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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사람 속은?] 성공한 내 모습은 가짜 '사기꾼증후군'…탈출 방법은?

2022년 05월 03일 17시 27분
■ 김지은 / 상담심리학자

[앵커]
혹시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스스로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닌데 내가 좋은 평판을 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이라고 믿는 불안 심리라고 하는데요. 학교나 직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도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경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오늘 심리 탐구 코너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사기꾼 증후군'이 무엇이며, 그 고통을 탈출하기 위한 솔루션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앵커]
제가 정말 많은 증후군 이름을 들어봤는데, 사기꾼 증후군이란 건 처음 들어본 거 같아요. 이게 어떤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사기꾼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일명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알려진 용어로,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자신이 주변을 속이며 산다고 믿는 불안 심리를 말합니다.

단어만 얼핏 들으면 마치 남을 속이는 습성이나 버릇을 가진 현상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세상을 속이는 일종의 사기꾼으로 여기면서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 엠마 왓슨도 사기꾼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언론에 고백해서 화제가 된 적 있는데요. 당시 인터뷰에서 엠마 왓슨은 "무언가를 더 잘해낼수록 내가 무능력하다는 느낌이 커진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내 무능력함을 알게 될 것 같다"고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사기꾼 증후군이라 용어는 1978년 임상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잰 아임스가 쓴 '성공한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사기꾼 현상'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는데요, 이들은 정당하게 공부를 해서 높은 시험 성적을 얻고, 학위를 얻고, 업계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도 스스로 내적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특징으로 3가지를 꼽았습니다.

첫 번째로는 남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기량을 과대평가한다는 믿음, 두 번째로는 자신이 가짜로 들통 날 것이라는 공포, 세 번째로는 성공의 원인을 운이나 노력 같은 외부 요인으로 넘기는 경향입니다.

[앵커]
말씀을 들어보면서 저도 그와 같은 생각들을 많이 할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면 저도 사기꾼 증후군일까요?

[인터뷰]
이 사기꾼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지만, 현상 자체는 익숙하실 거에요. 이게 사기꾼 증후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사기꾼 증후군은 어떻게 보면, 겪는 시점만 다를 뿐 사람들 대부분이 한 번쯤은 겪고 지나가는 현상이에요. 그래서 '병'을 연상시키는 '증후군'이라는 용어 말고,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이니까 '경험'이라는 단어를 써서 '사기꾼 경험'이라고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어요.

실제로 10명 중 7명은 이 현상을 한 번 이상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사기꾼 증후군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이건 자가 진단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지금 나오는 체크 리스트는 사기꾼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인데,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칭찬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어떤 일에 성공했을 때 "누구라도 해냈을 거야", "운이 좋았어"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실패했을 때는 모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기도 하고요. 인생에 있어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잘한 일보다 못한 일에 집중하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기가 망설여지고, 항상 못난 모습을 보일까 봐 두려운 생각 이런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사기꾼 증후군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일이 잘 돼도 내 덕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운이 좋았다. 이렇게 공을 돌리는 거고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반대로 내 탓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라는 거군요. 힘든 심리 상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사기꾼 증후군에 빠지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사기꾼 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자존감, 자기 확신, 자신감의 결핍이 있습니다.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는, 자기 평가 절하 심리가 이런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물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자존감이 너무 낮은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는 않습니다. 열등감, 좌절감, 우울감이 누적되면 우리를 너무 힘들게 만들거든요.

[앵커]
그리고 또 요즘에는 SNS 때문에 사기꾼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정말 비교를 당하는 감정은 우리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는데요. 현대에 가장 많이 나타나게 되는 비교는 SNS인 것 같아요. 소셜미디어에서는 모두가 가장 잘나 보이는 순간을 보여주려고 하잖아요? 그 순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나타나지 않고, 아주 좋은 순간들만 보이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나 빼고 다 행복해, 나 빼고 다 잘났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가 아주 쉬워요. 나는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데도 성에 차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의심하게 되기 쉽지요.

[앵커]
그러면서 자신도 과시하려고 무리하게 되고, 자존감을 좀먹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런 자존감 같은 감정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나는 '왜 우리 형처럼 인기가 많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사기꾼 증후군을 부르는 환경 요인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물론 그렇습니다. 사기꾼 증후군은 주로 인생의 과도기에 이 현상이 많이 발생을 하게 되는데요. '나는 왜 나를 가짜라고 생각할까'라는 책을 저술한 산디 만은, 이 책에서 사기꾼 증후군이 나타나기 쉬운 상황의 예시를 3가지로 들었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특정 분야에 처음 들어설 때, 두 번째로는 새로운 진로나 교육과정을 시작할 때, 세 번째로는 직장에서 승진했을 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하나 보태고 싶은 것들이 비교군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기꾼 증후군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기업에 입사해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거나 학자, 예술가, 그리고 이른 나이에 성공한 사람들. 예를 들어서 첫 번째 작품이 대박이 난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 사기꾼 증후군을 많이 호소합니다.

그리고 사기꾼 증후군은 가정환경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늘 공부를 잘하고 똑똑한 형제자매가 있어서 알게 모르게 비교당한 경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요. 반대로 집안에서 너무 높은 기대를 받은 경우에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족의 기대만큼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죽어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반대로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이 나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어도, 심지어는 부모님이 나를 너무 과잉보호했을 때도 이런 감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앵커]
사기꾼 증후군에도 전조 현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 때 내가 사기꾼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기꾼 증후군도 전조 현상이 여러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인지 부조화가 있습니다. 인지 부조화는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질 때 경험하는 정신적 불안감 또는 스트레스를 말해요. 성공할 것 같지 않았는데, 예상 밖의 성과를 얻게 되면 '내가 잘해서 된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운이 좋았어'처럼 외부적인 요인으로 이유를 돌리게 돼요.

문제는 반복적으로 이런 현상을 겪으면서 특정한 행동들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는 것인데요. 일단 내 성공은 운이 좋았을 뿐이기 때문에, 내가 사기를 친 것이 들키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느끼게 돼요. 그래서 너무 과도하게 노력하면서 소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들키게 될까 봐 의견도 잘 말하지 않고, 내가 보기에 ‘진짜’로 잘났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인정받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매사에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고, 실패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성과가 나타나도 그 성과를 너무 축소하거나 폄하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칭찬해줘도 무시하기도 해요. 심지어는 나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아예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버려 실패하기도 하지요.

[앵커]
말씀을 들어보니까 우리가 익히 얘기하는 겸손함과 헷갈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인터뷰]
겸손함과의 차이점이 여러 가지 있는데 이런 감정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라는 점을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얼핏 보면 겉으로 보기에 겸손한 사람과 사기꾼 증후군, 사기꾼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관적으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성찰이나 적당한 불안감은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너무 심한 수준일 때 나타납니다. 내가 안 해서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을 때가 문제가 되는데요. 이런 감정이 심한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그리고 나는 이런 감정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를 알기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팩트 체크'입니다. 내 생각 말고 일어난 사실만 작성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각각의 사실에 대해서 실제로 내가 했던 행동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사기꾼 감정’과 생각들도 함께 적어봅니다. 그다음에 이게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점수를 매겨보는 거지요.

두 번째는, 내가 사회적인 고정관념이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자각하는 거예요. 또, 내가 얼마나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습관적으로 비교하고 있는지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 번째는, ‘완벽한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고백’하거나, 심지어는 일부러 실수하는 것이에요. 소셜미디어에 나 역시 완벽한 순간만 전시하려고 하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내가 왜 이것을 올리려고 하는지 내 마음에 물어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사람들에게 나의 ‘사기꾼 감정’에 대해 털어놓고, 이해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많이 도움돼요.

[앵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 연예인분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어린 나이에 급격한 성공을 맛보고 나서 말씀해주신 원리 때문에 이런 마음의 병이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추가적으로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우리 국민들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스스로 나를 칭찬하는 방법이나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면 몇 가지 조언을 해주시죠.

[인터뷰]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부분들이 조금 가짜 같지 않나 해서 실천을 하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 무조건 나를 칭찬함으로써 '다 괜찮아'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한 것들을 객관적으로 적어보고 이건 내가 칭찬받을 만 했다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함께 보여주고 나 자신에게도 칭찬을 해주고 하는 부분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내가 한 것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않도록 그렇지 않게 살펴보는 거죠.

[앵커]
한마디로 나의 객관적 성공은 내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고 남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니까 이 부분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네, 저도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난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작은 성공도 분명히 내가 한 것은 존재하고 그것에 대해서 내가 스스로 칭찬해 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앵커]
오늘 말씀해주신 해결책들을 잘 기억해서 나 스스로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지금까지 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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