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멕시코만에서 북유럽 쪽으로 흐르는 따듯한 해류인 '멕시코 만류'가 이르면 2025년부터 2095년 사이 갑자기 사라져 엄청난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멕시코 만류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 참 충격적인데요. 누가 발표한 건가요?
[인터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의 디틀레우센 교수 등은 7월 25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AMOC)의 다가올 붕괴 경고'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멕시코 만류 등이 2025~2095년 사이에 큰 변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주장했는데요. 연구팀은 대서양 해류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1870~2020년 해수면 온도 기록을 활용했으며, 예측 모형을 통해 순환류 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기 경고 신호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런 분석 결과는 지구의 탄소 배출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 늘어난다는 걸 전제로 한 것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해수 순환은 최근 150년 동안 유의미한 수준으로 불안정해졌는데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지방 얼음이 녹고, 담수가 유입되면서 극지방의 염도가 낮아지면서 고위도에서 바닷물이 더 천천히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이 연구의 분석과 전망은 가능한 한 보수적인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류의 붕괴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 붕괴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게 정확히 무엇인가요?
[인터뷰]
바다에는 두 가지의 큰 순환이 있는데요. 하나는 바람에 의해 발생한 표층순환(surface circulation, 表層循環)으로, 바다의 표면에 흐르는 해류는 우세한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넓고 느린 표층수의 흐름입니다. 이 해류는 순환하면서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그런데 바다 깊은 곳에는 표면과 다른 흐름이 있는데요. 바닷물의 염분이 많거나 더 차가운 물은 밀도가 커지면서 무거워지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극지방에서는 날씨가 춥기에 빙하가 많이 생기면서 소금은 얼지 않고 물만 얼게 되면서 염분농도가 높아지고 또 해수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서 그린란드 인근 바다의 바닷물이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 밑으로 내려간 바닷물은 적도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느릿느릿 흘러가면서 바다 깊은 곳에서도 해류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 순환을 기온과 염분 때문에 생기는 순환이라는 뜻이 담긴 열염순환(熱鹽循環)이라 부르는데요. 그림에서 보시면 푸른색 해류가 차가운 열염순환이고 빨간색 해류가 표층순환입니다. 그런데 그린란드 인근에서 바닷물이 심해로 가라앉게 되면 멕시코 만류가 북극으로 올라와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난류를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 영어로는 AMOC라고 부릅니다.
[앵커]
열염순환의 핵심적인 부분이 멕시코 만류인 것 같은데, 여기가 사라지면 기후 변화가 엄청나게 다가올 수 있단 말씀이시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연구팀은 AMOC의 마지막 붕괴가 일어난 것은 1만28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때라고 설명했는데요. 당시 세계는 따듯해져 가다가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1천 년 이상 빙하기가 지속되었습니다. 당시 애거시 Agassiz 호수를 이루던 천연 댐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민물이 북극 쪽 대서양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북대서양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너무 낮아지다 보니 물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않았죠. 그러면서 심해 해류 순환이 중단되었고요. 이로 인해 AMOC가 사라지면서 빙하기가 닥친 것이지요.
소빙하기(Younger Dryas)라 불리는 이 시기에 노르웨이의 기온은 지금보다 7~9℃ 정도 낮았으며, 남유럽마저도 거의 빙하기로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재난 영화 투모로우가 바로 이 사건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겁니다.
물론 지금은 열염순환을 변화시킬만한 거대한 호수는 없지만 지구 온난화는 거대한 호수보다 더 무서울 수가 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북극 빙하가 녹고 비가 내리면서 그린란드 인근 바닷물의 염분농도가 떨어지면 열염순환이 중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열염순환이 중지되면 AMOC도 사라지겠지요. 이 흐름이 끊기면 가장 직접적으로 미국과 북유럽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폭풍이 늘어나고, 북미 동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할 위험이 있으며 전 세계의 기후가 엄청나게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해수의 순환, 그리고 AMOC가 지구의 열에너지 균형을 맞춰주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AMOC의 붕괴 원인이 지구온난화가 있다고요?
[인터뷰]
연구팀은 AMOC가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연구 기간에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즉 온실가스 증가를 AMOC 붕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AMOC 교란 주범으로는 온실가스 농도와 지구온난화를 꼽았는데요. IPCC는 인류가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이미 1.2℃ 올랐고 현재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는 2∼3.6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AMOC가 약화 되는 원인으로 폭우에 따른 강수 증가로 인해 그린란드 해역으로 담수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것과 AMOC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는 걸 보니 지구 온난화가 큰 원인이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AMOC가 약해질 것이라는 연구가 이전에는 없었습니까?
[인터뷰]
AMOC에 관한 연구는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는데요. 2015년에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 연구팀은 AMOC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AMOC 과정 중에서 무거운 한류가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바다에 용해된 이산화탄소를 함께 심해로 가두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AMOC가 지난 15~20년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을 0.8도 정도 상쇄했다고 주장합니다. 영국과 독일, 그리스, 미국 등의 연합연구팀은 2018년 4월에 AMOC 세력이 20세기 중반 이후 15% 떨어지면서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을 이끈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소널리 박사는 "AMOC가 지구 기후 시스템에 실질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으며 만약 AMOC가 더 약화 될 경우 결과는 혹독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독일의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2021년 8월에 인간이 초래한 유례없는 지구 온난화로 AMOC의 기능이 '거의 완전히 상실된 상태'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니클라스 보어스 연구원은 "AMOC의 기력이 다 하면서 평형이 붕괴 될 위험이 더욱 커졌다"고 밝히면서 AMOC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앵커]
금세기 안에 AMOC가 사라지고 또 멕시코 만류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연구를 문제점이 있다, 이렇게 지적한 학자들도 있다고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코펜하겐 대학의 이번 해류 연구는 해수 온도를 해류 속도 예측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결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가정과 미지의 변수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요헴 마로츠케 독일 막스플랑크(MPI) 기상연구소 단장은 "수학적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처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물리적 기반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고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데이비드 톤 낼 레이 교수도 "이번 연구는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조너선 뱀버 영국 브리스틀대학 소장은 연구팀이 세운 가정에 다른 가정을 적용하면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고요. 니클라스 보어스 독일 뮌헨공과대학 교수도 "급격한 변화 시점(티핑 포인트)에 대한 모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언제 해류에 큰 변화가 일어날지를 예측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23년 발표한 6차 보고서에서 이 순환류가 21세기 중에는 붕괴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AMOC 붕괴가 언제 나타날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이 연구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더 가깝게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이다.라고 말하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앵커]
학계에서 이견이 있긴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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