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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① 코 점막에서 바이러스 차단

2025년 12월 19일 11시 12분
■ 권석화 / 과학뉴스팀 기자

[기자]
한 주간 주목할 만한 사이언스 이슈를 다 모아온 권석화 입니다.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공기를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는 종류도 많고 변이도 잦습니다.

그래서 백신만으로는 모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막기 어려운데요.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를 코 점막에서부터 차단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면역 단백질, '인터페론-람다'입니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 면역 반응을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이 단백질을 약으로 만들어 코에 뿌릴 경우 열에 약하고, 쉽게 망가지고, 코 점액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했던 부분은 더 단단하게 보강하고, 단백질끼리 서로 엉겨 붙는 문제도 함께 개선한 건데요.

이렇게 새롭게 만든 '인터페론-람다'는 50도의 고온에서도 2주 동안 항바이러스 효능을 유지할 만큼 안정성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약물이 코 점막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인터페론-람다를 아주 작은 캡슐에 담아 보호하고, 코 점막에 잘 달라붙는 저분자 키토산으로 감쌌습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동물에게 적용해본 결과, 콧속 바이러스가 85% 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연구진 설명 들어보시죠.

[김 호 민 /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 "저희는 AI를 활용해 이렇게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을 단단한 구조로 바꿔서 마치 건물의 기둥을 보강하듯 튼튼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단백질 표면에 당사슬 분자를 덧붙이는 글라이코 엔지니어링 기술을 추가적으로 적용했는데요. 덕분에 약물이 코 속의 끈적한 점액층에서도 잘 퍼져나가서 호흡기 바이러스 초기 감염과 증식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코에 한 번 뿌리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점막 면역 플랫폼.

앞으로 계절성 독감은 물론,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가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YTN 사이언스 권석화 (stoneflower@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