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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보고서] "내 혈압은 정상일까?"…고혈압 진단과 예방법

2021년 12월 13일 16시 30분
■ 김근호 / 한양대병원 교수

[앵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의 약 30%가 앓고 있을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인데요. 하지만 심근경색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한양대병원 김근호 신장내과 교수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혈압이 정상수치보다 높으면 고혈압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정확한 혈압이 어느 정도 되어야 의학적으로 고혈압이라고 하는가요?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때 고혈압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정상 혈압의 기준에 대해서 조금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혈압이 얼마 이상일 때 우리 몸에 해롭고, 어느 정도 아래로 조절할 때 득이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연구 결과가 계속 조금씩 달리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가에 따라 정상 혈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명한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혹은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경우입니다.

정상치는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20, 80 이하이고요, 그 사이 값들은 경계치에 속한다고 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혈압에 변동이 있기 때문에 한번 측정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반복 측정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앵커]
혈압 수치 이외에 어떤 증상 등 고혈압이라 평가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없나요?

[인터뷰]
혈압 측정 말고 다른 방법으로 고혈압을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그것은 고혈압이 이미 진행해서 합병증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흔히 두통을 고혈압 증상으로 의심할 수 있으나, 두통의 원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혈압 측정치와 비교해서 두통과 고혈압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앵커]
국내 고혈압 인구는 어느 정도인가요?

[인터뷰]
2020년 대한고혈압학회에서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 현황을 정리한 팩트시트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성인의 29%, 약 1,200만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앵커]
고혈압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대부분의 고혈압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적 소인에 따라 타고났다는 뜻으로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관련 있는 유전자를 조사해 봤을 때 90% 정도가 콩팥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 먼저 강조하는 게 소금 섭취를 줄이라고 하는 건데, 소금 성분이 혈액량을 팽창시켜 고혈압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콩팥에서 소금 배설을 적절하게 조절해줘야 하는데, 특히 소금을 잘 배설하지 못하는 유전 소인이 있는 경우에 고혈압이 잘 발생합니다.

외에 원인이 밝혀진 2차성 고혈압은 10% 정도에 불과한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신장 질환인 콩팥병입니다. 사구체신염이 대표적인 콩팥병인데요. 신장동맥에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신혈관고혈압이 있습니다. 사구체란 콩팥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모세혈관 덩어리인데, 여러 면역학적 요인으로 손상이 발생하는 병이 사구체신염입니다.

사구체신염은 단백뇨 혹은 혈뇨로 시작해서 점차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드물지만, 부신과 같은 내분비기관에서 알도스테론, 카테콜아민과 같은 호르몬 분비 과잉에 의해 초래되는 고혈압도 있습니다.

[앵커]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고혈압의 합병증이 사망률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으로 인해 표적장기 손상이 발생하는데요. 혈압 유지가 중요한 뇌, 심장, 콩팥, 그리고 망막이 대표적인 표적장기입니다.

우리가 뇌혈관 사고를 중풍이라고 부르는데,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이나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장 합병증은 좌심실 비대가 특징인데 심장벽이 두터워지고 나중에는 심장 자체가 커집니다.

그 이유는 고혈압이 심장에 과부하로 작용해서 심장이 애쓰다가 결국 지치게 되는 울혈성 심부전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장 관상동맥에도 동맥경화를 유발해서 협심증 혹은 심근경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콩팥의 경우도 점진적으로 혈관에 손상을 주어서 콩팥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만성 콩팥병 혹은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합니다. 신부전이 심하면 요독증 때문에 결국 투석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여기에 갑자기 혈압이 심하게 올라가면 두통, 호흡 곤란, 의식장애뿐 아니라, 망막 출혈에 의해 시력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요즘 같은 겨울철에 특히 고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 편인가요?

[인터뷰]
네, 혈압의 변동 요인 가운데 계절 변화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혈압이 비교적 상승하고 여름에는 혈압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 차이가 5mmHg 정도 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기온 차이 때문입니다.

겨울에 온도가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는 반응을 일으켜서 혈압을 상승시키고요. 또한, 겨울에 육체적 활동이 위축되어서 운동량이 줄고 체중이 증가하는 것도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겨울철에는 심혈관계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앵커]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인터뷰]
먼저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합니다.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 저염식이 중요한데, 싱겁게 드시고 과식을 피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 관리를 하셔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과 금연, 절주도 필요합니다.

스트레스가 반복되어 만성이 되면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흡연과 술이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운동입니다. 이런 식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지 못하면, 그때는 약물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물은 처음에 한두 가지로 시작해서 효과에 따라 용량과 숫자를 늘리게 되는데,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약물 복용의 득과 실을 비교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다행히 근래에 사용하는 혈압 약들은 모두 걱정할 수준의 부작용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해롭지는 않지만 마른기침이 지속되거나, 나트륨/칼륨 농도 변화 등 전해질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과거에 문제 되었던 발기 부전이나 콜레스테롤 이상 등은 요즘 나온 약제들에서는 별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만약 평소에 비해 체중이 줄거나 탈수 상태가 되어서 혈압약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저혈압까지 초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교수님, 고혈압과 저혈압은 완전히 별개의 질환인가요? 아니면 둘 다 혈압 질환으로 어느 한쪽의 증상이 있는 분은 둘 다 위험하게 되는가요?

[인터뷰]
고혈압은 병이지만, 저혈압은 현상일 뿐이지 병은 아니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즉, 혈압이 낮아지는 현상인데, 심각한 경우는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서 주요 장기의 혈액순환을 방해할 만큼 낮은 혈압을 쇽(쇼크)라고 부릅니다.

출혈, 심장병,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원인이 있고 치료가 잘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그러나 흔히 주변에서 보는 것처럼, 젊은 여성에서 별 증상 없이 낮은 혈압을 유지할 경우에는 문제 되지 않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혈압약을 복용해서 저혈압이 유도되면 해롭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00mmHg 미만까지 떨어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노인에서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면 넘어져서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앵커]
어떤 질병이든 가장 좋은 건 치료보다는 예방인데,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점이 중요한가요?

[인터뷰]
예방법이란 앞서 소개한 생활습관 개선과 동일합니다. 고혈압 발생에 유전적 소인이 관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특히 소금 섭취에 민감하게 혈압이 상승하는 체질이라면 특히 싱겁게 드셔야 합니다.

비만이 고혈압 발생에 중요하기 때문에 골고루 소식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3번, 하루에 30분씩 속보로 운동하면 체중관리에 도움될 겁니다. 그리고 이차성 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콩팥병,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혈압이 노인에게 중요한 병이어서 젊은 사람들은 고혈압을 걱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제 고혈압의 유병률은 연령 증가에 비례해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60대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50% 이상으로 증가하지만,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고혈압 환자는 약 127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고혈압 인지율은 17%였고, 치료율은 14%였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들수록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아직 젊고 바쁘니까 건강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소홀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 경우 나이가 들면서 심뇌혈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좋고요. 정기검진을 통해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앵커]
오늘 고혈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짜게 먹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술·담배 멀리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고혈압뿐 아니라 다른 건강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니까 꼭 실천해야겠습니다. 내몸보고서 한양대학교 김근호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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