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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MBTI '내향형' 둘러싼 편견과 오해

2022년 05월 17일 16시 09분
■ 이혜진 / 상담심리학자

[앵커]
사실 MBTI 테스트는 개발된 지 80년이 다 돼가는 분류법이지만 최근 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부쩍 더 끄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떤 사람의 성격을 MBTI 결과에 따라 규정하고,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까지 그렇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MBTI의 분류상 특히 I로 표현되는 '내향형'에 대해 의외로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어서 자칫 큰 역기능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이 MBTI, 특히 내향형의 실체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이혜진 상담-심리학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요즘은 혈액형보다 MBTI를 더 물어보는 것 같아요. '내가 뭐다' 대답하면 그걸 듣고 '너는 어떤 성격이구나' 이런 대답이 돌아오는데, 특히나 E로 시작하면 외향형, 그리고 I로 시작하면 내향형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걸 나누는 기준은 뭔가요?

[인터뷰]
네, 내향과 외향의 차이를 볼 때는 에너지의 방향에서 나타나는데요. 내향형과 외향형은 쉴 때, 놀 때뿐만 아니라 일하는 모습, 사랑하는 모습 등 여러 장면에서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주말에 혼자 누워있는 게 편한 사람과 주말마다 자극적인 스포츠 활동이나 외부 활동이 필요한 사람은 연애 양상이 다르겠죠.

구체적으로 외향형인 사람은 외부 활동을 선호합니다. 즉, 외향형은 상대적으로 말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있을 때도 활동적인 모습이 관찰되는데요. 이들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즐기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사람과 만나 활동할수록 에너지가 생기는 특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이죠. 즉, 스트레스받으면 밖에 나가 충전하는 유형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카페나 마트라도 나가서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야 에너지가 회복되는 사람들이 외향형인 것입니다.

반면에 내향형은 내면 활동에 대한 선호를 보입니다. 내향형의 대표적인 특징을 정리해보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보다는, 소그룹이나 일대일 대화가 편하고, 개인적이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과 시간을 가진 후에는 최대한 가만히 있으면서 쉬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형인 것이죠. 혼자 기타를 치거나, 일기를 쓰는 등의 방법으로 심리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사람들이 내향형입니다.

[앵커]
사실 저도 MBTI를 검사해봤더니, I 내향형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나니, 내향형이 비교적 사회성이 부족한 타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도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그것이 내향성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내향성을 최초로 정의한 심리학자 칼 융은 1921년 그의 저서에서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란 용어를 소개하면서 내향에 대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경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전히 내향성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연구 중이지만 현재 심리학자들이 보편적으로 내리는 정의는 "조용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특성. 반대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면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쓰는 특성으로 정의합니다.

즉, 내향은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로 사용하는 것이 편안한 특성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사회성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나와 다른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내부로 사용하는 것이 편안한 특성인 내향성과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즉, 내향형이면서 사회성을 보유한 사람은 얼마든지 가능한 조합인 것이죠.

[앵커]
그러니까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에너지를 충전하는 경향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기운을 차리는 성향이라는 건데요. 그런데 내향형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취업도 거절되는 사례가 있다면서요?

[인터뷰]
네, 맞습니다. 최근 한 회사에서 채용공고문에 "우리 회사에서는 MBTI I, I는 내향형인데요. I를 뽑지 않습니다"는 등 직원 채용에 MBTI 결과를 반영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심지어 외향적인 E 유형을 우대한다고 명시돼 있어 내향적인 사람은 취업에서 차별받는다는 등 불쾌한 반응이 이어졌는데요. 내향(I)을 차별한 채용 사례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에도 내향적이어서 부끄러웠다는 고백이 종종 들립니다.

MBTI가 젊은 세대들의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들면서 재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 사람을 판단하는 주요한 잣대가 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인데요.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내향과 외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향이냐 외향이냐를 이분법적으로 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세계 인구의 50%는 내향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연구가 많고, 가장 외향성이 두드러지는 미국도 두 세 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향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쌓이면서 내향형으로 살아가는 것이 조금 힘든 사회가 됐습니다.

[앵커]
흔히 내향형의 특징을 설명할 때 수줍음이 많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가 잘 되더라고요? 근데 이건 정말 잘못된 판단이라고 하던데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네, 수줍음과 내향성을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내향성과 수줍음은 다릅니다. 즉, 내향적인 사람이 반드시 수줍음이 많지 않다는 것이죠. 수줍음은 불안에 기반한 심리요인으로 MMPI라는 성격 검사 내용 소척도에서도 내향성과 수줍음은 독립적으로 분리된 차원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서로 구분되어야 하는 성격 요인입니다.

이 외에 내향성과 착각하기 쉬운 심리 요인이 몇 가지 있는데요. 내향성과 아래의 요인들이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습니다. 흔히 주눅 든, 위축된, 소심한 이라는 표현이나 낮은 자존감과 내향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일례로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이 내향적이어서 발표 불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시선에 대한 가치관적 두려움 때문에 발표불안이 있는 것처럼, 주눅 들거나 위축되고 소심한 것이 내향성은 아닙니다.

[앵커]
그러니까 소심함, 수줍음과 같은 단어들을 내향성을 혼동해서 생긴 일이다 라는 건데요. 저도 친구들과 이 검사를 해봤는데, 누가 봐도 내향형일 것 같은 친구가 검사 결과 외향형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 검사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걸까요?

[인터뷰]
네, 그건 수줍음이 많은 성격을 내향형이라고 판단한 것과 비슷한 논리인데요. 사람들은 흔히 민감성과 내향성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민감성은 태어나면서 생물학적으로 갖고 살아가는 감각처리 민감성이라고 정의되고 있는데요. 즉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성격 특성으로, 심리학자들은 민감성이 내향성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HSP의 1/3은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보고가 나타나고 있는데, 여전히 HSP의 2/3가 내향적인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종종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 내향성은 같은 기질이라고 오해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특성들은 '내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내향성과는 다른 심리 요인 자체라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위의 문제를 내향성과 동일시하는 것은 내향형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재미삼아 MBTI를 물어보지만, 사실 MBTI에서 말하는 16가지로 사람을 구분한다는 건 무리가 있는데요. 서로의 다름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리학자로서 반길 일이지만, 단순하게 상대방을 유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심리검사라도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정보와 해석을 듣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많은 사회적 편견과 오해 때문에 자신이 내향형임을 숨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인터뷰]
네, 우선, 내향형 기질로 타고났다면 기질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내향형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내향성을 가진 나로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죠. 타고난 기질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큰 불편감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타고난 모습 자체를 부적절하게 느끼며 부정하는 셈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의 모습을 먼저 인식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나와 이상적인 나’와의 간극이 커져서 혼란스러워합니다. 즉, 나는 이런 사람인데, 외부 세상에서는 이래야 하는 모습을 보이느라 애쓰며 외향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이죠. 내가 가진 원재료는 내향이지만 외향형처럼 살려고 연기한다면 편안한 삶을 살아가기 힘듭니다. 자연스럽지도 않고, 스스로도, 보는 사람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향형이어서 가질 수 있는 강점 중에 하나가 ‘경청’이 있는데요. 내향형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세밀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성찰을 잘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내향적인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보고 실험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앵커]
내향형 성격에 대한 오해를 푸는 동시에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는데요. 조금 전에 내향형 성격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 절반은 차지한다' 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 외향형 사람은 내향형 사람과 함께 지낼 때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요?

[인터뷰]
네, 외향이 강한 사람은 내향이 자신만큼 표현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내향이 강한 사람은 표현의 범위나 방식 자체가 외향과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외향이 내향을 답답해하면서 자신만큼 표현해주기를 요구한다면, 내향형은 부담스럽겠죠. 만약, 여기서 권력관계가 섞이게 된다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마치 외향이 바람직한 성격이고 내향이 잘못되고 이상한 성격으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외향도 내향도 하나의 성격특성인데 우열이 가려지는 순간부터 오해와 편견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성격도 우열을 가를 순 없습니다. 누군가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요. 내향이 봤을 땐 외향이 사차원으로 보일 수도 있고, 외향이 내향을 봤을 땐 답답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생각해보면 우린 그냥 서로 다른 개별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상황에 따라 같이할 수 있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따로 있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도 편안한 관계라면 서로를 다르다고 꼬리표 붙일 일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앵커]
마지막 말씀이 참 인상 깊은데요 추가적으로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MBTI로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하는 것은 조금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친구가 왜 그렇게 나한테 말을 잘 못하지?와 같은 생각을 이런 성격의 사람이라 그렇구나 라고 받아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긍정적인 면도 있겠죠?

[인터뷰]
네, 맞습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것이 MBTI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인데요.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우리는 궁금하기 때문에 물어볼 수 있고 아 I인가? 그러면 이럴 수 있겠지? 조금 말의 속도가 다를 수 있겠지 등 이렇게 우리가 다름을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MBTI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과몰입보다는, 다른 사람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참고하는 것이 좋겠네요. 지금까지 이혜진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