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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지구온난화로 빙하 속 바이러스가 살아난다면?

2022년 12월 13일 16시 17분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과학자들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데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돼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영구동토층이나 빙하 속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살아나 인류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얼음 속에 숨어있는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 영향으로 지금 빙하의 모습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극지방이나 그린란드 빙하지대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지대는 생물들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추울뿐더러 1년 중 6개월가량 어두운 밤이 계속되는 곳이지요. 그런데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로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지구평균보다 4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극지방 여름 최고기온이 38℃까지 올라가면서 빙하와 함께 영구동토층이 급속하게 녹아내리고 있거든요.

이로 인해 동토 지대와 빙하 안에 존재하고 있던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이 빙하가 녹고 동토가 녹아내리면서 세상으로 뛰쳐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이론에 불을 붙였던 사건이 1998년에 알래스카의 동토에서 5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가져왔던 스페인 독감의 바이러스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독감 바이러스로 죽은 여성 시신이 알래스카의 동토에 묻혀 있었는데, 동토가 냉동고 역할을 해 주면서 바이러스가 그대로 보존되었지요. 그러다가 기후변화로 동토가 녹아 시신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과거에 사라졌던 전염병도 다시 나타나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인터뷰]
네. 처음으로 잠자던 바이러스가 빙토에서 깨어나 인간과 동물에게 치명적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건이 2016년에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12세 목동이 탄저병으로 숨졌는데, 탄저균이 발견된 지역에서는 이미 순록 2,300여 마리가 죽었고, 주민 8명이 탄저균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지요. 이 당시 사건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동토의 땅 시베리아가 녹으면서 오래전 탄저균에 감염된 동물시체가 드러났고 이 균이 순록과 목동에게 전염되면서 사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고대 바이러스가 실질적인 위협이 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렇다면 이 사건 이후에 빙하 속에 숨어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나요?

[인터뷰]
유럽우주기구는 올해 2021년 10월 22일에 '영구 동토층 해동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방출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미국항공우주국과 공동으로 연구한 보고서에서는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빠르게 녹는 것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 심지어 냉전 시대의 원자로와 잠수함에서 방사성 폐기물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영구 동토층은 북반구에서 약 2,300만 평방 킬로미터에 걸쳐 있으며, 북극에 있는 영구 동토층의 대부분은 100만 년 전의 것이고 깊이가 깊을수록 오래된 것이지요.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빨리 따뜻해지면서, 2100년까지 지표면 근처 영구 동토층의 최대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들은 밝혔습니다.

[앵커]
세기말까지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사라지게 되면 이 안에 숨어 있던 많은 바이러스가 인류에 영향을 미칠텐데요.

[인터뷰]
네, 유럽우주기구 보고서에서는 3m가 넘는 깊이의 영구 동토층이 지구 상에서 현대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은 몇 안 되는 환경 중 하나라면서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 깊숙한 곳에 있는 100개 이상의 다양한 미생물들이 항생제 내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영구 동토층이 녹게 되면 이 박테리아들이 녹은 물과 섞여서 새로운 항생제 내성 균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동토층이 녹아서 물로 흐르게 될 경우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운송 범위가 더 넓어지면서 늘어나고 있는 영구정착촌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진다고 말합니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의 킴벌리 마이너는 "우리는 오랫동안 다양한 조건에서 사는 미생물들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아주 작은 이해만 가지고 있기에 더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앵커]
이렇게 영구 동토층과 빙하가 녹아서 고대 바이러스나 세균이 다시 드러난다면 이것을 인류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거든요.

[인터뷰]
그렇죠.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나 탄저균 등 우리가 알고 있던 바이러스만 아니라 인류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도 발견되었는데요. 이 중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이 2020년 1월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에 의해 발견된 바이러스입니다. 연구팀은 티베트 고원의 두꺼운 빙하를 50m가량 깊게 뚫고 표본을 채취했는데. 1만 5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티베트 고원 빙하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고대 바이러스들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지요.

연구팀은 빙하 속에 있는 유전정보를 발견했는데 총 33가지의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발견했으며, 이 중에 28개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이었지요. Science Alert는 바이러스 표본은 호수 아래와 매머드의 털, 시베리아 늑대의 창자 등에서 추출해 연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바이러스들은 약 48,500년을 깊은 영구 동토층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감염의 징후를 보인다는 것이죠.

비록 그들이 연구한 것들은 아메바에게만 전염성이 있었지만, 연구팀은 수천 년 동안 영구 동토층에 갇힌 다른 바이러스들이 사람과 다른 동물들에게 전염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연구팀은 이젠 영구 동토층에 갇힌 바이러스가 기후변화로 이 지역이 녹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더 많이 발견될 것이고, 이것은 지구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영구동토층이나 빙하에서 나오게 된다면 코로나 19처럼 새로운 팬데믹 상황 직면할 수 있지 않나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근거를 보면 살펴보면 영국의 가디언지는 올해 10월 19일에 '다음 팬데믹은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로운 데이터가 보여준다.'라는 기사를 게재했고요.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스테판 아리스-브로수 박사 연구팀은 냉동 바이러스에 의한 위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지역 빙하에서 나오는 소량, 중간, 그리고 대량의 녹은 물이 유입되는 근처의 하젠 호수에서 토양과 침전물 표본을 수집해서 분석했는데요.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영구 동토층에 갇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다시 깨어나 지역 야생동물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더 크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팬데믹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빙하가 녹았을 때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오게 되고 코로나 19처럼 새로운 팬데믹 상황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앵커]
정체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펜데믹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 같은데요. 꼭 대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날씨학개론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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