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영화를 준비하셨나요?
[기자]
제가 매번 극장용 영화만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준비했습니다. 최근에는 극장이 아닌 집에서 OTT를 이용해 편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좀 특이하게 OTT 드라마 '지배종'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집에서 보는 드라마만큼 즐거운 것도 없는데, 지배종, 일단 제목에서부터 뭔가 과학 느낌이 물씬 납니다. 드라마가 어떤 내용인지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드라마 지배종은 인공 배양육이 진짜 고기를 대체한 202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기업 BF는 도축 없이 안전하면서도 고기와 똑같은 맛을 내는 배양육과 인공 모피를 개발해 큰 성공을 이루는데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BF는 인공 생선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인공 채소까지 만들어내겠다고 발표해 큰 호응을 얻습니다.
하지만 축산업을 비롯해 BF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사람들은 매일 시위를 벌이고, BF 대표는 살해 협박까지 받게 되는데요. 설상가상으로 배양육의 핵심 기술을 가진 연구소 컴퓨터가 해킹단체의 랜섬웨어에 감염돼 협박을 받게 되고, 언론에서는 배양육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배양액이 세균 덩어리라는 기사까지 쏟아지게 됩니다. 드라마는 배양육 업체인 BF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 배후를 쫓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앵커]
당장 2025년이면 내년이잖아요? 공감도 좀 많이 될 거 같고요. 특히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는 이유가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유명한 이수연 작가가 집필했더라고요. 아무래도 장르물 특유의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10일 1, 2화가 공개됐고, 총 10부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두 편씩 공개될 예정인데요. 이수연 작가는 동물을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을 위해 숲을 없애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비밀의 숲'을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배양육은 소재로 다루는 것일 뿐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진실을 쫓아가는 과정이 매우 흡입력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1, 2화까지 긴장감도 잘 유지되고, 배후가 누구인지도 궁금해져서 앞으로의 이야기가 계속 보고 싶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앵커]
총 10부작이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과학 이야기로 넘어가야 할 텐데요, 주제가 배양육인만큼 할 이야기가 상당히 많을 거 같은데요. 배양육이 무엇인가요?
[기자]
우선은 배양육 개발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인데요. 가축을 키우지 않고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워 실제 고기와 같은 식감과 맛을 낸 것을 배양육이라고 합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도축 없이 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2013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뒤 2015년부터 몇몇 스타트업이 배양육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고요. 2020년 싱가포르 정부가 배양육 닭고기를 승인했고, 2022년에는 미 FDA가 배양육 닭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지난해부터 미국에서도 일반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앵커]
동물 세포니까 콩이나 두부 같은 대체육은 아예 결이 다르네요. 그럼 미국에서는 실제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는 거고, 드라마 내용 소개를 해주실 때 배양액이 세균 덩어리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혼란이 붉어졌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잖아요? 실제로 배양액에는 어떤 게 들어가서 배양육을 만들 수가 있는 걸까요?
[기자]
배양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쉽게 설명해 드리면, 동물이 살찌는 과정이랑 같다고 보면 됩니다. 배양육의 토대가 되는 세포로는 최근에는 근육위성세포를 쓰는데요. 근육위성세포는 근육이나 피부에 상처 나면 재생역할 하는 세포로, 근육조직으로만 발달하기 때문에 배양 과정에서 화학물질 주입할 필요 없어 인체에 악영향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물의 근육위성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액에 담그는 과정 필요한데, 배양액으로 주로 쓰이는 물질은 소의 태아에서 추출한 혈청인 '소 태아 혈청'을 쓰고 있습니다. 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있는데, 산화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배양액을 보호해주는 아주 중요한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세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주는 데 배양액이 도움을 주고요. 이렇게 약 3주에 걸쳐 배양되는 세포는 반죽 같은 상태로 만들어지는데, 이후 지지체 등을 통한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고기 형태, 대부분 패티 형태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앵커]
여전히 생소한 느낌이기는 한데요. 육류를 인공으로 만든다는 건 뉴스에서 몇 번 본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인공 생선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배양육에 비해 해산물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대체 식품 개발이 더뎠지만, 최근 중금속이나 미세플라스틱 섭취 문제가 커지면서 이른바 '대체 생선' 개발 또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체 생선은 배양육보다는 대체육, 그러니까 콩고기처럼 식물 원료를 이용해 맛과 식감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스페인의 한 스타트업은 토마토와 해조류 추출물을 이용해 대체 참치를, 프랑스의 한 기업은 해조류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대체 훈제 연어'를, 미국의 식품 브랜드에서는 곤약을 이용해 대체 새우, 대체 게살을 개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체 생선 개발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한 기업은 대체 고등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미세조류와 버섯 뿌리를 이용해 뼈 없는 대체 생선살을 개발한 기업도 있습니다.
[앵커]
대체 생선, 대체 해산물도 많이 나오고 배양육도 그렇고요. 아직 판매가 많지 않던데, 상용화까지 남은 과제는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장벽이 높다는 겁니다. 배양육의 경우 2013년에 처음 만들었을 때 햄버거 패티 1장 가격이 무려 4억 원에 달했습니다. 2021년에는 배양육 닭가슴살 1파운드를 7.7달러까지 낮췄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서 판매한 일반 닭고기는 1파운드에 3.62달러였으니까 2배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죠. 이렇게 가격이 비싼 이유는 바로 배양액, 그러니까 소 태아 혈청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임신한 소를 도축한 뒤 혈청을 추출하는 거라 생산량이 적은 데다가 배양육은 가축을 도살하지 않고 얻는 고기인데, 배양육을 만들려면 임신한 소를 도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기업이 무혈청 배양액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육류 산업과 가격이나 생산량 부분에서 경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앵커]
드라마 '지배종'에서 배양육 이야기까지 해봤습니다. 경쟁력도 갖추고 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하는 배양육이 나오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도축이 더 생소해지는 날이 올 거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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