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양훼영
hwe@ytn.co.kr
[앵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서 지구는 온갖 기후재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부자 나라는 기후재난에 대응할 경제적 능력이 있어 피해를 덜 받지만, 기후변화의 책임이 없거나 적은 가난한 나라는 오히려 너무나 큰 피해를 받는다는 겁니다. 이러한 것을 '기후 불평등'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은 기후 불평등의 원인부터 대응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기후 불평등 현황부터 짚어주실까요?
[인터뷰]
올해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8)의 과제가 바로 글로벌 탄소 격차 문제입니다. 올해 11월 20일에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 등의 연구진이 전 세계 탄소 불평등을 정량화하는 연구 데이터를 발표했는데요. 가장 가난한 10%보다 가장 부유한 10%의 개인이 최대 40배나 더 많은 탄소배출을 하고 있고요. 또 선진국의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구성된 전 세계 10%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탄소를 많이 배출한 국가는 지구온난화에 더 많이 기여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탄소배출을 거의 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이 지고 있다는 연구는 많았는데 이번에 국가 간의 탄소배출 불평등만이 아니라 국가 내의 불평등도 심화 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각 국가 상위 10%의 사람들이 배출한 탄소량 연구에서 미국이 1위로 연간 56.5톤, 한국이 2위로 40톤이 약간 넘는 수준으로 우리나라도 잘 사는 상위 10%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지나치게 많은 나라이었지요.
[앵커]
정말 불평등이 심한 것 같은데요, 그럼 저개발 국가들이 겪고 있는 기후재난 현황은 어떨까요?
[인터뷰]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2년 2월 보고서에서 1970년에서 2019년 사이에 개발도상국에서 날씨, 기후 및 물 위험으로 인해 모든 사망자의 91%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들이 분류한 최저 개발국은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리는데, 유엔은 1인당 국민총소득이 1천18달러 이하인 나라를 칭합니다. 최빈국은 2022년 현재 46개 나라인데요. 아프리카에 33개 나라, 아시아에 9개 나라, 오세아니아에 3개 나라, 카리브 해 1개 국가가 있는데요. 이들 가장 가난한 나라의 인구는 총 11억 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지난 60년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배 가까이 증가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은 4배 늘어난 가운데 선진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은 58.6%를 차지했는데, 최빈국 비중은 0.5%에 그쳤다고 말합니다. 또 지난 50년간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의 69%가 최빈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기후재난에 매우 취약하고요. 갚아야 할 빚은 계속 늘어나 2022년에는 430억 달러에 달하는데, 빚으로 인해 기후재난 대비 인프라 구축은 물론 피해보상조차 못하고 있지요. 11억 명 가운데 5억7천만 명이 전기나 휴대폰도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재난방송 등 조기경보를 받지 못해 피해가 크다는 겁니다.
[앵커]
가난한 나라일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크게 받고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한 국가 내에서의 기후 불평등도 심각하다고요?
[인터뷰]
2023년 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 불평등연구소는 '기후 불평등보고서 2023'을 발표했는데요. 국가 간 불평등은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전반적인 불평등은 대부분 국가 내 불평등으로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탄소 불평등은 소수의 부자가 다수의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탄소배출을 하고 있음에도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받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보고서를 보면, 1990년에 세계 탄소 불평등의 62%가 국가 간 불평등이었는데, 2019년에는 64%가 국가 내 불평등으로 역전되었습니다. 2019년 기준 연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소득 상위 10%, 하위 50% 인구그룹별로 보면, 국가 내 불평등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요.
미국의 경우 소득 상위 10% 그룹은 70.3톤, 하위 50%는 10.5톤의 이산화탄소를 2019년에 배출했는데 소득 상위 10% 그룹이 하위 50%의 사람보다 연간 1인당 탄소배출량은 7배가 많은데요. 중국의 경우에는 이 차이가 13배 이상 늘어납니다. 전 세계적인 수치를 보면 가난한 나라일수록 국가 내의 불평등은 더 커짐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국가 간의 기후 불평등의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뷰]
올해 4월에 발표되었던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소득 수준이 낮고 기반 시설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기후위기에 취약하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기후위기 취약지로는 아프리카의 서부·중부·동부, 남아시아, 중남미 등을 꼽았는데 이 지역에서 최근 10년 동안 기후재난으로 숨진 사람은 타 지역보다 15배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는 나라들인데요. 기아, 가뭄, 홍수 등 극단적 기상 피해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극히 적은 최빈국에 집중돼 지구촌 불평등을 부채질한다는 거지요.
해수면 상승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남태평양 국가들도 탄소배출은 거의 하지 않고 직접적인 기후변화 영향을 받고 있고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소외계층에게 더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데요. 폭염은 자택 냉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빈곤층에 더 잔인하고, 폭우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난한 가족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요.
[앵커]
기후 불평등이 여성이나 장애인, 인종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진다면서요?
[인터뷰]
먼저 지금 어린 세대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요. 벨기에 공공대학 연구에 의하면 지구 기온 상승 3℃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평균적으로 2020년에 6살인 어린이는 산업화 이전 기후에서 살던 6살 어린이보다 평생 동안 산불과 열대성 저기압 2배, 홍수 3배, 흉작 4배, 가뭄 5배, 폭염 36배를 더 많이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지요.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여성이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요. 2022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환경재해에 직면했을 때 생존율이 더 낮은데다 재해 여파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에 매우 취약하다 보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지요.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에 의하면 아마존에서 홍수 등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여성들이 최대피해자라고 밝혔고요. 세계은행의 연구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네 마을에서는 2004년 쓰나미로 인해 남성보다 여성이 4배나 더 많이 사망했고요.
일본에서는 2011년 쓰나미 이후 장애인들이 인구의 7%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사망자의 거의 25%를 차지했습니다. 인종에 따른 불평등도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흑인이나 유색인종이 많이 사는 지역의 대기오염이 백인들이 사는 지역보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두 배나 더 높은데요 이것은 대기오염원인 중공업단지나 고속도로 등이 흑인 거주지역 등에 많이 집중되었기 때문이지요.
[앵커]
말씀 들어 보니깐 이런 기후위기가 인간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서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기후불평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저는 지금 부자나라들의 인식이 부자들이 비싼 음식을 잔뜩 시켜 먹고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음식값을 나누어 내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되는데요.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 간에 비용을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하느냐가 중요한데, 남에게 피해를 주었으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이 공정이라는 것이지요. ‘불평등보고서 2023’에서는 먼저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 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선진국들의 보상과 함께 개도국 스스로도 자국 세금제도를 개혁해 자본을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그리고 피케티 등의 학자들은 부유층들에게 더 많은 탄소세를 물려야 한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걷힌 자금을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적응에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국가 내의 기후 불평등 해결을 위해서는 "공해활동 누진세와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을 결합해 복지국가를 강화하고 사회적 보호를 제공해 배출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요. 올 당사국 총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손실과 보상문제가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공정하게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앵커]
네, 많은 국가들의 책임 있는 자세, 행동이 필요해 보입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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