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발표하면서 세계 주요 철강 생산국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인 호주에는 관세를 면제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여러 국가가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보다는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전날 트럼프는 관세 포고문 서명식에서 주요 철강 생산국 중 호주에 대한 관세 면제를 "많이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도 트럼프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배려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캐나다와 일본은 미국과 협상에 나선 가운데, 멕시코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미국과 협상할 예정이며, 우리 정부도 다가오는 고위급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 정부와 협의에 나설 예정입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미국의 철강 관세와 관련해 "우리는 세부 내용을 처리하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EU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먼저 협상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이번에 발표한 철강 관세는 사실 새로운 관세라기보다는 1기 때 시행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2018년 트럼프는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늘었다면서 미국의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안보 관계가 있는 경우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대안적 합의"(alternative agreement)를 통해 관세를 피해 갈 수 있게 했는데 이렇게 한국이 가장 먼저 관세를 면제받았습니다.
당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가 동시에 미국과 협상을 시도했고, 각국 대표단이 워싱턴DC에 몰리면서 미국 통상 당국을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은 트럼프의 관심사인 한미 FTA 재협상과 철강 관세 문제를 일괄 협상한 결과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을 2015∼2017년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수용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관세 면제와 쿼터 등에 합의했습니다.
이후 들어선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과 일본, 영국과 협상해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에만 관세를 매기는 저율 할당 관세(TRQ)에 합의했습니다.
이런 국가들에 허용했던 각종 면제와 예외 등 "대안적 합의"를 관세의 "구멍"(loophole)으로 여겨 틀어막은 게 이번에 발표한 트럼프의 철강 관세의 골자입니다.
미국이 그동안 면제를 허용한 국가에서 철강 수입이 늘었으며 특히 중국이 과잉 생산한 철강을 관세 면제 국가를 통해 우회 수출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 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철강 관세 시행 당시 미국 철강산업의 가동률을 최소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백악관은 미국 철강 산업 가동률이 2021년 일시적으로 80%를 달성했지만, 이후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022년 77.3%, 2023년 75.3%로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32조에 근거한 관세를 면제받은 국가에서 수입한 많은 양의 철강이 미국 내 철강 생산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이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여러 국가에 면제를 허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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