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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1열] 스마트워치로 잡는 우울증…핵심은 '멜라토닌'에 있다

2025년 01월 21일 16시 34분
■ 박나연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시간입니다.

오늘은 박나연 기자와 함께합니다.

반갑습니다.

[기자]
네, 반갑습니다.

[앵커]
박 기자님,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내용으로 취재를 다녀오셨던데요.

우울증 증상을 스마트워치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고요?

[기자]
네, 국내외 공동 연구진이 협업해서 스마트워치가 수집하는 생체 데이터를 이용해 우울증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한 건데요.

보통 스마트워치 하면, 일반적으로 심박 수나 걸음 수 측정 등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잖아요.

이제는 이런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서, 우울증 관리와 같은 고차원적인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기술이나 과학적인 내용으로 넘어가기 전에, 먼저 이 우울증에 대해 좀 짚어주시죠.

[기자]
네, 이번 취재를 통해 저 역시도 이 우울증이라는 질병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는데요.

우울증은 지속적인 우울감이나 활동력 저하 상태가 계속되는, 쉽게 말해 마음의 병을 의미합니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22년 기준으로 이미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해마다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제때 치료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증상조차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또 안다고 해도 우울증 환자의 경우에는 깊은 우울감 때문에 알콜 중독이나 폭식 장애 등 2차 문제가 나타나 스스로를 제어하기가 힘들어 직접 병원을 찾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특별한 노력 없이도, 웨어러블 기기 하나로 우울증 진단과 관리가 가능해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기술의 핵심 원리가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스마트워치로 우울증을 알아내는 게 가능한 거죠?

[기자]
네, 연구진은 우리 몸의 생체 리듬 지표인 '멜라토닌'에 주목했습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의 심박 수나 활동량 등 다양한 생리작용과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멜라토닌 농도에 교란이 생기면 불면증과 같은 수면 문제와 식욕 변화를 불러와 궁극적으로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본 겁니다.

관련해서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학생 연구원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이민기 / 미시간대학교 수학과 석사연구원 : 이 멜라토닌 호르몬의 농도는 우리가 언제 수면 상태에 돌입하는지, 또 언제 잠에서 깨는지에 대해 매우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심 생체 시계의 상태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이것을 수치화시킨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이번 연구에서 호르몬 분비의 교란으로 인한 우울증 증상들의 심각한 정도를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멜라토닌 생체리듬 데이터에 얼마만큼의 교란이 있었는지를 분석해서,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은 또 이 알고리즘이 적용된 스마트워치를 인턴 과정에 있는 미국 의사 800여 명에게 착용하게 하고 설문조사와 함께 우울증 여부를 파악했는데요.

그 결과 총 6가지의 우울증 대표 증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이 실험집단을 인턴 의사들로 삼은 이유가 있었는데요. 현장에서 직접 들은 설명을 덧붙여보면, 특성상 교대근무로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가졌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데다가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인보다 스트레스 요인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우울증 여부를 파악하기에 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연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스스로 제어가 힘든 정신 질환에 대한 자동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보면 될까요?

[기자]
네, 정확합니다. 특정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그냥 손목에 시계만 차고 있어도, 심박 수나 멜라토닌 호르몬 농도 등 몸속 데이터들이 측정되기 때문에 우리 뇌에 있는 생체 시계를
자동으로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그런 하나의 알고리즘이 만들어진 겁니다.

관련해서 전문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김대욱 /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 : 현대 사회인 분들이 우울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울증 증상을. 그런데 본인도 잘 몰라요. 저희가 개발한 이번 알고리즘을 통해서 (우울증 증상을) 자동으로 수동적으로 계속해서 우리가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나 공간 제약 없이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 할 수 있으니까, 우울증 관리에 정말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이 기술, 아직은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거죠? 상용화 계획은 있나요?

[기자]
네,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분들도 가장 궁금해하실 부분일 텐데요.

연구진은 현재 '소셜 리듬'이라는 이름으로 우울증 예측 어플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완하는 등 추가 연구를 통해 빠르면 오는 4월에는 일반 스마트워치에서 해당 어플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인데요.

또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강박, 불안 장애 등 우울증과 비슷한 다른 정신 질환으로도 기술을 확대해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네. 이번 기술이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박나연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박나연 (pn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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