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나연 / 과학뉴스팀 기자
한 주간 주목할 만한 사이언스 이슈를 다 모아온 박나연입니다.
먼저, 첫 번째 주제부터 만나보시죠.
'콜 포비아' 우리말로 하면 '전화 공포증'이라는 단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의학적으로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관련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이제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용어입니다.
전화가 오면 나쁜 소식일 것으로 생각해 미리 긴장하거나 통화 중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지 걱정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지나치게 살피는 게 주요 증상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콜 포비아는 특히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일컫는 '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업무 중 전화 통화가 가장 힘들다는 한 직장인의 말,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직장인 A씨 : 좀 긴장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업무상 전화를 할 일이 많기는 한데 되도록 전화보다는 문자나 카톡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콜 포비아를 두고 태어날 때부터 각종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자란 세대가
코로나 19를 거치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고 전화와 같은 직접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부합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4개 국가 약 2,000여 명으로부터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간 수집한 녹음 자료를 분석했더니,
사람들이 일상에서 매일 말하는 단어의 수가 1만 6,000개에서 1만 3,000개로 무려 20%나 줄어들었습니다.
1년 단위로 계산해보면, 매해 평균 300개씩 감소한 수준입니다.
연구진은 구두 대화의 감소가 문자와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소통 수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콜 포비아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콜 포비아는 뚜렷한 정신 질환이 아닌 사회적·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화를 피하지 말고 스스로 연습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일례로 영국의 한 대학교에는 지난달, '전화 공포증 세미나'가 정식 개설됐습니다.
수업에서는 주로 병원 예약이나 직장에서의 병가 요청 등 전화 통화가 꼭 필요한 상황을 연습한다고 하는데요.
전화 통화를 연습하는 시대가 오다니….
디지털 기술 발전이 불러온 아이러니가 아닐까요?
YTN 사이언스 박나연 (p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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