 반복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 건지 설명을 해주실까요?

[인터뷰]
이 장치는 열을 이용해 자동으로 펴지는 독특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나노 소재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열이 발생합니다. 이 열은 폴리머층에 전달되고, 형상기억 폴리머가 활성화되어 장치가 스스로 펴지게 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열은 대략 40도 정도 됩니다. 사람이 느끼기에 따뜻한 정도입니다.

형상기억 폴리머는 열에 반응하여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닙니다. 그래서, 이 소재가 구겨진 후 열을 받게 되면, 원래의 평평한 상태로 복원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물리학적으로 '열적 활성화' 라고 부르는데요, 재료 과학에서 매우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입니다.

[앵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면, 소재 자체가 자동으로 펴지는 특성인가요, 아니면 전기를 통한 열로 인해 펴지는 것인가요?

[인터뷰]
개발한 전자장치의 핵심은 바로 형상기억 폴리머 소재의 독특한 특성에 있습니다. 이 소재는 자체적으로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구겨진 후 열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펴지게 됩니다. 여기서 전기를 통한 열은 이 복원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전기적 열원은 소재의 형상 복원 능력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소재는 구겨진 상태에서 원래의 평평한 상태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앵커]
'형상기억 폴리머'를 활용해 제작했다고 하던데요. 형상기억 합금은 저희가 많이 다뤄봤거든요, '형상기억 폴리머'란 무엇인가요?

[인터뷰]
'형상기억 폴리머'는 온도 변화에 따라 그 형태를 기억하고 복원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소재입니다. 이 소재는 특정 온도에서는 부드러워지고 상온에서는 단단해집니다. 즉, 하나의 물질에서 서로 다른 단단함을 구현할 수 있는 흥미로운 물질입니다.

저희 연구팀이 사용한 형상기억 폴리머는 대부분 폴리우레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폴리우레탄은 학교나 공원의 놀이터에서 사용되는 푹신한 바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압력에 의해 변형되었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고 항공 우주 분야나 의료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앵커]
부드러웠다가 단단해졌다가 변형이 자유로운 소재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오프닝에서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나비의 '우화' 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연구라고 하던데 어떤 부분의 영감인지 좀 설명을 해주시죠.

[인터뷰]
저희 연구는 나비의 우화 과정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비가 우화 하기 전, 날개 크기에 비해 협소한 번데기 안에 날개를 구긴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 상태에서 날개는 체액으로 젖어 있어서 구겨져도 손상을 받지 않습니다. 나비가 우화 하면서 체액이 증발하고, 이 과정에서 날개의 주름들이 펴지며 단단해져 비행에 적합한 상태가 됩니다. 저희는 이 자연적 과정을 모방하여, 주름이 생겼다가 스스로 펴지는 기능을 가진 전자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반복해서 여러 번 접어도 펴질 수 있다면 몇 번 이상까지 가능한가요?

[인터뷰]
개발한 전자장치는 800회 이상의 구김과 펼침을 견뎌내며 성능 저하가 거의 없었습니다. 형상 기억 폴리머는 수만 번의 반복 테스트에서도 원래 성능을 유지하였습니다. 열을 발생시키는 나노 소재 부분에서는 초기 성능의 약 95%를 유지했는데, 이는 전자장치로서 충분한 성능을 보장하는 수준입니다. 향후 상용화를 위해 더 많은 반복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고, 이를 통해 내구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사실 저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800회라는 숫자보다 '접힘의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종이를 접을 때 사용자에 따라 접는 힘과 정도가 다른 것처럼, 저희가 수행한 800회의 반복 실험은 매우 극단적인 조건에서의 접힘 테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상용화 제품에서의 접는 수준에서는 더 높은 내구성과 성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앵커]
800번의 숫자보다는 접힘의 정도에 더 중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래도 실생활 폴더블 폰에 적용하기에는 횟수가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하거든요, 잘 견딜 수 있을까요?

[인터뷰]
폴더블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기기에서는 실제 사용 과정 중에 수천 또는 수만 번의 접고 펴는 동작이 요구됩니다. 이에 비해, 800회의 접힘 테스트는 초기 내구성을 평가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으나,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전에는 더욱 광범위한 사이클 테스트가 요구됩니다. 이번 연구에서 실시한 800회의 반복 테스트는 접는 힘이 실제 사용 조건보다 강한 힘을 받는 조건에서 실행됐지만, 실제 사용 조건에서는 수만 번 이상의 접힘, 펼침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아 개발한 소재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이미 접히는 부분이 고정되어 있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소재를 스마트폰에 적용하게 되면 오랜 반복적인 사용으로 생기는 주름에 40도 정도의 약간의 열을 가해 주름을 회복하는 형태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필름을 알약에 압축해 보관할 수도 있던데 꺼내서 펼쳐도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씀이시죠?

[인터뷰]
맞습니다, 개발한 전자장치는 매우 심하게 구겨도 완벽하게 원상태로 복구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약 크기로 압축하여 보관할 만큼 뛰어난 유연성과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휴대성과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장치를 알약 형태로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사용자의 손바닥에 펼쳐 놓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설명을 들어보니깐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많이 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은 과학의 선생님이라는 얘기를 자주 하는데, 오늘 설명해주신 기술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한승용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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