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폭력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가해자들이 학교에서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고,
이에 대해 부모가 이의를 제기했더니 교육지원청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부모는 이의제기 자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의 모 고등학교 2학년 A군이 투신해 숨졌습니다.
부모는 아들이 숨진 뒤에야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처분을 요구했지만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6명 모두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선 가해자로 지목된 6명 가운데 4명을 포함한 8명이 공동 강요와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학폭위 부실 운영 혐의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A군 부모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학폭위의 '처분 없음' 결정도 바꾸려고 행정 심판을 청구했는데 또다시 교육 지원청이 막아섰습니다.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보호자는 행정심판을 요구할 수 없고
피해 학생이 숨졌기 때문에 보호조치 등을 할 수 없어, 부모에게 돌아갈 실익도 없다며 행정심판을 각하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 : (교육청의) 공식 입장인 게 아니라, 저희 쪽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 변호사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활동인 거거든요.]
학교폭력예방법에는 이의가 있을 경우 피해 학생은 물론 보호자도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2014년 부산에선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학생의 유가족이 가해 학생 처벌을 강화해달라고 행정심판을 제기하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유가족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건에서는 "피해 학생이 사망한 경우 보호자에게 별도의 독자적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학폭으로 숨진 자녀를 대신해 처분을 내려달라고 할 권리조차 앗는 건 피해자 측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원혜진 / 변호사 : 법원이 청구인 적격을 제3자에게 무한히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학폭위 사건에서는 학부모한테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이 있고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법상 행정소송 청구권이 명시돼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법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서 이런 경우에는 청구인 적격을 인정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학폭위 조치가 정정되지 않으면 가해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아무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숨져도 민형사 책임은 그대로 물을 수 있지만, 학생부에 형사처벌 내용은 기재되지 않기 때문인데, 학교폭력 가해자는 엄벌하고 진학 시 불이익도 주겠다는 교육 당국의 정책과 배치됩니다.
YTN 김현아입니다.
YTN 김현아 (kimhah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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