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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암 줄기세포 찾아내 치료까지…'TiY' 형광 프로브

2023년 05월 18일 16시 44분
■ 장영태 /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

[앵커]
치료 뒤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에 전이되는 이유는 숨죽이고 있던 암 줄기세포가 다시 활동하기 때문인데요. 국내 연구진이 암 줄기세포를 정확히 찾아내고 치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발견했습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 에서는 형광 프로브란 어떤 물질이고 어떤 원리로 암 줄기세포를 찾아 치료 효과까지 보이는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장영태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암을 염색하고 치료하는 'TiY' 타이와이라고 부르던데요. 형광 프로브를 만들었다고 하셨는데 우선 형광 프로브가 무엇인지부터 설명을 해주실까요?

[인터뷰]
프로브는 우리말에 딱 맞는 단어는 없습니다. 아마 '탐색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형광 프로브는 그냥은 쉽게 보이지 않는 어떤 특정한 세포를 형광으로 빛이 나게 해서 잘 보이게 만들어 주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볼 수 있어서 타이와이는 암세포 프로브라고 부를 수 있는데 암 중에서 모든 세포를 보는 것은 아니고 암 줄기세포만 골라서 보여주는 프로브 입니다. 여기서 TiY는 Tumor initiating cell Yellow이라는 뜻으로 노란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타이와이라고 요약해서 부릅니다.

[앵커]
그런데 암세포 전체가 아니라 암 줄기세포만 구별해서 보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 몸에서 암세포는 거의 항상 생겨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주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들이 초기 암세포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서 공격하고 제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방어선이 무너지게 되면 살아남은 암이 큰 종양을 만들게 됩니다. 종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세포들은 빨리 자라기는 하지만, 따로 독립해서 새로운 암을 만드는 능력은 없습니다. 새로운 암을 만들 수 있는 암세포는 암 줄기세포라고 불리는 아주 소수의 세포들 입니다.

그래서 수술이나 항암요법으로 종양을 대부분 제거해도, 다시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가 일어나는 것은 숨어있던 암 줄기세포가 다시 활동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원적인 암 치료를 위해서는 숨어있는 암 줄기세포를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암 치료나 수술에 쓰이는 물질이 될 수 있는 건데 수술이나 치료에 어떻게 적용을 시킵니까?

[인터뷰]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항암제만으로 치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아주 큰 암 덩어리는 수술로 제거하고,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경계면들은 방사선을 쬐거나 아니면 '케모테라피' 라고 불리는 항암제를 쓰기도 하는데요, 이 항암제들은 빨리 자라는 모든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머리카락도 빠지고 전신에 걸쳐서 부작용이 아주 심합니다.

문제는 이 방법들 다 동원하더라도 암 줄기세포를 공격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종양의 덩치를 줄이는 1차 치료를 하고 나더라도 남아 있는 암 줄기세포를 찾아내서 암의 뿌리를 뽑는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암 줄기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는데 있다면 수술로 눈에 보이는 암은 제거하고,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숨어있을 암 줄기세포를 전신 약물 처리로 없애버리는 게 가능하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정상 세포와 암 줄기세포를 구별할 수 있는 형광색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어떤 원리로 이뤄지는 건가요?

[인터뷰]
우리 몸에는 많은 종류의 세포들이 존재합니다. 세포들은 각각의 특징을 나타내는 바이오마커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이나 대사체가 바이오마커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바이오마커는 단백질입니다. 프로브는 그 바이오마커를 선택적으로 인지해서 표적 세포에 모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암세포에 바이오마커에 프로브가 딱 붙으면, 프로브에 붙어 있는 형광물질이 밝게 빛을 내서 암세포의 위치를 보여 주는 거지요. 가끔 이런 형광 물질을 마커라고 혼용해서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면 생체 속에 존재하는 파트너가 바이오마커이고요. 우리가 밖에서 들여보내는 탐색자가 프로브 입니다.

[앵커]
바이오마커와 프로브는 다르다 이런 개념도 이해를 하면 좋을 거 같고요. 연구하신 TiY 형광 프로브가 암을 구별해서 보여주는 것 이외에 치료 효과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것도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처음에는 암 줄기세포를 형광으로 보여주는 프로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는데요. 프로브를 만들고 나면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 하는지 밝혀야 연구를 완성 시킬 수가 있습니다. 이때 메커니즘이라고 하면 프로브가 결합하는 타겟 단백질이 무엇인지 알아낸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 타겟이 암 줄기세포에만 존재하는 단백질이라면, 그 단백질을 암 줄기세포의 바이오마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저희가 TiY의 타겟을 찾아내고 보니 비멘틴이라는 단백질이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비멘틴은 암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이오마커라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멘틴은 그냥 암 줄기세포에 우연히 같이 존재하는 관찰용 바이오마커가 아니라, 그 자체가 기능적으로 중요한 단백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TiY가 비멘틴에 붙으면 위치만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까지 저해한다는 걸 발견한 한 거지요.

그래서, 암 줄기세포를 관찰만 하고 싶을 때는 100개 중에 예를 들어서 비멘틴 몇 개만 붙도록하면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요. 암 줄기세포를 건강하게 살려놓은 채로 관찰하는 것도 암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멘틴 중에 다수를 붙이게 되면 암 줄기세포의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암 세포가 죽게 되는 거고요, 그 때문에 치료 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걸 저희가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을 Diagnosis 와 Therapy를 합쳐서 Theranostics 라고 부릅니다.

[앵커]
그러니까 타이와이가 암 줄기세포의 바이오마커인 비멘틴에 붙어서 기능을 저하시키고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이런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프로브가 '비멘틴'이라는 단백질에 붙는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까요?

[인터뷰]
보통 바이오마커를 찾을 때는 omics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유전자 전체를 보는 genomics나 단백질 전체를 보는 proteomics가 그런 예입니다. 수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단백질 혹은 그 정보를 조사해서 채로 치듯이 타겟을 좁혀 나가는 bottom-up이라는 방법을 쓰게 되는데요. 당연히 엄청난 노력이 들고, 아주 복잡한 데이터를 잘 분석할 수 있어야 가능한 방법입니다.

어렵사리 비멘틴을 바이오마커로 찾아내고 나면, 그다음에 프로브를 디자인하는 일을 시작하는 거지요.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은 바이오마커 단백질을 항원처럼 동물에 주사해서 항체를 만들고 이 항체를 프로브로 사용하는 방법을 쓰게 됩니다.

저희는 이와 반대로 처음에 타겟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암 줄기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 프로브를 먼저 확보하고 시작하는 top-down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방법이 가능하려면 다양한 형광 프로브들을 미리 많이 만들어 둘 필요가 있는데요, 이런 형광 분자 집합체를 라이브러리라고 부릅니다. 마치 형광이 달린 항체 세트 같은 라이브러리에 기관총처럼 빠른 스크린을 통해서 암 줄기세포에 선택적인 프로브를 찾아내는 탐색 방법을 쓰는 거지요.

일단 프로브가 찾아지면 거기에 달라붙는 단백질을 거꾸로 찾아가서 바이오마커를 찾게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타겟을 알고 시작하는 디자인 방법에 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근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아낼 가능성이 큰 방법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프로브는 암세포 이외에 다른 세포에도 적용이 가능합니까?

[인터뷰]
네, 라이브러리로 접근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모든 세포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저희가 지난 20년 동안 찾은 프로브가 30종 정도 됩니다. 그중에는 배아줄기세포나 성체줄기세포도 있고요, 각 장기를 대표하는 신경, 근육, 혈관, 췌장 세포들도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암 주위에 붙어서 특별한 환경을 만들고 있는 변형된 면역세포를 염색하는 프로브들에 집중해서 일해 왔습니다. 면역세포는 원래 암을 공격해야 하는데, 1차 방어선이 뚫려 종양이 커지면, 면역세포들이 마치 암과 협상해서 암이 더 커지지만 않게 휴전하고, 차라리 암을 도와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누가 경찰인지 누가 도둑인지 모를 상황이 됩니다. 이런 특이한 환경을 암 미세환경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는 수십 종의 암과 면역 세포들이 복잡한 그리고 나름 진화한 상태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데요, 저희 들의 꿈은 다른 모든 세포들은 흑백 사진으로 보이게 하고, 암세포는 빨갛게, 킬러 면역세포는 파랗게 형광을 내서, 어떻게 둘 사이에 어떤 케미로 상호작용하는지 컬러풀한 영상을 얻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이런 형광 프로브가 암 치료를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주는 거 같은데요. 실제로 지금 일선 의료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나요?

[인터뷰]
저희가 형광을 내는 프로브로 시작했는데 우연히 치료 효과를 발견했지만 진짜 사람 몸속에서 치료제로 쓰이려고 하면 치료 효과 못지 않게 안전성, 반대로 얘기하면 독성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확인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면 프로브의 구조를 조금씩 바꾸면서 성질을 다듬어 가야 할 필요도 있고요.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가면 제약회사와 의사 과학자들의 참여 없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서 해야 한다면, 아마도 남은 여생을 다 퍼부어야 할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은 라이브러리로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일이어서, 저보고 선택하라면 저는 더 재미있는 프로브들을 캐고 다니는 데 저의 남은 커리어를 쓰고 싶습니다. 프로브 하나하나를 완성으로 키워가는 데는 저와는 다른 능력을 가지신 다른 분들에게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획기적인 아이디어, 기술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에 이런 방식의 연구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되신 건가요?

[인터뷰]
한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미국에 포스닥을 갔을 때 지도 교수님이신 피터 슐츠 교수님의 강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분은 화학적인 도구를 이용해서 생물학적인 문제를 푸는 화학 생물학의 대가이신데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고작 수 백개 정도의 유전자를 조합이라는 마술을 통과시키면 수백만 개의 항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짚어 주셨어요. 이건 생물학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는 지식이지만, 이 개념을 화학적인 라이브러리로 응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열어 주셨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을 포함해서 다른 연구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신약 후보 물질에 주로 적용하셨는데, 저는 그걸 형광 분자에 응용한 거지요. 수백만 개에 이르는 항체 개수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저희가 지난 20년 동안 만든 형광 프로브는 1만 개가 넘습니다. 아직 까지는 저희가 만든 라이브러리가 개수와 다양성 면에서 세계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아마 교수님께서 이제까지 해 오신 연구가 화학 생물학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앞으로 교수님께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라이브러리라는 개념은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다는 걸 암시합니다. 이런 독특한 시스템과 경험을 살려서 남은 10년은 노화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자연현상이라고 믿어져 왔습니다만, 최근에는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는 노화에 질병코드까지 붙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연구처럼, 노화 세포에 대한 형광 프로브를 찾으면, 노화를 조절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겠지요? 바이오마커의 역할을 이해하면 기능을 올려주거나 내려주어서, 노화를 조절하고 심지어는 역전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믿습니다.

[앵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처럼 암을 제대로 알아야 정복할 수 있겠죠. 교수님의 연구가 암을 조금 더 정확히 아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학의 달인' 포항공대 화학과 장영태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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