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가운데, 특히 북극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이산화탄소는 물론 심지어 방사능 물질이 방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 들어 북극의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기온이 어느 정도로 상승한 상황인가요?
[인터뷰]
작년 12월 14일에 미해양대기청은 '북극성적표: 북극을 극적으로 다른 상태로 변화시키는 기후 변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북극 성적표는 기상, 기후, 육상, 해양 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기록한 16번째 연례 환경 관측 및 분석 보고서로 12개국 111명의 과학자들이 편집하였는데요.
이 보고서의 여러 항목 중에서 기온편을 보면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북극의 가을은 1900년 이후로 가장 따뜻했으며, 2020년 10월~2021년 9월까지 북극 상공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역대 7번째로 따뜻했는데 이것은 북극이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따뜻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은 2020년 북극 전체의 평균 기온과 평년 기온과의 편차도로 붉은색일수록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다음 그림은 1900년 이후 북극 대기 온도가 지구 온도보다 최근에 들어와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2000년대 이후부터 북극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인터뷰]
네, 그런데 문제가 북극의 기온 상승이 높아지게 되면 북극권에 위치한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후변화에도 심각하지만 그 외에 여러 가지 해로운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앵커]
영구동토층이 무엇이고 그것이 기후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인터뷰]
네, 영구동토층이란 여름에도 녹지 않고 2년 이상 토양이 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으로 약 100만 년 전부터 생성된 땅입니다. 대부분 북극이나 남극과 같은 고위도에 존재합니다.
미 국립과학아카데미(NAS)에 따르면 북극 영구 동토층에 저장되어있는 탄소의 양은 무 1조 8,000억 톤으로 현재 대기 중에 있는 양(8,000억 톤)의 두 배 이상이고, 전 세계 산림에 저장된 양의 세 배가 넘는데요. 이번 세기말까지 영구 동토층에서만 1,600억 톤의 탄소가 이산화탄소 형태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 전 세계가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1,600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고 하니까 정말 큰일처럼 느껴지는데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탄소 중립 노력을 무산시키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봅니다. 과학자들은 2015년 파리협약에서 합의한 지구평균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려면 대기 중 탄소 증가량을 1,100억 톤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연구에서 북극권의 영구동토층이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어요. 세기말까지 영구동토층이 기온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가 0.2℃도 정도로 예상되다 보니 영구동토층은 기후위기 대응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었지요.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영구동토층은 안전하지 않다는 여러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영구동토층에서 메탄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독일 본 대학교(University of Bonn) 연구팀이 작년 10월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습니다. 2020년 여름 시베리아 북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인해 시베리아는 평년보다 6℃ 높은 온도를 기록했는데요. 이때 독일이 북극권의 영구동토 지역의 대기를 조사해보니 메탄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더라는 겁니다. 원인을 조사해 보니 폭염으로 인해 북시베리아 석회암 지대에서 메탄이 대량 방출돼 2021년까지 높은 메탄가스 농도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지요.
[앵커]
말씀하신 물질 외에 또 다른 위험 물질이 노출될 우려는 없나요?
[인터뷰]
네, 영구동토층이 녹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만 아니고 또 다른 공포가 있는데요. 바로 방사능의 대량 누출입니다. 1950년경부터 구소련군은 영구동토층이 있는 러시아 북서부 해안에서 핵무기 실험 및 핵잠수함 침몰 등으로 대량의 방사능을 누출시켰습니다. 영구동토층에는 과거 고대의 미생물부터 시작하여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화학 물질과 핵실험으로 잔존한 방사성 물질들이 모두 섞이어 있지요. 2021년 10월 영국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진이 과학저널인 네이처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기말까지 영구동토층의 3분의 2가 사라지면서 각종 핵폐기물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앵커]
연구처럼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텐데, 인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겠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그런데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사능만 아니라 수은도 막대하게 배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2019년 지구물리학연구지(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된 논문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봉인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수은이 방출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미 알래스카 일대 여러 동토층의 중심부를 채취해 수은 수치를 측정한 뒤 이를 근거로 북반구의 영구동토층에 함유된 수은의 양을 추산했는데, 약 1억2000만 리터 이상의 수은이 영구 동토층에 갇혀있는데 이 양은 영구동토층을 제외한 전 지구의 모든 토양과 대기 및 바다에 있는 것보다 2배나 많은 양이라고 해요.
미 국립빙설데이터센터(NSIDC) 케빈 쉐퍼(Kevin Schaefer) 박사는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수은 일부가 방출되어 사람과 식량 공급에 미지의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식물이 죽어서 썩으면 분해되어 수은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만, 북극에서는 식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동토층에 묻혀 버리는 것이지요. 생태계 내에서 정지된 수은 순환이 영구 동토층이 녹게 되면 활성화되면서 배출된 수은은 미생물에 먼저 흡수되고 상위포식자에게 먹히면서 먹이 피라미드 위쪽으로 갈수록 더 축적되고 결국 사람도 다량의 수은을 함유한 생선을 많이 섭취하면 위험해지게 됩니다.
[앵커]
앞서 영구동토층은 약 100만 년 전부터 생성된 땅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영구동토층에는 고대에서부터 잠들어있던 미생물이 있다고 하던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생물이나 바이러스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실제로도 높은 상황인가요?
[인터뷰]
방사능 누출을 주장했던 영국 에버리스트워스대학 연구팀은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대거 유출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요.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러시아에서 발생한 탄저병 중독 사건은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던 미생물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죠. 당시 탄저병 중독 사건은 고대에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탄저균이 다수의 순록과 사람을 감염시키면서 2,000마리의 순록이 사망했고 96명의 사람이 입원했으며 12세 소년은 사망했던 사고입니다.
당시 탄저균의 갑작스러운 출현의 원인을 과학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으로 지목했는데요. 영구동토층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안에 냉동상태로 보존되어 있던 탄저균이 깨어나 비극이 발생했다는 것이지요.
[앵커]
더 많은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노력이 될 텐데요. 특별히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인터뷰]
네, 최선의 대응은 기온 상승 1.5℃를 저지하여 영구동토층이 녹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앞서 2015년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연구진은 영구동토층에서 약 3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분리 실험을 통해 DNA와 단백질이 모두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겁니다.
당시 발견된 바이러스는 인류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걱정되는 것은 바이러스가 갇혀 있던 얼음이 녹아 깨어나 항생물질에 노출되면 상상하지도 못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탄생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지요. 2018년 북극 보고서는 "스페인 독감, 천연두 또는 전염병과 같은 질병이 영구 동토층에서 잠복하고 있다"라고 경고한 적도 있습니다.
[앵커]
여전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데, 고대의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다고 하니까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데요. 국제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겠습니다. 날씨학개론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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