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K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난달 27일과 28일 양일간 북쪽에서 내려온 한파로 인해 아열대기후구에 속하는 타이완에서 146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당시 타이베이의 기온이 영상 6도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영상 6도의 기온에서 146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방금 저희 말을 들으시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 타이완에서 그리 심하게 춥지 않은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게 거의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면서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일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대만의 경우 거의 연례적으로 겨울에 한파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요. 최근 6년간 자료를 봐도 2016년 1월 말에 영상 4도의 한파가 몰아치면서 50여 명이 동사했고요. 2017년 2월에도 영상 7도의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154명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습니다. 2018년 2월에도 영상 10도의 기온에 134명이 숨졌고요. 2021년 1월에는 북극한파의 남하로 영상 7도까지 떨어지면서 타이완에서 126명, 홍콩에서 24명이 사망했었지요.
그리고 작년 12월 19일에 다시 북극한파가 내려오면서 영상 5도에서 8도 정도를 기록하면서 대만에서만 99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으며 올해 1월 27일에서 28일 다시 북극 한기가 남하하면서 48시간 동안 146명이 저체온증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보시는 일기도의 경우 올해 1월 27일 지상일기도인데요. 당시 몽골 북쪽의 1052hPa의 강력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동아시아로 남하하고 있었고 한국만 아니라 중국 남부, 타이완까지 강력한 북극한파가 푸른색 화살표 방향으로 남하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1월 27일 남쪽으로 내려온 북극한파로 인해 타이완중앙기상국은 28일에 14개 지역에 강풍주의보를 발령했고 29일에는 저온주의보를 발령했는데요. 사진을 보시면 1월 29일 최저기온도로 대만 산악지역이 영상 1-3도, 평지지역은 영상 5도에서 10도, 남부해안지역으로는 영상 11도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대만의 수도인 타이베이의 최저기온은 영상 6도였고 낮 최고 기온도 9도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파 남하라고 해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따뜻한 영상 5도에서 동사 환자가 많이 발생 했다는 건데, 지금 보니깐 집계된 것만 700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례적으로 한파가 내려오는데도 불구하고 특히 이번에 사망자가 많이 나온 원인은 무엇인지요?
[인터뷰]
타이완의 경우 우리나라 한파특보기준인 영상 3도 이하보다 높은 10도 이하에서 저온특보가 발령됩니다. 그러니까 이번처럼 10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대만 전역이 황색특보가 발령되었는데요. 올해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올 올겨울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낮은 '라니냐' 현상이 3년째 지속되었고, 최근 폐렴과 유행성 독감, 심부전 등 중증 사례가 20~30% 늘었던 것도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타이완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겨울에 습도가 높아서 체온 저하가 쉬워지고, 또 우리나라와 달리 춥지 않아서 난방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형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이나 건물에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생활을 해왔기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지요. 그리고 기온은 영상이었지만 강풍주의보로 인해 바람이 초속 15m 이상 불었던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즉 강풍이 대만까지 남하하면서 체감기온을 크게 떨어뜨린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원인에 대해서 자세히 짚어주셨는데, 지금 말씀해주신 것 처럼 대만에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을 보면 그 어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인터뷰]
대만이 영상 6도 전후에서 동사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대만기후를 알아야만 하는데요. 대만은 연평균 기온이 17~20℃인 아열대 기후에 속하며, 한겨울인 12~2월의 평균기온도 12~16℃ 정도로 따뜻합니다.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위도로 10도 이상 남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인데요. 그러다보니 타이완 사람들이 ‘춥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자극인 ‘역치(threshold value)’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낮습니다. 똑같은 기온이라도 한국 사람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인데요.
많은 분들은 영하권의 맹추위에서만 얼어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동사(凍死)란 저온에 의해 몸에 적응 능력의 한계를 넘는 자극이 가해져 체온 저하와 대사·호흡·순환기능의 장애가 생겨 죽음에 이르는 상태를 말하거든요.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영상 10도 이상의 기온에서도 등산 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고요. 타이완뿐 아니라 홍콩이나 인도에서도 영상 10도 전후에서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죽는 사람이 발생하는 이유이지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100여 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재난임이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배경에는 국가나 국민들의 대처가 미흡한 점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타이완에서 발생한 사망자들의 주요 사인이 심혈관질환과 저체온증이라고 하던데요. 이 질환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인터뷰]
건강한 젊은 사람들은 한파가 와도 체온을 잘 유지하지만, 노인이나 심혈관질환·갑상선질환·뇌졸중 등을 앓는 사람들은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몸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은 단백질인데, 체온이 일정 온도보다 낮으면 활성화되지 않고요. 또 기온이 갑작스럽게 낮아지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동시에 혈압이 급격하게 올라 뇌출혈이나 심혈관계에 이상이 일어나기 쉽지요.
사망의 원인이 심혈관질환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체온이 떨어지면서 인체가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저체온증이라고 봅니다. 저체온증은 뜻밖에도 겨울만 아니라 다른 계절에서도 일어나는데요. 봄이나 가을 등산 중에 때 이른 눈보라 등 급격한 날씨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거나 여름이라도 비에 젖은 상태에서 바람이 강할 경우 저체온증에 빠져 사망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응급실 기반 한랭손상 및 저체온증 조사 감시체계 시범사업’을 시행해보니 체감온도가 1℃ 떨어질 경우, 저체온증 의심사례는 8% 증가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겨울철에는 기온도 중요하지만 체감기온을 떨어뜨리는 바람의 강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앵커]
얼마 전에 우라 나라도 북극한파를 겪어 봤지만 겨울이 굉장히 추운 나라잖아요. 한랭 질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둬야 할 것 같은데 몇 가지 짚어주시죠.
[인터뷰]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 한랭질환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람은 1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1%가 되었는데요. 한랭질환 발생장소는 실외가 80.8%이었지만 집안에서 발생한 한랭질환자도 13.3%나 되었습니다. 이것은 적절한 난방이 보장되지 않는 주거 취약계층이 한랭질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온도는 추위로부터 오는 해로운 건강 영향을 막을 수 있도록 충분히 높아야 한다. 온대 또는 더 추운 지방의 나라들은 추운 계절에 일반인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18℃가 실내온도로 권고된다”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다만 노인과 어린이의 경우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실내온도를 22-24℃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난방비폭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가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적절한 난방은 건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고요. 정부에서는 저소득층이나 독거 노인등 난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근 미국이나 동아시아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 기후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훨씬 무서운 추위나 갑자기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한파재난에 대한 대비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네,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깐 절대적인 기온도 중요하지만 체감 온도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난방도 중요하단 생각이 드는데요. 취약계층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입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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