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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 미지의 영역 심해는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

2022년 04월 01일 17시 23분
[앵커]
끝이 없는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지만, 우주와 달리 지구 상에,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바다 역시 미지의 세계죠.

바닷물 속에 사람 키만큼만 들어가도 그 압력에 눌리게 되는데, 수천 미터 심해를 도대체 어떻게 탐구할 수 있을까요.

오늘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가공할 수압과 어둠, 공포를 뚫고 심해를 누비는 과학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 합니다. 함께 가 보시죠!

[이효종 / 과학 유튜버]
안녕하세요. 궁금한 이야기의 이효종입니다. 단 한 줄기의 빛도 도달하지 않을 만큼 깊은, 해저 6000m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인 심해 생물들. 이 곳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주변으로부터 매 순간 금성의 약 11배에 해당하는 압력을 견뎌내야 합니다. 이 압력을 면적당 힘으로 바꿔 말하자면, 평당 약 20억N, 그러니까 무게 10만 톤의 거대 항공모함 2척을 1평 정도 되는 면적 위에 올려놓았을 때 가해지는 힘입니다. 가히,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압력이죠.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과학자’들은 심해 생명체들이 대체 어떻게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며, 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해양 지층의 특성은 무엇인지, 뿐만 아닌 다양한 심해 환경 등은 어떻게 조성되어 있는지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그들의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죠. 그런데 궁금합니다. 애초에, 이러한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을까요?

우주 만큼이나, 우리가 아직 완벽히 도달하지 못해 더욱 더, 그 신비로움이 돋보이는 공간이 있습니다. 깊은 바닷 속, 즉 심해가 바로 그 곳입니다. 심해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신비한 이미지들은 결코 심해라는 곳이 만만하게 탐사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평소에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았을 때, 우리는 ‘신비하다’, 또는 ‘경외감이 든다’ 와 같은 감상을 표현하곤 하니 말이죠. 이와 같은 심해의 환경, 그리고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심해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 심해 환경을 사람이 직접 들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타이타닉과 아바타를 제작한 유명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 지구 상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유명한 마리아나 해구를 다녀왔다는 것은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 아바타의 CG는 카메론 감독이 그동안 탐사했던 심해 환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탐험을 위한 잠수정을 제작하는 데에만 장장 7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고, 비용은 무려 340억원이 사용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더욱 더 특이한 것은, 잠수정을 감독이 직접 조종하면서 해저를 탐사했다는 사실인데요, 이를 위해 수많은 조종 연습과 예비 실험 등을 수행하던 도중 수심 8000m 환경에서, 컴퓨터가 정지되는 바람에 죽을 뻔 했다는 것은, 유인 해양 탐사에 대한 두려움과 잠재적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잠수정의 제작에는 신중함이 필요해야 하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투자해 잠수정을 제작해야만 하죠.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혹독한 해저 조건 속에 사람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로봇을 만드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무인으로 해저를 탐사하는 잠수정에 관한 연구, 즉 ‘무인 잠수정’ 연구라고 합니다.

해저에 들어가는 무인 잠수정은 크게, 유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가, 또는 무선인가에 따라 2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전원 공급과 데이터 송수신을 담당하는 탯줄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잠수정이라는 의미의 Remotely Operated Underwater Vehicle ; ROV라는 형태와 케이블 없이 자동 항법으로 해저를 탐사하는,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 AUV라는 형태가 있죠. 케이블을 통해 원격으로 파일럿이 조종하는 ROV와는 다르게, AUV는 잠수정을 운용하기 위한 에너지를 담는 배터리, 그리고 AUV의 항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AI기술도 필요합니다. ROV의 경우, 수심 약 6000m 수준의 해저에 들어가 여러 임무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수심 6000m로 설계된 이유는 지구 상의 대부분의 심해 지역의 평균 수심이 6000m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깊은, 해구라는 곳도 존재하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경제성을 고려하면 약 6000m~6500m의 해저를 탐사하는 잠수정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입니다.

물 속에서 장비를 운용하려면, 특히나 심해 조건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환경을 탐사하고, 작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압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하다 못해 몇십 m짜리 간단한 방수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6000m라는 깊은 공간에서 운용되는 잠수정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바다 환경을 대상으로, 연구자들은 지속적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연구하고, 개발함을 통해 해양과학자들의 눈과 손이 되어주는 무인 잠수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연모사를 통해 만들어진 무엇보다도 독특하고 독창적인 형태의 무인 잠수정이 있습니다. 크랩스터(Crabster)라는 이름의 무인 잠수정입니다.

크랩스터는 게의 Crab과 가재의 Robster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이름에서 그 모습을 추론해볼 수 있듯, 게와 가재의 몇 가지 특징을 담아낸 잠수정입니다. 다른 무인 잠수정과는 다르게, 이 잠수정은 6개의 다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다리들은 잠수정을 걷게도 하고, 필요할 때는 부유하여 노를 젓는 모습을 통해 잠수정을 유영하도록 합니다.

이것을 특별히, 걷기도 하고 유영하기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해서, 복합 이동 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심해 환경의 다양한 탐사 및 작업 조건을 고려해, 때로는 걷고, 또 때로는 다리를 활용에 헤엄쳐 유영하는 형태의 게와 가재의 특성을 모방한 크랩스터라는 무인 잠수정은 세계 최초로, 복합 이동이 가능한 무인 잠수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잠수정들을, 실제 해양과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게 될까요?

해양과학자들은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배 위에서 원격으로 심해 생물들을 잡고, 센서들을 활용해 심해의 다양한 정보를 채집합니다. 물론 무인 잠수정 없이 센서를 심해로 내려서 정보를 채집할 수도 있지만, 약 6000m 밑에 있는 위치를 정확하고 미세하게 조종하며 해저로 내려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인 잠수정을 활용하면 매우 작은 오차 범위 내에서 정밀하게 해저로 진입할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원하는 해저 지역을 정밀하고 정확하게 탐사할 수 있는 환경을 해양과학자들에게 제공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무인 잠수정의 연구와 개발이 성공된 이래 사실상 오늘날의 해양과학자들은 모두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해저를 연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이처럼 무인 잠수정은, 해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로 하여금 실제 심해에 들어가서 연구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지금껏 우수하게 극복해주고, 또 개선해주고 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ROV, AUV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까요?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오늘날의 자동차 기술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인 주행에 필요한 개념은 처음 4륜의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바퀴 4개가 있고, 바퀴를 굴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잠수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무인 잠수정의 업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해저를 얼마나 잘 탐사할 수 있도록 할 지에 관한 기술일 것입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기술과 IoT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센서들을 탑재해, 마치 사람이 직접 해저에 들어가 직접 탐사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기술들이, 현재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오늘날 딥러닝 기반의 AI기술이 접목된 자율 무인 잠수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실제 사람이 들어간 것과 같은 감상을 전해줄 수 있는 기술. 이 기술을 활용해 도래할 해저 탐험의 새로운 시대에는 또 어떤 과학적 발견들이 이루어질까요? 이상 궁금한 이야기였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