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 이야기 나눠볼 동물은 펭귄인데요, 귀여운 생김새와 걸음걸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동물이죠. 펭귄은 더운 지역인 남미 갈라파고스부터 추운 지역인 남극대륙까지 남반구에만 모두 18종이 살고 있습니다.
[앵커]
펭귄 하면 우선 '날지 못하는 새'라고 생각하잖아요? 어쩌다 펭귄이 새인데, 날지 못하게 된 걸까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펭귄은 조류가 맞지만, 날 수는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펭귄도 하늘을 날면서 물로 하강해 물고기나 오징어를 사냥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남극이 형성되기도 전인 6천만 년 이상 전에 비행 능력을 잃으면서 잠수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펭귄의 날개는 딱딱하고 평평한 물갈퀴로 변형됐고요, 날개깃은 물을 차단하는 물질을 생성하면서 방수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또 가슴뼈는 날개가 마치 지느러미처럼 물속에서 움직이기 편하도록 변하게 된 거죠.
[앵커]
원래 가지고 있던 비행 능력 대신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변했다는 건데요, 이렇게 펭귄이 잠수 능력을 키워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과거에 과학자들은 펭귄이 하늘을 날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땅 위에 천적이 별로 없어서 굳이 하늘을 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펭귄의 진화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요, 펭귄의 친척뻘인 바다오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 봤더니 잠수할 때의 에너지 소모는 아주 적은 반면, 하늘을 날 때는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늘을 나는 능력과 잠수 능력을 모두 가진 바다오리처럼 펭귄도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쓰다가 어느 순간,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 거죠.
한 마디로 펭귄에게 하늘을 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행동이었고요, 이런 능력을 포기하는 대신 잠수에 주력해 먹이를 잡아먹게 되면서 날개도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깐 비행 대신 수영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군요, 언뜻 봐도 펭귄이 물속에서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요, 펭귄의 헤엄치는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펭귄은 물속에서 시속 35~40km까지 헤엄칠 수 있습니다. 펭귄의 날개는 새보다 짧고 평평한대요, 털이 비늘처럼 가는 모양으로 덮여 있어서 피부와 물 사이에 공기를 모으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헤엄칠 때 물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거죠. 최근에는 펭귄의 날개 움직임을 유체역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요,
펭귄은 물속에서 '페더링'이라는 움직임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페더링은 보통 헬기 같은 회전익 항공기가 프로펠러를 비행 방향에 수직으로 만들어서 저항을 줄이고 더 멀리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펭귄은 날개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페더링을 통해서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는 것입니다. 이런 날개의 움직임 덕분에 펭귄은 출발과 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방향 조절은 물론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것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펭귄이 단순히 헤엄을 칠 수 있도록 진화한 게 아니라 물속 생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발달해온 거네요. 또 펭귄은 물속에서 빠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펭귄은 잠수 실력도 뛰어난데요, 보통 9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고 일부 펭귄의 경우는 450m까지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의 경우 뛰어난 잠수 실력을 보여주는데요, 과학자들이 황제펭귄 20마리에 꼬리표를 부착해서 1년 정도 위성으로 추적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 결과, 이 펭귄들은 모두 9만6천 번 이상 잠수를 했고요, 잠수 시간은 최대 32분까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32분이면 정말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는 건데요, 사실 폐로 숨 쉬는 건데 어떻게 이렇게 잠수를 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렇게 펭귄이 잠수를 잘할 수 있는 것은 혈액 속에 있는 산소를 효율적으로 조절하기 때문인데요, 황제펭귄은 물속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 심장 박동을 분당 3회 수준으로 낮춥니다. 또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을 억제해서 일종의 무산소 호흡 상태로 수영을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잠수할 수 있지만 무산소 호흡을 하는 동안 근육에 쌓이는 젖산 농도를 낮춰줘야 합니다. 그래서 펭귄은 수면에 올라오면 다시 심장박동을 최대 분당 250회 정도로 올려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또 펭귄의 잠수에는 사람과 닮은 점이 있는데요, 사람도 깊은 물에 들어갔다가 급하게 올라오면 몸속에 있는 이른바 잠수병이라고 부르는 감압병이 나타나죠. 몸속에 쌓인 질소가 다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생기는 증상인데요, 이 때문에 물속에서 올라올 때는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올라와야 합니다. 펭귄도 마찬가지인데요, 펭귄은 이런 잠수병 증상을 피하기 위해 수면에 도착하기 전에 바닷속에서 잠시 멈춘 뒤 비스듬한 각도로 수면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앵커]
과거에는 하늘을 날던 펭귄이지만, 이제는 어떤 동물보다도 효율적으로 바다 생활을 하고 있네요.
[기자]
펭귄은 또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시간에 하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하마의 배설물이 물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 전해드렸는데요, 펭귄은 바닷물에 이로운 동물입니다. 최근 스페인 연구팀이 남극해에 사는 턱끈펭귄을 대상으로 연구해 봤는데요, 이 펭귄들이 연간 521톤에 달하는 철분을 바닷물에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극해는 연간 100억 톤의 탄소를 흡수해서 바닷속에 잡아두는 역할을 하는데요,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광합성 하는 역할을 식물플랑크톤이 해줍니다.
그런데 남극해의 찬 바닷물에는 식물플랑크톤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철분이 부족한데요, 동물들의 배설물이 이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염고래가 배설물을 통해서 바닷물의 철 순환을 돕는다는 사실은 알려졌었는데요, 펭귄 역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이번에 알려진 거죠. 특히 턱끈펭귄은 먹이의 90% 이상이 크릴이기 때문에 배설물에 철분 함량이 많고요, 펭귄 서식지 주변 바닷물의 철 농도는 먼바다보다 3천 배나 높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앵커]
배설물이 어떤 생물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이 된다는 게 생태계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펭귄하면 무리생활 하기로 유명하잖아요?
[기자]
네, 펭귄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허들링'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펭귄들이 혹한을 견디기 위해 서로 모여 있다가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지면 서로의 위치를 바꿔주는 행동이죠. 이렇게 한겨울 추위를 무리가 서로 도와가면서 견뎌내는 것입니다.
또 펭귄은 무리 속의 다른 펭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또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암컷 펭귄은 자신의 새끼를 잃으면 다른 어미의 새끼를 도둑질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보통은 번식을 위한 본능이라고 보지만, 펭귄의 경우는 순전히 감정적인 이유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고 알려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다른 암컷들은 원래 어미가 새끼를 뺏기지 않도록 돕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펭귄의 행동을 예로 들어 동물이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펭귄은 아픈 동료를 진정시켜주거나 다른 무리의 동료를 인지해서 구분하는 등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가 말하기로는 좀 공감하고 사회적인 능력도 지능이랑 연관이 있다 이렇게도 말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펭귄이 상당히 똑똑한 동물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렇게 사회성이 발달한 것이 인지 능력과 같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합니다. 남극 아델리펭귄을 대상으로 '거울 테스트'를 해봤는데요, 펭귄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들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알아본 것입니다.
보통 동물행동학에서 거울 테스트는 자기 인식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이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침팬지 등의 유인원을 비롯해서 코끼리나 돌고래, 까치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인도 연구팀은 펭귄이 사는 곳에 가로 24cm, 세로 36cm의 거울을 세워놨고요, 아델리펭귄은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판지로 입구만 뚫어놓고 세 면을 막을 상태에서 거울을 안에 세워 놓자 펭귄이 그 안에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하듯 몸을 흔들었는데요, 다가서거나 공격하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다른 개체로 여기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얼굴 부분을 스티커로 가려두자 펭귄이 스티커를 떼어내려고 부리로 쪼기 시작했는데요, 거울에서 자기 얼굴이 사라지자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펭귄들은 목에 턱받침을 달아주자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마지막 실험은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아델리펭귄이 부분적으로는 자기 인지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단 번식지에서 사회적으로 복잡하고 서로 연결된 삶을 사는 만큼 어느 정도 자기 존재를 감지하고 주관적인 자기 인지 능력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펭귄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 알아봤는데요, 최근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파괴돼 펭귄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데,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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