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원자력 발전은 특히 국내에서 찬반 여론이 크게 갈리는 에너지원인데요.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서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되지만, 핵분열 과정에서 생겨나는 핵폐기물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또 과거 원전 사고에 대한 인식들 때문에 일반인 사이에선 공포가 퍼져 있기도 한데요.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때아닌 원자력 붐이 일면서 원전업계에 그 어느 때보다 큰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지난주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입니다. 2030년 초부터 미국에 1∼4GW 발전용량을 추가할 '원자력 사업 파트너'를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메타는 아직 상용화가 요원한 소형 모듈 원자로, SMR에 대한 투자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MR은 규모가 작아서 원자력 발전의 최대 단점인 긴 건설 기간을 해결해 줄 차세대 원전 기술로 꼽히는데요.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메타가 이렇게 투자를 고려하는 겁니다.
SMR에 투자한 건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0월 구글은 전력 확보를 위해서 미국 SMR 개발사인 '카이로스 파워'와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통 원전 기업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손잡고,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쓰리마일 아일랜드는 70년대에 원전 사고가 난 곳인데, 사고가 났던 원전은 아니지만 5년 전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겠다는 겁니다.
아마존도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전기를 원자력으로 확대 공급하기 위해서 '탈렌 에너지'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렇게 주요 빅테크들이 원자력 발전에 이토록 큰 관심을 쏟는 이유,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정동욱 /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운영돼야 하거든요. 24시간 운영되려면 재생에너지 갖고는 안 되죠. 원전과 같이 24시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전력원이 필요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가스발전이나 석탄 발전을 하게 된다면 탄소중립을 지켜야 되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에 맞추지 못하니까 원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데이터 센터에 들어갈 전기를 석탄에너지로 공급한다면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서 비난을 피하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이 들 테고요.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아직 발전 효율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탄소·고효율 에너지원인 원전밖에 대안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빅테크들의 데이터 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는데요. 2030년쯤에는 미국 데이터 센터들의 전력 사용량이 지금의 약 3배로 늘어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앞으로는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시장에 우리나라 원전 업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국내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서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뒤엎고, 원전 생태계가 복원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혼란한 정국으로 들어서면서 다시 원전 생태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번에 의결된 감액 예산안을 보면요. 실제로 원전 관련 예산들이 대폭 삭감됐는데요. 내년도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 1,500억 원이 천억 원으로, SMR의 일종인 소듐 냉각고속로 R&D 예산 70억 원이 7억 원으로 삭감됐고, SMR 제작 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 54억 원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정동욱 /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원자력 기술개발이라든가 원전 새로 건설하는 거라든가 이것은 정권의 유지 기간을 뛰어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꾸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요. 전 세계적으로 지금 탄소 중립이라든가 AI라든가 에너지 안보라든가 이런 차원에서 세계 각국이 원전 전력원을 확보하기 위해 굉장히 애쓰고 있거든요. ]
물론 원전 기술에 대한 투자는 정치계 등 여러 이익단체의 찬반이 갈리고 있지만요. 원전에 대한 빅테크들의 수요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은 만큼 우리 또한 관련 기술개발에는 뒤처지지 않도록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이언스 이슈 다 모아온 최소라입니다.
영상편집:김영환
디자인:임샛별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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