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때 불치병으로도 여겨졌던 에이즈는 이제는 매일 약을 먹으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마치 독감 주사처럼 반년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에이즈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최소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이른바 HIV에 감염되면 매일 두세 알의 알약을 먹어야 합니다.
약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늘면서 온몸의 면역이 고갈되는 에이즈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길리어드 사가 개발한 '레나카파비르'는 6개월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됩니다.
아프리카에서 여성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HIV 감염을 100% 예방했습니다.
또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다양한 성별 2천여 명을 대상으로 99.9%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린다 게일 베커 / 데스몬드 투투 HIV 센터 : 100% 예방 효과를 보인 겁니다. 이런 결과는 처음 봅니다.]
레나카파비르는 사이언스 지가 꼽은 '올해의 혁신'으로 선정됐는데, 놀라운 임상시험 결과 때문만이 아닙니다.
지난 30여 년간은 HIV 치료제가 모두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수적인 단백질을 공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를 감싸는 껍질을 직접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약물이 껍질에 붙으면 껍질이 납작해지고, 바이러스 구조 자체가 약해지는 겁니다.
여기서 살아남은 바이러스가 증식하려고 해도 약물은 더는 새로운 껍질이 형성되지 못하게 막고, 그나마 만들어진 껍질에도 기형을 유발합니다.
[웨슬리 선드퀴스트 / 미국 유타대 교수 : 바이러스 껍질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설이 맞았던 겁니다.]
이번 레나카파비르의 작동 원리를 응용하면, HIV 외에도 다양한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을 수 있어 그동안 난치성 질환으로 꼽혔던 여러 질병에 효과적인 약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입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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