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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 아부자! 과학 발달 어려운 환경…IT 신기술 도입

2024년 04월 15일 16시 08분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과학 기자와 함께 전 세계 도시 속에 숨겨진 과학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과학도시,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의 과학도시, 뒷 배경만 봐서 어디인지 짐작이 안갑니다. 어딘가요?

[기자]
오늘 둘러볼 도시는 아프리카에 있는 도시인데요.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과 부족한 인프라로 과학이 발전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최근 IT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입니다. 준비된 영상 보시고 어디인지 감 잡아보시겠습니다.

[기자]
오늘의 과학도시는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입니다. 원래 1980년대까지 나이지리아의 수도는 라고스였는데요. 라고스가 나이지리아의 서남부에 치우쳐 있어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1990년대 들어 수도가 아부자로 이전됐습니다.

이후 아부자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최근엔 아부자는 서아프리카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게다가 아프리카에서는 선도적으로 IT 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인프라 확충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편이어서 과학도시로 선정했습니다.

[앵커]
과학도시에서 아프리카의 도시를 다룬 적이 거의 없었던 거 같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동안 과학도시에서 다룬 아프리카의 도시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가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자체가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에 걸쳐있는 나라이고, 알렉산드리아는 서남아시아와 가까운 도시여서, 아프리카 내륙에 있는 도시는 사실상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아프리카는 내전이 끊이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하고, 납치도 자주 일어나는 등 국가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고요. 기후도 극단적으로 덥고, 시설 인프라나 의료 체계도 낙후돼 있어서 전염병도 잦기 때문에 과학이 발달하기가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앵커]
이렇게 들어만 봐도요, 사실 아부자, 국제뉴스에서 그동안 위험한 사건들로만 접했었던 것 같거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부자는 나이지리아의 계획 수도이고, 아프리카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평가받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테러 공격이 발생해 세계적으로 충격을 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2011년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보코 하람이 자살 폭탄으로 유엔 건물을 폭발시켜서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고요, 2014년에는 보코 하람으로 추정되는 단체가 아부자의 한 버스터미널을 테러해서 2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부자 지역은 아니었지만, 나이지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270여 명이 보코하람에 납치되는 일도 있어서 나이지리아의 치안과 테러 문제가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때 납치된 여학생 다수가 여전히 실종 상태이고, 돌아온 일부 여학생들도 PTSD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아부자를 포함해서 나이지리아는 외교부의 적색경보 국가로 선정된 곳으로,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체류자도 웬만하면 출국하도록 하고 있는 위험한 국가입니다.

[앵커]
이렇게 듣기만 해도 해외랑 교류하기도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자에 IT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부자는 2010년대 들어서서 ICT 발전을 위해 통신·혁신·전자경제 부처를 신설했는데요, 특히,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 IT 인프라를 갖추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 디지털 변환을 가속하고 있습니다. 중국 화웨이가 아부자를 비롯한 나이지리아의 브로드밴드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국가 ICT 훈련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또 IT 강국인 인도의 IT 교육 기업도 아부자에 여러 교육 센터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네트워킹,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의 분야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EU도 나이지리아 전반의 디지털 경제 계획에 기술과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아부자를 스마트 시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가 아부자와 나이지리아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워낙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여서 단기간에 스마트 도시로 거듭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IT 기술 발달이나 인터넷 접속은커녕 아직 전력망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세계 8위 원유 수출국인데, 전력망이 부실하고, 이미 깔린 전력망도 노후화돼 있어서 전력 생산량의 절반도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집계되고 있습니다. 또 아부자를 비롯해 곳곳에서 수시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정부의 의지도 강하고 투자도 좀 많이 들어오려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나이지리아 정부의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 같은데,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기자]
지난 2021년에 나이지리아가 뉴스 IT 부문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바로 나이지리아 정부가 아프리카 최초로 국가 차원의 디지털 화폐, e-나이라를 공식 출시한 건데요, e-나이라는 나이지리아의 전통 화폐 나이라의 디지털 버전으로, 기존 화폐와 함께 공식 통화로 쓰입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 화폐인데요, 비트코인과는 다르게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관리하고, 기존 나이라와 1:1로 가치가 연동됩니다.

그러니까 가격 변동성이 없어서 진짜 화폐로 쓰일 수 있는 겁니다. 나이지리아가 e-나이라를 개발한 건, 암호화폐 유행 때문이기도 했는데요, 나이지리아의 기존 화폐인 나이라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올라가면서 나이지리아 청년들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나이라 현금을 보유하거나 정부 국채를 사다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점점 암호화폐를 대체화폐로 쓰면서 보급률이 높아진 겁니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가 암호화폐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한다면서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화하고, e-나이라를 개발하는 데 나선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2021년이면 우리나라도 암호화폐에 관심이 높았던 시기이기도 하고, 도입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e-나이라 평가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기자]
일단 e-나이라 출시가 3년이 조금 넘은 시점인데요, 전자화폐 도입의 주된 목적 가운데 몇 가지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나이지리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전자지갑을 개설할 수 있게 해서 금융 거래를 더 쉽게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초기 운영에서는 기술적 문제와 사용자의 불편 사항이 보고되었으나, 점차 시스템이 안정되면서 거래 효율성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또 e-나이라를 통한 거래는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증가시키고 부패 가능성을 줄였다는 평가도 받는 등 긍정적 변화도 생겼는데요, 하지만 모든 기대효과를 완벽히 충족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자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접근성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도 인프라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전자상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이어서 전자화폐 사용은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실물 화폐를 구하려는데, 점점 시중에 화폐가 줄어들어 대혼란을 빚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나라 곳곳의 은행 앞에는 돈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는 보도도 나왔고, 상인들은 물론 대기업들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같은 문제는 전력망이라든가, IT 기기와 같은 인프라 보급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신기술을 바르게 도입하려다 보니 벌어진 혼란으로 풀이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오늘의 과학도시 나이지리아의 아부자였습니다. 영화 이야기지만 '와칸다'같은 도시로 발전하려면 투자도 좋지만, 인프라가 차근차근 발전하고 국민들의 이해도도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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