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1월 교육부는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는 무전공 선발을 대거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들의 계획을 보면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데요.
수도권 주요 대학이 내년도에 선발하겠다는 인원은 애초 계획보다 오히려 줄기도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염혜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교육부는 대학혁신 사업의 하나로 입학 뒤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선발 인원이 많은 학교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가산점을 주겠다며 당근을 내걸었습니다.
[이주호 /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지난 1월 24일) : 절대, 저희가 자율전공선택제도 도입에 있어서 물러선다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되….]
정부가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지방 소재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 인원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주요대학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대학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후년인 2026학년도 입시 계획을 발표했는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모두 올해 선발한 자율전공 신입생 규모와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전형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대학은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세 곳에 불과했습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도 선발 인원은 오히려 이보다 적을 걸로 보입니다.
서울대는 애초 4백 명 정도를 모집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160명 정도만 선발할 계획입니다.
3백여 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던 고려대도 인원 축소를 검토 중이고, 연세대도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인센티브 보다 학내 갈등을 더 우려한 까닭입니다.
전체 정원은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전공 선발을 하려면 기존 학과 규모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덕성여대는 독문과와 불문과를 폐지하고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런 선택을 하는 학교들이 많아지면 기초 학문의 위기가 올 것이란 걱정도 있습니다.
[강성호 /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 : 학교 입장에서는 (인문학, 기초학문) 관련 교수님들이나 관련 시설들을 충원하지 않게 될 것이고요. 이 부분들은 다시 나중에 제도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복원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반발이 만만치 않은 탓에 주요 대학들의 2026년도 선발 규모 역시 바뀔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의대 증원 문제에 무전공 선발까지 교육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입시를 치르고 있습니다.
YTN 염혜원입니다.
영상편집 : 김현준
디자인 : 우희석
YTN 염혜원 (hye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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