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사이언스 취재파일 시간입니다. 네,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여름의 불청객, 모기에 대한 소식 준비하셨다고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모기는 그 자체로 성가시기도 하지만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이기도 하죠.과학계에서는 모기를 없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 조작 모기를 이용해 모기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먼저 영상부터 함께 보시고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4∼7㎜의 몸통에 희고 검은 줄무늬가 있는 다리, 열대 지방 등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입니다. 이집트숲모기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사람 피를 빨아먹는데,그 과정에서 뎅기열이나 지카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파합니다.
[라지브 바이디야나탄 / 모기 전문가 : 이집트숲모기는 식물에 숨어 살고, 알 까는 곳을 찾아내기 힘듭니다. 연구에 따르면 살충제에 대한 내성도 높습니다.]
[기자]
과학자들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모기 박멸에 나섰습니다. 모기의 알에 바늘을 찔러 넣고 연구진이 만든 유전자 조각을 넣어줍니다. 이렇게 태어난 수컷 모기는 야생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해 자손을 퍼트리는데, 이 가운데 암컷 자손은 유충일 때 죽어버리고, 사람 피를 빨지 않는 수컷 자손만 살아남는 겁니다. 구팀은 지난해 미 플로리다주에 유전자 조작 모기 500만 마리를 풀어놓고 모기 서식지를 관찰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유충이 확연히 줄었고, 채취된 유충 2만여 마리는 모두 조작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암컷 유충은 성충이 되기 전에 모두 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동물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 이번 실험이 인간이나 생태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는 적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든 로즈 / 과학자 : (2∼3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자 조작 모기가 자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조작된 유전자가 환경에 오랫동안 남아 있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기자]
연구팀은 미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모기 방사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말라리아를 퍼트리는 모기를 대상으로도 유전자 조작 모기를 개발하겠다며, 아프리카와 중미에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모기 매개 감염병 감소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모기 수를 줄이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입니다.
[앵커]
지금 리포터를 보고왔는데 그러니깐 연구실에서 만든 모기가 야생에 나가 짝짓기해서 모기 수를 줄인다는 것이 기발한데, 유전자 조작 기술이 쓰였다고 하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이번 기술은 미국 기업 옥시텍이 지난 2013년에 개발한 기술입니다. 옥시텍은 일명 '자기 한계 유전자'라는 염기서열을 개발했습니다. 이 유전자를 모기 알에 삽입하면 이 유전자를 지닌 수컷 모기가 태어나는데요, 이 모기가 암컷 모기와 짝짓기해서 자식을 낳으면, 자손도 무조건 '자기 한계 유전자'를 물려받습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모기는 특정 단백질을 과다 생성하거든요. 이 단백질은 암컷 모기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해서 암컷이 어릴 때, 그러니까 성충이 되기 전 유충 단계에서 죽어버리게 됩니다.
다시 말해 옥시텍이 개발한 모기는 수컷 자손밖에 퍼트릴 수가 없다는 겁니다. 수컷 모기는 사람 피를 빨지 않고 과일즙을 먹고 살거든요. 결론적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전염병을 퍼트리지 않는 수컷 모기만 남아서 결국엔 전체 모기 수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앵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이번 실험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연구진은 구체적인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전에 '웨비나'라 그러죠. 온라인 세미나를 열어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먼저 연구진은 지난봄 미국 플로리다의 키스제도라는 곳에 유전자 조작 모기 500만 마리를 풀어놓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미리 파악해둔 인근의 여러 모기 서식지에서 유충 2만2천 마리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기존에 모기가 살고 있던 곳인데도, 모기 유충이 거의 발견되지 않은 곳도 있었고요, 발견된 유충들은 100% '자기 한계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유충들 가운데 암컷은 한 마리도 빠짐없이 성충이 되기 전에 죽었다고도 발표했습니다. 이 의미는 개발된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 모기를 유혹하고 짝짓기해서 자손을 퍼트릴 능력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보도에서도 언급됐지만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도 우려가 되는 상황이잖아요,현재 GMO 식품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잖아요. 유전자가 조작된 곤충이 자연을 마음껏 날아다닌다는 것에 대한 정말 괜찮을지 우려가 되거든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인위적으로 조작한 유전자를 가진 생물들이 자연에 방사되면 생태계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지만,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미국 플로리다에 모기를 방생할 때도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결국, 옥시텍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허가를 받은 후에 주 정부의 투표를 통해서 이번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자기 한계 유전자'가 세 세대 정도를 거듭하면서 사라졌다는 겁니다. 모기의 수명을 고려했을 때 약 2∼3개월쯤이 지나면 해당 유전자를 지닌 모기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모기 한 마리가 평생 이동하는 거리가 50m 정도인데, 모기 방사 지역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도 유전자 조작 모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생태계 영향이 거의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지금도 살충제를 뿌리면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모기를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잖아요. 그런 것과 비교했을 때 유전자 조작 모기의 이점은 뭘까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모기 서식지는 숲 속이나,구석지고 습한 하수구 등 깊숙이 숨겨져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살충제가 닿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연구팀은 수컷 모기는 암컷 모기의 숨겨진 서식지를 잘 찾을 수 있으므로 살충제가 닿지 않는 곳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습니다. 또 살충제는 광범위하게 살포하기 때문에 모기 외에 다른 곤충이나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유전자 조작 기술은 지금으로써는 모기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안전한 기술이라고 연구진은 보고 있습니다. 이밖에 살충제 내성 문제를 빼놓을 수 없겠죠. WHO는 전 세계 모기를 대상으로 피레트로이드, 유기염소 등 가장 흔하게 쓰이는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조사했는데요, 68개국에서 모기가 적어도 한 종류의 살충제에 내성이 있고, 그중 57개국에서는 모기가 2개 이상의 종류에 내성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살충제 내성 문제는 살충제를 더 쓸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기 때문에 모기 방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앵커]
듣고 보니 살충제의 장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실험은 작은 지역에서만 이뤄졌지만 이 기술이 실제로 상용화된다면 인간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까요?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이번 연구가 이집트숲모기에 한해서는 성공적이었는데요, 이집트숲모기는 미국 플로리다의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의 4%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연구로 이집트숲모기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모기 감소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 등을 각종 모기를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기술이 더 다양한 모기에 적용되고 상용화로까지 이어진다면 그때쯤 모기 감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상용화를 위해서는 각국 환경 당국의 허가 등 넘어야 할 산이 있지만,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물만 넣으면 유전자 조작 모기가 성장해 자연으로 방사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편리성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인 감염병 감소 측면에서는 어떤 전망을 보이고 있습니까?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그 부분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이번 연구는 모기 감소가 실제로 사람 감염병 발병률에 영향을 줬는지까지 분석하지는 못했습니다. 감염병 조사를 위해서는 대규모 임상시험 등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전파와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하기에 위험성이 있으며 대조군 실험 등이 필요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 밖에 모기 개체 수가 줄어들어도 다른 경로도 바이러스 전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앵커]
앞선 보도에서 연구팀은 미국 다른 지역에서도 연구가 예정돼있고,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또 다른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반가운 소식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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