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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레드카펫] 알에서 아기가 태어난다면? 영화 '팟 제너레이션'…인공자궁 기술 임상 임박

2023년 10월 13일 16시 02분
■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레드카펫' 오늘도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기자]
'사이언스 레드카펫' 양훼영 입니다. 오늘 만나 볼 작품은 영화 '팟 제너레이션'입니다.

지난주 '크리에이터'에 이어 오늘 작품인 '팟 제너레이션' 역시 고도로 발달 된 인공지능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키워드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영화의 키워드는 '대신 낳아드립니다'입니다.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을 기계가 대신한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본 이 질문, 머지않은 미래에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영화에 담아냈습니다.

자연은 사라지고 인공만 남은 가까운 미래. 음식은 3D 프린터가 만들어주고 심신안정이 필요할 땐 인공 자연 기계에 들어가며 커피를 마시듯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미래의 뉴욕에 사는 레이첼과 엘비는 서로를 아끼는 사이 좋은 부부인데요. 인공지능 비서를 개발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레이첼은 사내에서도 인정받는 직원인데, 승진을 앞둔 어느 날, 상사에게 불려갑니다.

[가족을 늘릴 계획도 가지고 있나요?]
[그 추진력을 잃는다면 참 유감일 것 같아요]

[기자]
승진 특전으로 자궁센터 계약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던 자궁센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됩니다.

[기쁘게도 대기자 명단에 변동이 있어서요]
[2년 동안 대기자 명단이 꿈쩍 안 했거든요]

[기자]
자궁센터 견학에 홀로 다녀온 레이첼은 엘비와 상의 없이 덜컥 계약하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엘비는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아기가 알에서 나오게 대기를 건 거네]
[여성이 생물학적 희생에서 벗어난 역사적 쾌거인데]
[누가 메스꺼움을 견디며 16kg씩 찌고 싶겠어요]

[기자]
결국, 인공 자궁 팟을 통해 아이를 낳기로 하고 안정기가 지나, 팟을 집으로 데려옵니다.

[안녕 꼬맹이]

[기자]
엘비는 책을 읽어주고 일터에 함께 가는 등 팟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가며 교감을 시작하지만 레이첼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팟을 앞에 매고 있잖아]
[신경 쓰인다기보다 그냥 이해가 안 가요]
[유대감이 생긴 거야 기뻐해야지]

[기자]
뒤늦게라도 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팟과 함께 출근해보지만 이마저도 쉽진 않은데요.

[내가 자기라면 직장에 팟을 안 가져왔을 거야]
[산만한 엄마란 꼬리표 달기 싫지?]

[기자]
영화는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인공 자궁 팟을 통해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럼 분만하러 갈게요]

[기자]
영화 '팟 제너레이션'은 소피 바르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데요.

첫 장편 데뷔작 '영혼을 빌려드립니다' 에서는 육체에서 영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코믹하게 그려 해외 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요.

이번 영화인 '팟 제너레이션' 역시 올해 열린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영화에 수여하는 '앨프리드 P 슬론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SF영화마다 각기 다른 미래 기술들을 보여주는데, 팟 제너레이션은 색감이 돋보이는 영상미에 코믹적인 요소가 곳곳에 묻어나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준비해왔습니다. 인공수정하는 과정을 마치 영화를 보듯 두 사람이 함께 지켜보는 장면인데, 함께 보시죠.

[레이철의 난자로 아기를 만들 수 있어요.]
[피부 줄기세포만 있으면요]
[그러니까 남자가 꼭 필요하진 않아요]
[세상에, 레이철 정말 훌륭한 난자예요]
[감사해요]
[이제 갑니다]
[다 왔어요, 꼬마 친구가 난자 투명막과 접촉해요]
[이제 막에 변화를 일으켜 다른 정자의 진입을 막죠]
[그렇지]
[옳지 잘한다]
[수정란이에요!]

[앵커]
흥미로운 설정 속에서 윤리적 고민을 던지는 영화인데요. 양훼영 기자와 함께 영화 속 과학 이야기 좀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인공 자궁의 무엇인지부터 개념을 짚어주시죠.

[기자]
인공 자궁의 과학적 개념이 정립된 건 1924년입니다. 영국의 유전학자 존 B.S. 홀데인이 체외 발생이라는 개념을 정리하면서 인공 자궁이라는 단어와 개념이 나왔다고 보고 있는데요.

홀데인은 배아 수정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이 인공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을 체외 발생이라고 본 겁니다. 그러니까 인공 자궁이라는 개념인 거죠.

홀데인은 인공 자궁에 대한 개념을 자신의 논문에 쓰면서 "2074년이면 70% 이상의 인간이 체외 발생으로 출생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을 적어뒀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도 좀 일찍 태어나는 아기들이 지내는 인큐베이터가 있잖아요. 이건 인공 자궁이랑은 많이 다른 걸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현재 쓰고 있는 인큐베이터와 인공 자궁의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양수와 탯줄입니다. 이게 사실 자궁의 큰 특징이잖아요?

인큐베이터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각종 생명유지장치를 달아서 체온, 심박 수, 산소포화도 등을 체크를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서 건강 상태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하고 있는데요.

자궁 환경에서는 이런 특별한 기계 없이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자궁 환경을 굉장 모사하는 게 중요한데, 실제로 인큐베이터는 자궁 환경하고는 다른 그냥 박스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출산일이 빠를수록 생존율이 낮아지고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 자궁은 자궁 환경을 똑같이 모사하는 게 가장 특징이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탯줄이나 양수를 넣어서 아기가 필요한 산소,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탯줄과 양수를 이용하고 노폐물을 이를 통해서 처리하는 방식을 갖고 있는 것을 인공 자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정말 인공적으로 만든 사람의 자궁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동물실험이 이어지고 있는데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현재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태아연구센터 연구진들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기술력이 앞서있는 상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미 2017년에 인공 자궁에서 초미숙 양을 4주간 키우는 데 성공했는데요.

인간 임신 주기로 따지면 23~24주에 해당하는 초미숙 양을 제왕절개로 꺼낸 뒤, 비닐백 형태의 인공 자궁에 넣어 키운 겁니다.

이 인공 자궁에서는 양수와 탯줄까지 구현한 것이 특징인데, 인공양수 통해 초미숙 양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또 탯줄을 통해 양에 심장에 있는 여러 가지 혈액이나 영양분 같은 것들이 태반으로 이동이 되고 거기서 혈액을 공급받고, 영양분을 공급받고, 그리고 노폐물을 제거한 뒤에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실제 자궁 환경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서 4주가 지난 후에 이 양이 실제로 안에서 털이 자라는 거까지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양이 인공 자궁에서 자라는 실험은 있었는데요. 인간 태아를 대상으로 한 자궁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기자]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공 자궁 실험은 진행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지난달 인공 자궁의 인체실험 허용 여부를 FDA에 신청했는데요.

FDA는 인공 자궁 기술의 가능성과 안전성 문제 등을 논의했는데, 아직 회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요. 미국 연구진 이외에도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공대 등도 함께 연구 협력을 해서 지난 2016년부터 조산아를 살리기 위한 인공 자궁 기술 개발 중이고요.

미국 호주 일본 공동 연구진과 기업이 컨소시엄 구성해 산학협력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이 개발 중인 인공 자궁 기술은 실제로 인공 자궁이라는 전체 개념, 그러니까 착상부터 출산까지 이 전체 과정을 수행하는 건 아니고요.

탄생에서 출산이 아닌 극 조산아,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했던 빨리 태어날 수밖에 없는, 극 조산아들이 안전하게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커서 태어날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장치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좀 주목해야 합니다.

실제로 22주 이전에 만약에 태아가 자궁 밖으로 나오면 생존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요. 28주 이후 태어나면 생존에는 문제없지만,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해야 하고 그리고 인간은 폐랑 뇌가 자궁 속에서 가장 뒤늦게 성숙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조산아의 경우에는 폐가 미쳐 발달하지 않고, 뇌가 미쳐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천식이나 간질, 뇌성마비 등의 각종 질환을 얻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조산아, 초미숙아와 같은 기존의 인큐베이터보다 조산아를 보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인공 자궁 기술을 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언뜻 생각해보면 노산에 염려도 줄일 수 있고, 영화에도 나왔습니다만, 여성의 희생도 줄일 수 있으니까 장점이다, 라고 볼 수 있는 점도 있을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클 거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노산도 있고,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불임 부부도 있을 거고요. 그리고 조산아로 태어난 아기를 살리는 게 우선 지금으로써 인공 자궁 기술의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분명 꼭 필요해 보이는 기술로 보입니다.

또 최근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줄어드는 나라들이 많은데, 이때에도 인공 자궁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임신의 순간부터 출산까지 10개월의 시간 동안 겪는 수많은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변화들은 현재는 여성만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좀 자유롭게 된다면 출산을 꺼리게 되는 문화 자체도 바뀌지 않을까 보는 건데요.

하지만 임신 과정이나 출산의 고통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딱 태어난다? 이러면 아이를 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는 거죠.

근데 영화에서는 실제로 자궁센터 앞에서 팟이 오히려 여성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인공 자궁이 여성에게 또 다른 해방을 줄 수도 있지만, 여성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인공 자궁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알 수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여성들이 모두 인공 자궁을 통해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임신하는 경우도 볼 수 있고요, 자궁센터의 대기가 길어서, 또는 비용이 비싸서 등의 이유였습니다. 인공 자궁이 또 다른 불평등이나 하나의 계급으로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는 정말 여러 가지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아이의 친부모권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인공 자궁의 오작동이나 고장으로 인한 태아의 권리가 침해될 때는 어떻게 할지 등 많은 부분에서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인공 자궁 기술 자체가 사실상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불안과 위험이 될 수도 있는 만큼 기술적인 발전 이외의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윤리적인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자연과 윤리, 그리고 과학은 항상 나오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인데요. 인간의 탄생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많은 연구와 논쟁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레드카펫! 팟 제너레이션과 함께했고요. 오늘 말씀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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