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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절벽타기의 고수 산양…폭설로 위기 맞아

2024년 03월 27일 16시 50분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오늘은 산양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하는데요, 보통 복슬복슬하고 흰 털을 가진 '양'은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산양은 정확히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번 시간에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네, 정말 양과 산양이 다르게 생겼다는 것은 저희가 알고 있는데 정확히 어떻게 다른 종인지는 문득 들으니까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네, 우리가 흔히 '양' 하면 떠올리는 털이 많은 양은 보통 면양이고요, 토종 품종이 아니라 호주에서 들여온 외래 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전통적인 양은 '산양'으로 봐야 하는데요, 산양은 엄밀히 말하면 우제목, 솟과의 동물로 솟과 동물 조상의 형질을 가장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어서 '살아있는 화석'으로도 불립니다. 예를 들어 포유류는 보통 발가락이 5개인데 그중에 일부가 발굽을 지닌 동물로 진화하면서 발 모양이 변형됩니다. 대부분은 발굽 부분은 움직일 수 없는데요, 산양은 발가락처럼 이 발굽을 벌려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진화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렇군요. 그럼 과거부터 우리나라에 살았던 양이라고 하면 방금 영상에 나온 것처럼 복슬복슬한 흰 양이 아니고 산양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산양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4종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 사는 산양은 아무르 산양, 또는 긴꼬리 산양으로 불리는 종입니다. 주로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 산림 지대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비무장지대부터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따라 주로 분포합니다. 산양은 4종이 모두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만큼 우리나라 산양도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고,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산지에 살고 있었지만, 이후 서식지가 파괴되고 산림이 개발되면서 개체 수가 크게 줄었고요, 1998년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습니다. 지금은 2006년부터 시작된 산양 복원사업 덕분에 개체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고요, 야생으로 돌아간 산양을 가끔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요즘은 귀한 몸이네요. 화면으로 봐도 면양과 산양이 확실히 다른데요. 사실 산양은 야생에서 쉽게 볼 수 없다 보니까 방금 화면으로 보니까 생각보다 꼬리도 좀 길고 고라니를 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생김새가 익숙하지는 않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언뜻 보면 양이라기보다 염소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산양의 속명이 라틴어로 '숲의 작은 염소'란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덩치로 보면 몸길이가 1m 안팎으로 염소보다는 큰 편이고 색깔도 회갈색으로 조금 다릅니다. 산양은 암수 모두 뿔이 있어서 이 뿔에 있는 주름으로 나이를 가늠할 수 있고요, 또 사자와 같이 수컷은 갈기가 있어 암수 구분이 쉬운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발굽의 형태가 산양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두 갈래로 갈라진 발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가장자리가 고무처럼 탄력이 있어서 절벽을 타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앵커]
저도 인터넷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걸어 다니는 산양 영상을 봤던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건가요?

[기자]
산양은 보통 고산 지대나 바위 절벽이 많은 험난한 산악 지대에 주로 사는데, 보통 해발 600~700m 이상, 경사가 30~40도 정도에 이르는 곳에 서식합니다. 몸집에 비해 발굽이 작아서 이런 경사에도 서 있기가 쉽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발굽이 부드러운 표면으로 되어 있어 암벽 사이를 걷는 데도 유리합니다. 또 다리가 굵고 튼튼한 편이라서 한 번에 2m 가까이 점프가 가능한데, 그만큼 높은 지역을 오르내리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적은 편입니다.

산양이 이렇게 절벽 생활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야생에서 약자인 만큼 늑대나 호랑이와 같은 포식자가 다가오면 절벽을 오르내리면서 피할 수 있도록 적응한 것인데요, 실제로 산양이 절벽에 바짝 붙어 서 있으면 암벽 색깔과 털 색이 비슷해서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겨울철 눈이 많이 오면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산악 지역은 상대적으로 눈이 적게 쌓여서 먹이를 구하기가 쉬워지고요. 산양의 번식 방법도 이런 산악지대에 살게 된 원인 중 하나인데요, 산양은 1년에서 2년 사이에 한 번 정도 짝짓기를 하고, 250일 정도 임신해 있다가 보통 한 마리, 아주 드물게 두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습니다. 번식률이 아주 낮은 편이다 보니 새끼를 무사히 키우는 게 중요하겠죠, 그래서 천적이 거의 드나들 수 없도록 바위 구멍에 보금자리를 만들어서 새끼를 낳고 기르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런 이유가 또 있었군요. 번식률이 상당히 낮다 보니까 산양의 수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또 최근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보니까 산양이 자주 목격이 됐다고요?

[기자]
네, 얼마 전 국내 산양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겨울 강원 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죽은 산양이 잇따라 발견된 건데요, 지난해 11월부터 2월 사이 신고된 산양 폐사 건수가 모두 277건으로 확인됐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해마다 산양 폐사 신고 건수가 20마리 안팎이었는데 지난겨울에는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 거죠.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사는 야생 산양 수가 2,000마리 정도로 추정되니까 지난겨울에 죽은 산양 수만 전체의 10%에 달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폭설로 인해 산양이 죽는 경우는 종종 있었는데요, 보통 눈이 많이 와도 빠르게 녹으면 산양이 먹이를 찾을 수 있는데, 올해처럼 잦은 폭설이 이어지면 지표면이 얼어붙으면 산양이 먹이를 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실제로 올겨울 먹이를 찾아 산 밑으로 내려와 사람에게 발견되는 산양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산양은 보통 사람과 100m 이상 거리를 두지만, 탈진 상태로 산에서 내려온 산양들은 도망도 못 가고 탈진해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폭설이 동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치명적인 떼죽음의 원인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기자]
네, 전문가들은 여기에 또 한 가지를 지적했는데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도로 근처에 쳐 놓은 울타리가 산양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겨울, 울타리 부근에서 죽거나 구조된 산양이 많았는데요, 먹이를 찾아서 도로 근처로 내려온 산양이 울타리에 막혀 길을 찾지 못하거나 주변 절개지에 빠져 탈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산양의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단절된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한데요, 특히 도로가 많은 국립공원 내에 생태 통로를 더 많이 마련해서 야생동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맞아요. 이런 공존을 위한 고민은 사람이 나서서 더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사이언스 ZOO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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