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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소리 다 듣겠네!] 영겁을 뛰어넘는 은하 연구!… 우주 시뮬레이션

2023년 09월 04일 16시 28분
[앵커]
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다른 별들과의 역학 관계에 따른 변화를 거쳐 소멸에 이르는 일대기는 은하라는 거대한 별 무리 속에서 이뤄지죠.

하지만 은하는 그 공간과 시간의 규모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규모라, 실사 관찰을 통한 연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슈퍼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우주 시뮬레이션' 연구가 불가피한데요, 오늘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 신지혜 /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안녕하세요. 스물여덟 번째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신지혜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영상은 가상 우주에서 확인한 가장 큰 은하단의 모습인데요, 오늘은! 이러한 우주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별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은하란 무엇이며, 은하가 왜 중요한가?!

[ 신지혜 /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네, 은하는 우주의 구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인데요, 간단히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다시 수백억 개의 별들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들과 천체는 모두 이 은하 안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하 안을 떠돌아다니던 가스구름이 뭉쳐지면 별이 만들어지는데, 수명을 다한 별들은 폭발 현상과 함께 다시 주변의 가스구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물질은 형태를 바꿔가며 은하 안에서 유기적으로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은하는 아주 큰 거대 생태계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은하는 매우 다양한 특성과 모양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나선 팔을 지니고 있는 원반 형태의 은하도 있고, 계란처럼 타원 모양을 하고있는 은하도 있습니다. 은하가 한 번 생성되면 그 이후로 모양과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억 년에 걸쳐 서서히 변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우리는 ‘진화한다.’라고 표현하죠. 또, 은하는 모든 천체들이 생겨나는 보금자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은하의 생성과 특성,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Q.은하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과 필요 사항은?!

[ 신지혜 /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네, 먼저 은하를 아무리 잘 이해하려 해도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명백한 한계가 있죠. 인간에 비해 규모는 훨씬 크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에 비해 은하가 너무 천천히 변한다는 건데요, 최첨단의 관측 기술을 동원해 은하를 관측해도 한순간에 멈춰 있는 은하 사진을 찍는 거에 불과하죠. 단편적인 모습으로 은하에 대해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은하의 특성과 진화에 대한 인과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엔 쉽지 않아요. 그 대안으로 은하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컴퓨터를 통해 모형화해서 구현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걸 우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요, 가상의 우주를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면 공간, 규모,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려면, 잘 설계된 수치 모형이 필요한데요, 수치 모형을 설계하는 과정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가상의 우주실험실을 세팅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버그가 들어가면 실제 우주와는 영 맞지 않는 엉터리 우주가 만들어지겠죠. 때문에 정밀함과 정확성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등에 따라 수치 모형 설계에 필요한 노력이 달라집니다. 세계 최대급 규모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데에는 십만 줄 이상의 코딩이 필요하죠.

Q. 가상우주 필요 이유와 실제 우주와의 싱크로율은?!

[ 신지혜 /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음...우선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가상의 우주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가 아니니까요. 아무리 막강한 슈퍼컴퓨터와 정교한 수치 모형을 사용한다고 해도, 실제 우주를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실제 우주와 유사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공간이나 규모, 시간 등에 제약이 없는 가상 우주 결과를 실제 관측 결과와 다 각도로 비교해 나가면 은하를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이해의 틀을 확장해나갈 수 있겠죠. 만약, 관측과 시뮬레이션 간에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가상 우주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쓰인 과학적 가설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실패 역시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가상 우주 활용한 대표 프로젝트는?!

[ 신지혜 / 천문연 광학천문본부 선임연구원 ]
네, 2019년에 국내 세 연구기관이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Horizon Run 5를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시뮬을 수행하기 위해선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수치 모형이 필요하고, 컴퓨터 계산량 역시 매우 방대하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는 것은 곧 매우 빠른 속도의 슈퍼컴퓨터와 매우 정교하고 효율적인 수치 모형을 사용했단 걸 의미하는데요. 저희는 도입 당시 세계 11위 규모에 달했던,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인 ‘누리온’을 약 3개월간 사용해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Horizon Run 5 결과는 은하 및 우주거대구조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Horizon Run 5를 준비하고 수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왜소하고 어두운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가장 정밀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새로운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DARWIN’을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차세대의 은하 관측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는 이론적 해석의 틀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DARWIN 시뮬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현대우주론이 맞닥뜨리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대한 과학적 이해에 사명을 지닌 저희 천문학자들이 앞으로도 우주에 대한 이해를 제약 없이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면서 이상 오늘의 별소리를 마치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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