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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고층 빌딩 통과하며 거세지는 '빌딩풍'

2022년 08월 30일 16시 32분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2년 전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일대의 고층 아파트 창문 수십 장이 강한 바람으로 깨지며 그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 적이 있죠. 그 위력적인 바람은 고층빌딩을 통과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이른바 '빌딩풍'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그 '빌딩풍'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오세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안녕하세요.

[앵커]
안녕하십니까, 우선 빌딩풍이 무엇인지 정의부터 소개해주시죠.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저는 빌딩풍을 설명할 때 영화 '타워'를 소개하는데요.
영화를 보면 도심 상공에서 헬리콥터가 스노우머신으로 눈을 만들어 뿌리고 있는데 갑자기 헬리콥터가 강한 기류에 휘말려 대형빌딩 한복판으로 곤두박질 쳐 버립니다.
대형빌딩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치솟으면서 거대한 화재가 발생하는데요.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대형빌딩 주변에 헬리콥터를 추락시킬만한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일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거대한 빌딩 주변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기류가 생길 수 있는데요. 빌딩의 구조물로 인해 자연적인 바람보다 몇 배 강해진 돌풍이 불게 되는 것이지요. 원래 도시 내부에는 빌딩들이 많아서 마찰에 의해 바람이 약해지는 것이 상식으로 도시 내부의 바람을 전체적 평균으로 보면 느려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빌딩에 바람이 부딪쳐 갈라져 불 때 좁은 지역에서는 강한 바람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요. 특히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는 아주 강한 바람이 불게 되지요. 두 빌딩 사이의 좁은 통로로 바람이 빠져나가면서 풍속이 엄청나게 빨라지는데 이를 '벤츄리효과(Venturi Effect)'라고 합니다. 벤츄리 효과에 의해 강하게 부는 바람을 '빌딩풍(Building Wind)'이라고 부르지요. 또 이 바람은 빌딩에 바람이 부딪히면서 지상이나 빌딩의 주변에 아주 강한 바람을 일으킵니다. 바람이 빌딩에 부딪히면 위로 솟구치거나 아래로 강하게 내려 꽂히는데 이 바람이 아주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빌딩이나 지상 구조물로 인해 바람이 강해지는 현상을 빌딩풍이라고 했는데 이 빌딩풍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까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빌딩풍은 원인에 따라 대개 다섯 가지로 나눕니다. 박리류(剝離流,separatedflow), 하강풍(下降風,DownslopeWind), 역류(逆流,Backwardflow), 골짜기바람(谷風,ValleyWind), 개구부풍(開口部風,PilotisWind)인데요. 그림을 통해 설명해 보겠는데요.
이 그림은 권인규의 '건축방재학'에 나온 그림을 참조하였음을 밝힙니다. 첫째, 박리류인데요. 바람이 빌딩에 도달하면 벽면을 따라서 흘러가게 되는데요. 이 바람은 빌딩에서 벗어나 흘러가게 되는데 빌딩 모퉁이에서 벗어난 바람은 그 주위의 바람보다도 더 강하게 불게 되는데 이 바람을 박리류라고 합니다. 두 번째가 하강풍입니다. 내리 부는 바람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바람이 빌딩에 부딪치면 빌딩 높이의 60~70% 부근에서 상하 혹은 좌우로 나뉘어지고, 좌우로 나뉜 바람은 빌딩 뒤에 생기는 압력이 낮은 지역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하강풍은 빌딩의 높이가 높을수록 더욱 강해지는데 이것은 상공의 빠른 바람을 지상으로 끌어내리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가 역류입니다. 일명 소용돌이 구배라고도 하는데요. 분기점에서 아래쪽을 향하는 바람은 벽면을 따라서 하강하는데요. 이 바람이 지면에 도달하면 일부분은 작은 소용돌이를 치면서 좌우로 흘러갑니다. 즉 내리바람이 아닌 상승하는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흐름을 역류라 하며, 고층 빌딩의 전면에 저층 건물이 있는 경우 이 바람은 강해집니다. 네 번째가 골짜기 바람입니다. 이웃에 고층 빌딩이 있거나 빌딩이 2동 이상일 경우에 부는 빌딩풍인데요. 이 경우 각각의 빌딩으로부터의 박리류, 하강풍이 겹치게 되면서 이로 인해 상당히 강한 바람이 부는 형태입니다. 다섯 번째가 개구부풍입니다. 건물의 아래층 부분에 필로티(pilotis,필로티는 아파트, 빌딩 등에서의 기둥만을 위한 공간)가 있는 경우 부는 바람인데요. 이 경우 빌딩의 풍상측과 풍하측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이 부분은 바람이 잘 빠져나가면서 빠른 바람이 불게 됩니다. 그러나 심한 난류나 하강풍은 발생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앵커]
다 같은 빌딩풍이 아니라 원인과 방향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빌딩풍의 바람 세기는 얼마나 강한가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도심 한복판에 부는 바람이 산간지역보다 더 강한, 이른바 풍속 역전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빌딩으로 인한 풍속증가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는 약 5층 건물 높이인 지상 20m에서 초속 5m의 바람이 분다면, 지상 250m에서는 초속 12m의 바람이 불고 100층 높이인 지상 500m에서는 초속 17m 이상의 강풍이 분다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본격적인 연구는 2020년 9월 태풍 마이삭이 통과하면서 부산 해운대의 엘시티 건물 주변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이었지요. 빌딩풍으로 엘시티와 시그니엘 부산 호텔 일부 외벽 타일과 시설 구조물 등이 뜯겨 나가고 유리창이 수백 장 파손되기도 했는데요. 빌딩풍을 연구한 부산대학교 학술용역팀이 마이삭이 통과한 9월 3일 주변 평균 풍속 등과 비교 조사한 결과 101층 엘시티 건물 뒤편은 건물 앞쪽과 비교해 50% 강한 풍속의 바람이 불었다고 보고했습니다. 건물 일대 평균 풍속이 초속 40m일 때 엘시티 주변 특정 지점은 초속 60m의 강풍이 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9월 7일 하이선이 영향을 주었던 때의 관측치는 엘시티 주변으로는 초속 60m를 넘어서면서 관측이 불가능했었다고 합니다.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같은 시각 해상 측정값이 초속 23m였던 것과 비교하면 빌딩풍으로 바람이 2배 이상 강해진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지요. 주변 건물과 비교해 볼 때 대체로 50% 정도 더 강해지고 바다 쪽 보다는 두 배 가까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앵커]
2년 전 정도의 부산지역에 태풍이 연달아 오면서 피해가 심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그러니깐 이 빌딩풍이 태풍의 위력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2020년 두 개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부산의 해운대나 광안리 지역의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크게 발생했구요. 제가 기억하는 빌딩풍 위력이 있는데요. 2010년 9월 2일 태풍 '곤파스'가 인천 북쪽으로 상륙해 수도권을 통과해 나갔지요. 태풍의 위력은 약했음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는데, 특히 서울 도심의 초고층 빌딩 주변 피해가 컸습니다. 수천 그루의 가로수가 뽑혔고 수많은 구조물들이 날아가고 부서졌는데 당시 기상학자들은 빌딩풍 때문에 도심에서 바람이 더 강해진 때문이라고 보았었지요.
빌딩풍은 벤츄리 효과로 인해 바람이 강해지는데 수평적인 강도만 아니라 수직적인 강도나 회오리 바람으로 인한 피해도 매우 커집니다.
평소에도 약간 강한 바람이 불 경우에도 고층빌딩 주변에서는 순간 돌풍이 부는데 순간돌풍은 초속 20m 이상이기에 상점 간판이나 진열대를 부수고 현수막을 쉽게 찢어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빌딩풍이 평소에 거주민이나 어떤 주변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빌딩풍으로 인한 회오리바람은 먼지와 소음을 가져오고 옥상의 보일러 매연이나 분진이 내려와 주민들에게 호흡곤란을 가져오기도 하지요.
또 고층건물의 옥상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의 경우 빌딩풍에 의해 성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이 일으키는 빌딩풍은 유리창 및 출입문 파손, 자동차 전복, 인명피해, 건물진동 같은 피해를 유발할 수 있구요. 특히 바람이 강해지는 빌딩의 모서리 쪽으로는 노약자들에게는 위험한 지역이 됩니다. 최근 이사하려던 고가사다리차가 넘어지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사고 분석을 해보면, 사다리를 올리다가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빌딩풍이 강하게 만들어지는 빌딩의 높이를 150m로 보는데요.
150m면 약 40층 주상복합아파트의 높이입니다. 이제 40층 넘는 아파트는 대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기에 빌딩풍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빌딩풍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깐 이 빌딩풍이라는 게 원래는 없었던 것인데 빌딩이 생기면서 발생한 신종재난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음 시간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저희가 한번 다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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