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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갑오징어 눈 특징 닮은 고해상도 카메라 개발

2023년 03월 09일 17시 16분
■ 송영민 /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앵커]
주로 얕은 물에 서식하는 갑오징어는 빛이 많이 비치는 낮에는 눈동자가 W자 혹은 U자 모양으로 변형되는 특징을 지녔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이런 동물의 눈 구조를 모방하여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동물의 눈 모방 카메라가 어떤 것이고, 어떤 원리로 만들어진 것인지 자세하게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한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카메라라고 하니까 상상이 잘 안 되는데 어떤 카메라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자율주행차의 카메라는 대낮에 수직으로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물체를 잘 보기 어렵습니다. 아래쪽 관심 영역보다 위쪽의 조도가 높아서 물체식별이 어렵고 빛 반사로 사물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갑오징어의 눈이 갖는 몇 가지 기능을 모사한 카메라를 개발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일반 카메라와는 어떻게 다른 건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주로 얕은 물에서 서식하는 갑오징어는 눈동자가 밤에는 사람처럼 동그랗지만, 빛이 많이 비치는 낮에는 W나 U자 모양이 됩니다. 동공이 눈의 중심이 아니라 아래쪽에 있어서 아래쪽 빛이 더 많이 들어옵니다. 덕분에 눈부심을 유발하는 위쪽 빛은 차단하고 주로 밑을 지나가는 먹잇감을 더 잘 볼 수가 있게 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갑오징어의 눈을 본떠서 카메라 렌즈 앞의 조리개를 W자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자율주행차에 장착하면 대낮에 위에서 햇빛이 내리쬐어도 난반사 없이 앞쪽 장애물을 잘 볼 수가 있게 됩니다.

[앵커]
굉장히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거 같은데요. 눈부심 없이 원하는 대상만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건가요?

[인터뷰]
먼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W자 모양의 조리개를 통해 위쪽의 강렬한 빛은 차단하고 우리가 관찰하고자 하는 아래쪽 빛을 더 잘 받기 때문에 빛 반사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갑오징어 특유의 망막구조도 모방했습니다. 갑오징어는 모든 방향을 고르게 보지 않고 관심 있는 영역, 특히 이동하는 위치보다 약간 낮은 곳에 있는 먹잇감들을 주로 봅니다. 이를 위해 망막에서 아래쪽 빛이 들어오는 중심부의 상단에 줄무늬 형태로 광수용체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이를 모방해서, 카메라도 밀집시켜서 해상도를 높였습니다. 필요한 영역만 고해상도로 관찰하면 전력을 덜 쓰고 영상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편광 선글라스 기능도 갖추었습니다. 빛이 물에 들어올 때 편광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갑오징어도 편광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망막에 일종의 편광판에 해당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저희도 카메라 이미지 센서의 바로 앞에 편광 필름을 붙여서 사물의 명암 대비를 높이고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앵커]
갑오징어 눈의 특징 그러니까 W나 U자 모양으로 눈이 변하는 원리를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런 렌즈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시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인터뷰]
조리개는 간단히 3D 프린터를 통해 제작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W나 U자 원하는 형상을 갖도록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다만 사람이나 갑오징어처럼 조도에 따라 크기가 바뀌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형상이 자유자재로 바뀔 수 있는 조리개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앞서 편광현상을 언급하셨는데, 편광 필름을 붙여서 사물에 명암 대비를 높이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여기서 '편광 현상'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활용하신 건지도 이야기해주시죠.

[인터뷰]
편광은 전자기파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현상입니다. 태양광도 전자기파의 일종인데 보통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합니다. 하지만 태양광이 어떤 표면에 부딪히거나 특정 물체를 통과할 때 편광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율주행 상황에서도 어떤 물체는 빛 반사가 심해서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편광 필름을 카메라에 부착함으로써 편광된 빛만을 받아서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도록 하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동차에 단다고 하셨으니까 빠른 속도로 달릴 때도 작동을 하는지 혹은 물속에서도 작동을 하는지도 궁금한데요.

[인터뷰]
속도는 이미지 센서의 초당 프레임 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저희가 연구실에서 만든 카메라는 초당 프레임 수가 일반 상용 카메라에 비해 낮기 때문에 고속 동작은 어렵지만, 저희 기술이 상용 카메라에 적용된다면 얼마든지 빠른 속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희 카메라는 물속에 서식하는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했기 때문에 당연히 물속에서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하루빨리 상용화가 됐으면 좋겠는데요. 개발하신 카메라가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고,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율주행 카메라에 적용할 수 있고, 보안이나 정찰용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 영역을 더욱 잘 보기 위한 기술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현재 이미지 센서 및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 센서에 적용 가능한 조리개, 렌즈, 편광필름 등을 추가로 개발해야 합니다.

[앵커]
저희가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한 카메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교수님은 다른 동물 눈을 모사한 카메라를 개발하신 거로도 유명하신데 사실 농게 눈 카메라라든지 물고기, 꿀벌 이런 것도 있잖아요. 이런 카메라들의 특징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동물의 눈은 서식지와 생활환경에 따라 최적의 상황으로 진화를 해왔습니다. 곤충은 비행하면서 한 번에 넓은 곳을 봐야 하기 때문에 매우 넓은 화각을 갖습니다. 물고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안렌즈와는 달리 하나의 렌즈로 광각 이미징이 가능합니다. 농게는 갯벌에 살기 때문에 넓게 본다는 것 외에도 물속과 물 밖에서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각 동물의 독특한 특징을 모방한 카메라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앵커]
정말 생활 환경에 따라서 눈 모양이 다르다는 게 굉장히 신기한데요.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의 눈을 모방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인터뷰]
처음 곤충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각 동물의 눈이 갖는 동물의 신기한 특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 인간이 만드는 카메라도 앞으로는 용도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다양한 카메라들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 까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기한 눈들을 모방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카메라가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되는데요. 교수님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들려주시죠.

[인터뷰]
저희는 궁극적으로 ‘시각 혁명’을 이루고 싶습니다. 이미지 센서와 렌즈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다소 단순한 카메라를 넘어서서, 동물의 눈처럼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카메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계의 많은 눈을 공부해야 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동작 원리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쉬운 길은 아닙니다만,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앵커]
오늘 이야기를 나눠 보면서 저한테는 그냥 오징어의 눈, 동물의 눈이었을 뿐이었는데 교수님에게는 세상에 혁신을 가져올 또 하나의 아이디어였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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