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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AIDS' 원인과 예방법

2022년 12월 05일 16시 53분
■ 최준용 /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앵커]
지난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는데요,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는 과거에는 죽음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당뇨, 고혈압처럼 치료를 잘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와 함께 에이즈의 모든 것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매년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에이즈의 날, 어떤 의미로 재정 된 날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 세계보건장관회의에서 148개국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인권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며 제정됐습니다. 올해로 34주년을 맞았습니다.

올해 세계에이즈의 날에는 유엔에이즈계획(UNAIDS)가 “Equalize(평등)”라는 슬로건을 결정했습니다. 이 슬로건은 에이즈 종식을 가로막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UNAIDS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최근 코로나 19 등의 세계적 위기로 인해 HIV에 대한 자원이 줄어들며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HIV 치료, 검사 및 예방에 대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며 HIV 감염인과 주요 소외 계층이 직면한 낙인과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UNAIDS 사무총장 Winnie Byanyima는 “에이즈를 영속시키는 불평등을 끝내면 에이즈를 끝낼 수 있다. 이번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때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데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의 안전을 지키고 모든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려면 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적으로 에이즈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즈의 날을 만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람들에겐 아직도 '에이즈=죽음의 병' 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에이즈가 정확히 어떤 질병인지 알아야 되겠는데요. 에이즈 정확히 어떤 병일까요?

[인터뷰]
에이즈는 면역체계를 파괴하는 바이러스인 'HIV' 에 감염돼 면역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그렇다고 HIV에 감염된 사람이 모두 에이즈 환자는 아닙니다. 보통 HIV에 감염되고 치료를 받지 않아 면역세포(CD4+T) 수가 200 cell/㎣ 이하로 떨어지면 AIDS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죽음의 병이라 불리던 기억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치료제가 많이 발전해 에이즈로 사망하는 국내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면역기능이 회복돼 건강한 생활도 가능합니다. 당뇨,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에 인식에 비하면 굉장히 오해가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HIV 감염이 이뤄지는 경로나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HIV는 HIV 감염인의 혈액, 정액, 모유 등에 있습니다. HIV 감염인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접촉, 감염인의 혈액 수혈, 오염된 주사기 사용, 감염인 여성의 태아에게 감염되는 수직감염 등으로 감염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 경로의 대부분은 성접촉이었습니다. HIV 감염인과 같이 식사하거나 공용 물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감염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여전히 많은데요. HIV는 몸 밖의 환경에서는 단기간에 죽고 열에도 약해 같이 식사하거나 일상 속 가벼운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과거에는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냐는 억측도 있었습니다만 HIV는 곤충매개질환이 아니라 모기로 전파되지 않습니다.

[앵커]
반드시 성접촉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도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건데, 성 접촉을 통한 감염은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시죠?

[인터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한 번의 성접촉을 통해 감염될 확률은 0.1-1% 사이입니다. 이 외에도 오염된 주사기의 공동 사용은 0.5-1%,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경우 수직감염은 약 1% 미만의 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HIV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혈액 내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 되고 타인에게 HIV를 전파 시킬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앵커]
HIV 진단 검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고, 자가 진단 방법도 있다고요?

[인터뷰]
HIV 진단 검사 종류는 다양합니다. 체내 HIV 자체를 검출하는 검사법과 HIV에 대한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HIV 검사는 모든 병 의원, 보건소에서 가능합니다.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신속 검사는 채혈 후 20분이면 결과를 알 수 있어 간편하고 익명,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병 의원, 보건소에 비해 비싸지만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성능이 좋은 HIV 구강점막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의료진에게 진료받고 검사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앵커]
현재 HIV/AIDS의 치료법은 어떻게 나와 있나요?

[인터뷰]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법입니다. 하루에 1알의 약만 복용해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완치는 되지 않지만, 바이러스를 억제 시키고 건강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모든 HIV 감염자는 면역 상태에 관계없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도 좋고, 타인으로의 전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신속 당일 치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HIV 검사를 통해 양성 진단을 받으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치료제 처방 전 필요한 검사를 받으시고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시기를 권고합니다.

[앵커]
이제는 만성질환처럼 관리만 잘하면 되는 병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치료보다 중요한 게 예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HIV 감염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가장 효과적인 HIV 예방법은 HIV 감염인 당사자의 조기 치료입니다. HIV 감염인이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면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수치가 떨어집니다. HIV를 미검출 수준으로 유지하는 HIV 감염인은 타인에게 HIV를 전파하지 않는데, 이를 U=U(미검출=미감염, Undetectable=Untransmittable)이라 합니다.

HIV는 감염 직후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가장 좋습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콘돔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도 좋은 HIV 예방법입니다. 또한 HIV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항바이러스제를 예방을 위해 복용하면 HIV 에 노출되어도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PrEP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앵커]
당사자의 조기치료, 의심되면 정기적인 검사하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최근 3년간 국내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검사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 19의 확산이 HIV 감염 관리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인터뷰]
네, 최근 3년간 의료기관의 업무가 코로나 19 방역에 집중되면서 HIV 감염인들은 보건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로 밀려났습니다. 의료기관의 HIV 검사가 잠정 중단됐고, 특히 보건소 검사 시행 건수는 59.4%나 감소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서울 소재 보건소를 중심으로 HIV 검사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올해 11월 첫째 주까지 등록된 신규 HIV 감염인 수를 확인해보니 2020, 2021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보건소 HIV 검사 재개가 신규 HIV 감염인 발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되고, 앞으로도 HIV 검사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네, 오늘 HIV/AIDS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AIDS 는 숨겨야 하는 병도, 더 이상 죽음이 병도 아니라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많은 환자분들이 더 이상 이 병의 '증상'은 물론 '시선'으로 고통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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