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남태평양 섬나라들인데요. 한반도 또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날씨학개론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해수면 상승은 인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인데요. 우선 해수면이 상승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인터뷰]
해수면이 상승하는 원인은 첫째,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의 빙하와 빙상이 녹으면서 바다에 많은 물을 더하기 때문이고요. 둘째,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바다의 부피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셋째로는, 육지에서의 액체 상태의 물의 양(호수, 저수지, 강, 토양 수분) 감소 때문으로 이들 물이 육지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영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상승하는 것이고 다음이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물이 팽창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겁니다. 지구 상에서 얼음의 부피와 무게까지 고려할 때 큰 규모의 영원한 얼음이 남극과 그린란드에 있는데요. 지구 전체 얼음의 부피 2,860만㎦ 중 2,540만㎦의 얼음이 남극에, 290만㎦가 그린란드에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남극의 모든 얼음이 녹게 된다면 해수면은 56.2m 상승할 것이고, 그린란드의 모든 얼음이 녹게 된다면 해수면은 7.1m 상승할 것입니다.
[앵커]
남극 전체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56m 이상 상승한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되면 저지대 도시들은 다 물에 잠기게 되는 거 아닌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2021년 12월 21일 미 해양대기청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인구의 거의 40%가 해안 지역에 살고 있는데 해수면 상승이 홍수, 해안선 침식, 폭풍이 발생할 때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엔의 해양지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0대 도시 중 8개가 해안 근처에 있어서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요. 전 세계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도시들에게 상승하는 바다는 지역 일자리와 지역 산업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위협합니다.
도로, 다리, 지하철, 상수도, 유정 및 가스정, 발전소, 하수처리장, 매립지 등은 모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고요. 또 치명적인 수퍼 허리케인이 강타할 때 폭풍 해일이 더 내륙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한, 자연계에서 해수면 상승은 물고기와 야생 생물들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해안 생태계가 변형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지역에 스트레스를 가져오게 되고요. 바닷물이 높아지면서 민물 대수층을 오염시켜 많은 해안 인근 도시와 농업용 용지에 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피해가 매우 커집니다.
네이처에 게재된 2021년 1월 지역적인 해양 수면 레벨 경향과 가속, 그리고 불확실성이라는 논문을 보면 그림과 같이 1993년에서 2018년 동안에 세계 거의 전역에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가장 많이 상승하는 지역은 연 6mm 정도이고 가장 적게 상승하는 지역은 1mm 내외로 나타나고 있지요. 그러나 논문에서는 강조한 내용은 해수면 상승이 계속 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속도는 다르지만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건데요. 한반도도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받고 있는데, 1.1m만 높아져도 일부 도시가 침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거든요. 결과 보면서 자세히 얘기해주시죠.
[인터뷰]
네, 지금 빨간색으로 색칠된 곳이 보이시죠. 침수 예상 지역입니다. 이 예상대로 보면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의 해안지역으로는 물에 잠기게 되는데 그림처럼 서울과 가까운 인천을 예로 들면 영종도의 많은 지역이 물에 잠기고 인천시에서 물에 가장 많이 잠기는 지역이 송도신시가지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8월에 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인 IPCC 6차 보고서 요약본을 보면 세기말에 해수면 상승이 1.1m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수치는 2015년 IPCC 5차 보고서보다 20cm 정도 더 많이 상승할 것으로 수정된 것입니다. 이 정도의 해수면이 상승해도 뉴욕, 뉴올리안즈, 상하이. 뭄바이, 자카르타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됩니다.
[앵커]
실제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상승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세계기상기구가 2021년 11월 10일에 발표한 남서 태평양 해수면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해수면 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른데, 1989~2018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매년 1.8㎜ 높아졌지만, 한반도 주변은 2.74㎜, 특히 제주도 주변은 4.75㎜씩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해수면 상승이 세계보다 높다는 것은 많은 보고서에서 나오는데요. 2021년 1월 극지연구소의 블로그를 보면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해수면은 일 년에 3.12mm씩 상승하면서 세계 평균인 2mm보다 약 50%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21년 12월 20일에 해수면 상승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요. 지난 30년(1991년~2020년)간 우리나라 전 연안의 평균 해수면이 매년 3.03mm씩 높아져 평균 9.1cm가량 상승했고요. 특히, 1990년대보다 최근 10년의 상승 속도가 10% 이상 증가하였으며, 이는 해수면의 상승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위 관측소의 상승률을 보면 지난 30년간 매년 상승치를 보면 동해안이 연 3.71mm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서해안(연 3.07mm), 남해안(연 2.61mm)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상승이 빠른 편이라고 하니까 더 걱정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올라가면 어떤 나라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까요?
[인터뷰]
네, 남태평양 국가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베니스, 네덜란드 등인데요. 이들 외에도 해안가에 있는 도시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심각한 해변침식을 부르는데, 해안침식은 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지요.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 20개 도시 가운데 15곳이 해안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250만 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대형 도시의 65%가 바닷가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10억 명이 해발 10m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섬나라의 예를 더 들어보지요. 해수면 상승은 섬을 먼저 황폐화 시키는데요. 바닷물 범람으로 저지대가 침수되고, 지하수엔 염분이 스며들어 사람이 마실 수 없게 되고요. 파인애플이나 바나나 같은 농작물을 수확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러니까 섬이 가라앉기 전에 사람과 농작물이 갈증으로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앵커]
역시나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인터뷰]
땅을 사서 다른 나라로 이주해 가려는 나라가 있는데요.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2014년에 피지제도의 바누아레부 섬에 약 24㎢ 면적의 땅을 매입해 개발해 10만 명의 국민을 이주시키려고 하고 있구요. 마셜제도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1/3이 미국으로 이주했고요, 또 인도양의 몰디브도 인도와 스리랑카에 이주할 거주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해수면 상승이 원인이 되면서 현재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가 수도이전을 준비 중에 있고요, 이탈리아의 베니스 같은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를 막기 위해 1980년대 초 '모세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작년에 수문 70개를 설치가 끝났는데요. 홍수나 해수면 상승 시 바닷물 유입을 막겠다는 겁니다.
해수면 상승이 심각해지면서 2021년 6월에 미국 마이애미대와 델라웨어대 공동연구팀은 과학지 ‘사이언스’에 해수면 상승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사람과 건물을 대대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는데요. 해안가 침수 등에 대비해 질서 있는 대규모 이주 계획을 마련하자는 것이고요. 대규모 이주 외에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방어 행위인 물에 뜨는 부유식 정착지를 짓거나 폭풍을 막을 수 있는 제방을 쌓거나, 도시의 땅 높이를 높여 공중 정원식 거주공간을 만드는 방법도 과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 탄소 중립으로 빨리 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결국은 지구촌 모두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날씨학개론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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