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앵커]
'개미 천마리가 모이면 맷돌도 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쉽다는 말인데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 마리의 개미만 열심히 맷돌을 들고 나머지는 적당히 애쓰는 일이 많아서 집단 활동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집단의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개개인의 공헌도가 낮아지는 현상 '링겔만 효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신고은 사회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단체 활동을 하다 보면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 이런 생각으로 대충 일하는 시늉만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잖아요.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가 '링겔만 효과'라고 하는데, 이게 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네, 누군가 자신의 몫을 감당하지 않아 남은 사람이 모든 일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하죠.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로 조별 과제를 하는 데 구성원들이 노력하지 않아 한 사람이 일을 도맡아 하거나, 캠핑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치우는 사람만 극소수만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상황을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태만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상황, 그러니까 함께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태만해진다는 뜻인데요. 사회적 태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학자는 링겔만이라는 사회 심리학자입니다.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링겔만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죠.
링겔만은 원래 말을 연구하고 있었는데요. 말이 수레를 끄는 것을 보고, 한 마리가 끌 때보다 두 마리가 끌 때 더 효과적인, 그러니까 2배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수레를 끄는 말이 두 마리로 늘어나도 힘이 배로 늘어나지 않는 것을 발견하지요. 말이 혼자 수레를 끌 때보다 힘을 덜 쓴 건데요. 링겔만은 이런 현상이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나 확인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합니다. 개개인이 밧줄을 잡아당길 때 쓰는 힘을 측정하고, 혼자서, 그리고 여럿이서 힘을 줄 때의 힘을 비교해 보는데요.
만약에 한 사람이 평균 10kg의 힘을 준다면, 두 사람이라면 20kg, 열 사람이라면 100kg의 힘이 가해져야 맞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랐는데요. 두 사람이 당길 때는 각자가 낼 수 있는 힘의 93%를, 셋이 당길 때는 83%를, 심지어 여덟 명이 당길 때는 49%밖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참여 인원이 늘어날수록 노력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링겔만 효과라고 정의를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이 효과 링겔만 효과가 나타나는 원인이 있을 거 같은데요?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네, 우선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게 단체 생활에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회적 태만은 특별히 인격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닙니다. 악의를 가져서 돕지 않는 것이 아니란 거죠. 어느 특정한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모여 강의를 듣는 장면에서 강사가 아무리 크게 대답하라고 요구해도 입만 뻥긋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닌데,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연히 그렇게 되는 거죠. 심리학자들은 사회적 태만이 일어나는 이유를 책임감 분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면, 내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겁니다. 지금 이걸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안도의 마음이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 골목길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있는 장면을 봅니다. 그 길에는 쓰러진 사람과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지겠죠.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는 됩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 마음은 갈등하게 될 겁니다. 도와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될 겁니다.
[앵커]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셨지만 링겔만 효과가 조직 내에서 일어나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하잖아요, 이럴 때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우선 결과에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예를 들어 대학이나 기업에서 팀에게 과제를 제시했을 때 누군가는 정말 열심히 하고, 누군가는 무임승차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때 상황을 이끌어가는 평가자, 그러니까 리더는 개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져줘야 합니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영광을 함께 나눌 수 없게 만드는 것이지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참가자가 개인전이나 팀전이나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못 하면 탈락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노력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열심히 독박 쓰면서 일해왔던 그런 분들, 물론 혼자 감당해 팀을 이끌어가려는 노력도 중요한데요. 그러나 문제는 혼자 잘해주다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혼자 노력하다 보면, 나는 배려하는데 저 사람은 이기적으로 구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혼자 서운해하고 상대를 미워하고, 감정을 억누르다, 어느 순간 폭발하면 필요 이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는 관계를 끊어버릴 수도 있지요. 상대 입장에서는 특별히 요구한 것도 없고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여서 도와주지 않은 것뿐인데, 갑자기 돌변한 모습에 당황스러울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계속 열심히 일하시면 안 되고요.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그런데 도움을 요청해도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 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네, 도움을 요청할 때는 상대가 수락할 수 있도록 확실하고 정확하게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보통 도움을 요청할 때 누가 이것 좀 도와줘,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데요. 그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콕 집어서 정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아마 응급 처치 훈련을 받으셔 본 사람은 배우신 분들은 배워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 도움이 필요할 때 "저기 주황색 옷 입은 아저씨 119에 전화해 주세요", "분홍색 옷 학생! 이 사람 팔 좀 잡아줘!" 이런 거처럼 정확히 누군가를 지목하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이 지목이 되면 책임감이 분산되지 않고 의무감이 자신에게 집중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연히 들지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시간 압박을 주는 것이 좋은데요. 예를 들어 가족에게 청소 좀 하라고 하면, 바로 "이것만 보고"하면서 소파에 누워있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결국 자신이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 같은 경우는 알아서 해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이 일이 반복되면 내가 안 해도 하겠지. 뭐,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부탁할 때는 10시까지, 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내가 설거지를 마칠 때까지처럼 시간제한을 해서 부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부탁을 한 사람도 그 시간까지는 답답해도 기다려줘야 되고요. 부탁을 받은 사람은 시간제한을 받게 되면, 그 시간을 의식하게 되고 시간이 가까울수록 부담을 느낍니다. 결국, 서둘러서 부탁한 일을 완수하게 되지요.
[앵커]
그러니까 예를 들면 지현 씨 오후 6시까지 책상 청소를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부탁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개인별로 역할을 명확히 부여하고,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이 이 링겔만 효과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신고은 / 사회심리학자]
네, 알아서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잘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요. 그들이 알아서 잘하게 하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바로 효과의 법칙을 써먹는 건데요. 행동주의 심리학자 손다이크는 어떤 유기체든 좋은 결과가 오는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을 반복해서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좋은 결과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칭찬이지요. 성인이 된 우리는 칭찬에 인색해져 있습니다.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한테 일일이 잘했다고 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은 것입니다. 좋은 반응을 받았을 때, 사람은 누구나 기분이 좋고 또 그 반응을 또 받고 싶어서 옳은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처음엔 나서서 하지 않던 사람이라도 우연히 한번 그런 행동을 했다면 칭찬해 주고, 고마운 일을 고맙다고 말해주고, 누군가의 노력이 당연하지 여겨지지 않을 때 우리의 관계는 좀 더 이타적이고 풍요로워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성원은,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책임감이 분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요. 여기서 구성원이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든 사람을 말합니다. 이전의 예시처럼 내가 도움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될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인식이 필요하지요. 그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처럼 느껴지고, 책임감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앵커]
때로는 책임을 집중시키는 명쾌한 말로, 또 잘된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칭찬으로 더 잘하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방법에 대해서 오늘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자 신고은 선생님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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