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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달인] 대형 참사 부르는 터널 화재…과학의 힘으로 잡는다!

2022년 03월 31일 17시 16분
■ 유용호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앵커]
밀폐된 공간인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진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화염과 함께 퍼지는 유독가스는 사람들의 대피를 어렵게 하는데요.

오늘은 터널 화재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분을 모셨습니다. <과학의 달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유용호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여러 화재 현장 가운데서도 박사님께서는 터널 화재에 특히 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터널 화재 진압 연구를 하고 계신 건지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안녕하세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유용호입니다. 과학과 첨단 기술의 발달은 터널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터널의 깊이도 예전보다 깊어지고 길이 또한 매우 길어지게 되었죠. 하지만 이로 인한 터널 화재 피해는 많은 인명 피해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192명의 안타까운 사망자와 21명의 실종 그리고 151명에 달하는 부상자 피해를 입힌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었고요. 최근 2020년에는 5명의 사망 피해를 입힌 사매2터널 화재사고까지 매년 크고 작은 터널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하공간 환기 시스템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밀폐 공간의 안전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터널 화재 연구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다른 화재에 비해 터널 화재의 피해가 특히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건데,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인터뷰]
터널은 입구와 출구를 가지는 반밀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차량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까지 매우 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아무래도 뚫려 있는 개방 공간보다 연기가 많이 발생하고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산화탄소 같은 유독가스를 포함한 연기가 아주 빠르게 전파가 됩니다.

특히, 터널 안에는 휘발유나 LPG 같은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연료를 싣고 다니는 자동차들이 많은 만큼 어느 화재 현장보다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터널 안쪽은 아무래도 바깥보다 산소도 부족하고 하다보니까 유독가스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터널에서 화재가 났을 때 그 안에 수소차가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박사님께서도 수소차 화재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계시다고요?

[인터뷰]
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 활성화를 천명하면서 승용차뿐만 아니라 트럭, 대형버스 시장까지 수소 보급 확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소 차량은 700bar의 고압으로 충전된 52.2리터 수소 탱크를 적게는 3개, 많게는 10개 이상 또는 이보다 큰 대용량의 수소 용기를 차량에 적재하고 운행하고 있는데요.

수소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무색, 무취, 무미, 무독성의 기체로, 무게는 공기에 비해 1/14로 가벼워서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 초당 20미터(20m/s) 이상의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특징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소를 비교적 불에 안 타는 안전한 기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수소도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표를 하나 보여드리면서 설명을 해드릴게요. 표에서 보시는 바와 마찬가지로, 수소와 가연성 연료들의 물리적 특성을 각각 비교해보면, 수소의 최저 점화 에너지는 0.02 MJ로 낮은 편이고 연소 범위는 4~75%로 다른 연료보다도 상당히 높죠?

점화 에너지가 낮다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면 정전기처럼 작은 마찰에도 불이 잘 붙을 수 있다는 뜻이고, 연소 범위가 높은 건 그만큼 넓은 범위에서 화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연소 속도가 높다는 건 빠른 속도로 화염이 전파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수소가 밀폐 공간인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에서 불의의 사고에 휩싸일 경우, 수소의 누출만으로도 소방대원의 대응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 화재까지 발생하면 지금까지 겪지 못한 대형 참사가 우려될 수도 있습니다. 불을 끄는 소방활동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요. 폭발로 인한 터널 붕괴가 예상됩니다.

그래서 저희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소는 터널이나 지하주차장에서 수소차가 화재가 난 경우 소방대원들이 취할 수 있는 표준작전절차, 일명 SOP라고 부르는데요. 이런 표준작전절차를 만들고 소방대원들이 해야할 대응 매뉴얼, 그리고 훈련 교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박사님께서는 수소 화재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영상이 준비돼 있다고 하는데요. 영상 보고 저희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인터뷰]
네, 저희 연구원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수소 폭발압과 열적 위험성을 분석하기 위해서 실험과 시물레이션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실험 장면은 수소 탱크의 수소가 외부로 방출되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소 탱크에는 수소의 안전을 가해주기 위한 안전장치들이 있는데요. 지금 안전밸브는 정상적으로 작동됐지만, 터널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요인의 화재에 의해 화염이 발생한 경우를 모사했습니다.

누출된 수소에 화염이 붙게 되면 불꽃의 모양은 좁고 빠르게 분출되는 '제트화염' 방식으로 불이 나게 되는데요. 마치 화염방사기 같죠? 저렇게 고압으로 분출되는 수소의 온도는 무려 1,000℃ 이상이 됩니다. 저희는 터널의 벽체가 2m와 4m 정도로 떨어져 있을 때, 터널의 구조물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다음 두 번째 실험은 수소차가 화재에 노출되었을 경우에 불행하게도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서 폭발할 경우를 모사한,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상한 실험입니다. 지금 수소 탱크를 가열시켜서 폭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수소탱크가 폭발했을 때 그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도록 바로 옆에다가 자동차를 세워놓고 압력을 측정함으로써 사고가 난 경우에 옆 차에 얼마나 큰 압력이 전달되는지를 알 수 있도록 실험을 하였습니다. 참고로 수소차를 폭발시키는 본 실험도 진행할 계획인데, 올해 8월에 진행하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앵커]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 유리가 모두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나는 걸 지금 실험을 통해 볼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수소 용기의 안전장치가 작동되지 않아서 지금 본 것처럼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인터뷰]
현재 개발된 수소 용기의 안전장치는 선행연구를 통하여 아주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이 돼 있고요. 비상 상황 발생 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연구는 만일의 경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또 박사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실 바로 불을 끄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박사님께서는 원격으로 불을 끄는 기술도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인터뷰]
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터널 화재는 빠른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많은 국내 터널은 초기 대응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심지 터널의 경우 교통 체증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요. 산악 지역에 있는 터널의 경우 소방서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까운 곳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런 화재 발생 시 터널에 설치되어 있는 자동화재감지기 또는 CCTV를 통한 영상을 이용하여 화재를 감지하고 터널 관리사무소에서 원격으로 소화수를 발사하여 화재 초기에 화재가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본 시스템은 터널 관리사무소의 터널 내부 모니터링 컴퓨터를 보면서,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관리자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현장에 설치해서 구동이 가능한 콘트롤러 등을 관리자가 어디에 있든 화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 되어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앵커]
저는 원격이라고 해서 멀리서 물대포를 쏜다던지 그런 방법인 줄 알았는데, 시스템을 통해서 미리 설치돼 있는 소화장비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정말 절묘한 방법 같은 데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은 건가요?

[인터뷰]
처음 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 주변은 무인이나 원격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쉬운 접근이었습니다. 밖에 나가보면 아이들도 쉽게 모니터 컨트롤러를 보며 드론을 날리는 걸 보면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터널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터널 내부 모니터링 CCTV 화면을 보면서도 쉽게 화재 초기에 소화수를 방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마치 스마트폰 게임하듯이 조정이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면 현장 관리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새 시간에도 빠르게 화재에 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원격조종 화재 진압이 실제로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적이 있나요?

[인터뷰]
아직은 개발 초기 단계라 연구과제가 종료된 후 현장에 적용하는 테스트베드 성격의 현장으로만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건설기술연구원의 화성에 있는 화재실험동에 위치한 터널실험동에서 매우 많이, 수없이 반복적으로 원격소화 실험이 수행해서 그 성능을 입증해 왔습니다. 연구자로서 본 원격소화기술이 많은 터널에 설치가 되어 터널 화재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번도 사용이 되지 않아서 터널의 화재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얼른 개발돼서 위험한 화재현장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 도전하실 연구 분야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인터뷰]
지금까지 우리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연구팀은 국내 최고의 화재안전 연구 전문기관임을 자부하면서 지금까지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화재 안전에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IT 기술의 발달은 우리 화재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오고 있지만 실제 소방 현장에 적용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설사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계획입니다. 또한, 첨단의 화재 안전 기술뿐 아니라 비용 때문에 안전을 등한시하는 사회적 풍토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최첨단은 아니지만 비용을 낮추어 쉽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적정 기술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건설기술연구원 화재안전 연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앵커]
오늘 터널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여러 가지 안전장치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말씀을 들으니까 참 든든하네요. 앞으로도 안전을 위해서 많이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과학의 달인, 한국 건설기술연구원 유용호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