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수창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3D 프린팅기술로 체내 장기 등의 인공조직을 만들 때 사용되는 생체 재료를 '바이오잉크'라고 부르는데요, 아무래도 민감한 인체에 바로 적용되는 만큼 부작용의 우려가 늘 있었죠.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체내에서 생분해돼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조직 재생까지 유도하는 바이오 잉크를 개발하고 있어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의 송수창 책임연구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개발하신 바이오 잉크, 어떤 건지 직접 소개해주실까요?
[인터뷰]
먼저, 바이오 잉크를 알기 위해서는 3D 바이오 프린팅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3D 바이오 프린팅은 생체의 조직이나 장기와 같은 3D 형태의 구조체를 3D 프린터에 의해 인쇄하고 이 구조체가 특정 생체 조직이나 장기로 재생되도록 하는 생체재생 시스템입니다.
바이오잉크는 3D 바이오 프린팅에서 특정 형태의 조직과 같은 지지체를 프린팅에 의해 제작하는데, 쓰이는 잉크 재료입니다. 따라서 바이오 잉크는 두 가지 기능이 요구되는데 첫 번째는 프린팅되면서 3차원 지지체를 모양을 제작할 수 있는 물리적인 특성을 가져야 하고 두 번째는 체내에서 특정 조직이나 장기로 재생되어야 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으면서 조직 재생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 잉크는 상온 이하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고, 체온에서 높은 물리적인 강도를 가지는 특성을 가져 3D 프린터기의 온도조절만으로 높은 해상도의 3차원 지지체를 출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직 재생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인 성장인자를 포함하여 원하는 조직으로 재생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바이오 잉크입니다.
저희는 이번 연구에서 뼈 재생용 바이오 잉크를 설계하였고요, 동물의 뼈 손상 모델에서 8주 동안 손상된 뼈 조직이 재생되고 바이오 잉크는 생분해된 것을 확인하여, 기능적인 유효성과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하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존에도 이런 바이오잉크가 있었을 텐데요, 지금 연구원님께서 개발하신 바이오 잉크와 기존 바이오잉크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다를까요?
[인터뷰]
기존의 대부분의 바이오 잉크는 안정적인 3차원 지지체를 제작하기 위해 3D 프린팅 과정 중 광경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광경화 과정은 바이오 잉크의 분자들을 서로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주어 재료의 물리적 강도를 증가시키는 과정으로 광가교제와 자외선이 사용됩니다.
좀 쉽게 말하자면, 3D 프린팅 과정 중 소프트한 바이오 잉크가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지기 위해 일종의 화학약품을 바이오 잉크에 포함 시키고 자외선을 쪼여야 한다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독성문제로 임상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잉크는 추가적인 화학적 가교 과정 없이 온도 조절만으로 물리적인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바이오 잉크의 분자구조는 물과 친한 친수성 부분과 물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 부분이 공존해서, 저온에서는 친수성 성질로 물 안에서 액체 상태가 되고, 온도가 상승하여 체온이 되면 소수성 상호작용이 강해져 소수성 부분끼리 뭉쳐지면서 가교 구조를 형성하는 원리입니다.
이처럼 친수성과 소수성 상호작용이 온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성질을 이용하여, 온도조절에 따른 물리적인 강도를 조절하는 바이오 잉크를 제작하였고, 보시는 바와 같이 높은 해상도의 3차원 지지체를 제작하였습니다.
또한 기존의 바이오 잉크는 조직 재생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외부 세포를 혼합하여 인쇄하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이는 비용적 문제와 면역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 잉크는 조직 재생에 도움을 주는 성장인자를 잉크 지지체 내에 오랜 기간 동안 포함 할 수 있어, 외부 세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닌 주변 조직으로부터 자가 세포를 유입시키고, 증식, 분화 등을 유도해 이식 세포에 대한 면역반응 등의 부작용이 없는 조직 재생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차세대 바이오 잉크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물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려 주시죠.
[인터뷰]
바이오 잉크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의 머리뼈 손상 모델에서 바이오 잉크의 효능을 검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KIST 연구동물자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아) 쥐의 두개골 손상 모델을 제작하였고, 개발한 바이오 잉크를 이용해 손상 부위에 맞는 3차원 지지체를 제작하여 이식하였습니다.
뼈가 재생되는 과정과 바이오 잉크가 분해되는 과정을 8주까지 관찰하였을 때, 이식된 바이오 잉크는 42일 동안 천천히 생분해되었고 8주 후 손상된 뼈 조직이 거의 정상 뼈 수준으로 재생된 결과를 얻었습니다.
[앵커]
구멍이 나 있는 뼈의 일부가 개발한 바이오잉크 소재로 메꿨더니, 뼈가 다시 생성됐다는 건데 어떤 원리인가요?
[인터뷰]
개발된 바이오 잉크는 성장인자와 상호작용하여 일정 기간 프린팅된 지지체 내에 잡고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전환 성장인자 (TGFβ1)와 골 형성 단백질 (BMP-2)를 바이오 잉크에 도입하여 뼈 재생용 바이오 잉크를 제작하였습니다.
이 바이오 잉크로 제작된 3차원 지지체를 뼈 결손 부위에 이식하면 이 지지체 안에 있는 성장인자가 주변 조직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지지체 내에 유입되도록 유도 시키고 유입된 줄기세포는 골 형성 단백질에 의해 뼈세포로 분화되고 이 뼈세포가 뼈를 형성시키게 된 것입니다. 즉, 포함된 성장인자들이 뼈가 재생될 수 있도록 하는 시그널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부 줄기세포 도입 없이도 자가 줄기세포들이 유입되어 손상된 뼈가 재생되도록 유도된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깐 개발하신 바이오 잉크에 뼈 재생용 인자를 넣었더니 뼈 재생용 바이오 잉크가 된 것이라는 말씀을 들어보면 목적에 따라서 잉크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조금 전에 기존에 바이오잉크는 광경화 과정이 있어서 체내에서 독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광경화라는 말이 어려워서요,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기존의 바이오잉크들은 물성이 약한 형태로 프린팅에 사용됩니다. 때문에 물리적인 강도를 강화 시키기 위해 광경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광경화로 인해 재료의 화학적 결합이 강화되고, 물리적인 특성도 좋아지지만, 경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경화제가 높은 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경화가 필요한 바이오잉크들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저희가 개발한 바이오잉크는, 단순한 온도조절만으로 물리적인 강도 조절과 3차원 형상구현이 가능 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고, 높은 생체적합성의 인공조직 구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온도 조절이라는 게 상온 이하의 저온에서 체온까지만 올려주면 자동으로 강경화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앵커]
또 개발하신 바이오잉크 물질이 조직을 다시 재생을 시키고 다시 생분해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건 또 어떤 원리일까요?
[인터뷰]
개발된 바이오 잉크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화학적인 가교 결합으로 연결어 형성되는 지지체 구조가 아니고 물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 상호 작용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체내에서 비교적 용해되기 쉬운 가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지체를 형성하는 물질이 생분해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생채에 있는 물과 효소 등에 의해 시간에 따라 서서히 분해됩니다.
즉 이 지지체는 주변 조직으로부터 세포가 바이오 잉크 내로 유입되고 뼈 조직을 만들어내면서 바이오잉크 지지체는 체내에 있는 물과 효소 등에 의해 생분해되어 없어지는 것입니다.
[앵커]
체내에서도 녹아서 사라진다고 하니깐 안전성 있는 큰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요, 조금 전에 쥐 두개골 실험을 말씀해주신 것처럼 지금 개발하신 바이오잉크는 뼈 재생에 특화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뼈 이외 피부나 근육 같은 다른 장기를 만드는데도 사용 할 수 있나요?
[인터뷰]
저희 인체는 각 조직에서 작용하는 성장인자 등과 같은 여러 물질들의 작용으로 인해 특정조직으로 분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뼈 조직을 유도할 수 있는 성장인자를 사용한 것이고요. 이외에도 피부나 근육 연골 등의 다른 조직은 포함하는 성장인자를 다르게 조절하여 적용하면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고, 후속연구로 현재 개발된 바이오잉크를 '상처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 잉크는 뼈 조직 재생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닌, 말씀해 주신 피부나 근육조직 재생을 포함한 범용적으로 조직 재생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잉크로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상용화된다면,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나요?
[인터뷰]
최종 목표는 실제 시술 및 수술 과정 중에 환자에 맞는 지지체를 바로 제작하여 줄기세포 없이 이식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환자마다 재생시켜야 하는 조직 또는 장기의 손상 정도가 다양한데 단시간에 환자에게 맞는 조직재생을 유도하는 성장인자 등이 포함된 3차원 지지체를 제작하여 환자의 결손 부위에 적용하고 특정 조직재생을 유도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재생의료 기술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환자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거나 외부의 세포를 적용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 독성 등의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앵커]
앞으로 치료가 획기적인 모습으로 바뀌겠다 이런 기대가 되는데요, 그렇다면 상용화되기까지 남은 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터뷰]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범용적인 질병 치료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된 바이오 잉크 기반으로 새로운 조직 재생에 적용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제품 개발 측면에서, 해당 바이오잉크는 동물실험 등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연구용 바이오잉크 제품 출시는 올해 안에 가능할 것 같고요.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다음 스텝인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임상시험은 식약처 허가를 통해 진행되므로, 현재 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KIST 출자회사인 ㈜넥스젤바이오텍에 관련 기술을 이전하여 상용화 연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앵커]
상용화되면 매우 유용할 것 같은데요, 이런 바이오잉크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인터뷰]
3D 프린팅기술은 예전부터 활발히 개발되어 3D 프린팅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은 많이 발전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응용범위와 이점이 많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는데, 이유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에 사용 가능한 바이오 잉크의 완벽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광경화 방식에서 벗어난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 하고 임상 적용까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바이오 잉크플랫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개발을 시작했었습니다.
[앵커]
산업계에 큰 혁명을 가져온 3D 프린팅 기술이 의학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 오고 있는데요. 이번 '바이오 잉크'가 의학계에 있어 큰 혁명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KIST 송수창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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