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형섭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앵커]
인공지능이 우리 몸의 사진을 학습해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또 이를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앞서 뉴스에서 소개해 드렸는데요.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일 텐데요.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이 기술을 개발하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한형섭 박사 모시고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앞서 뉴스를 통해 잠시 기술에 대한 소개를 들었는데요. 먼저 메디컬 홀로그램 시스템이 뭔지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우리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 MRI나 CT 같은 의료용 기기를 사용해서 촬영을 진행하는데, 의사 선생님들이 주로 흑백으로 된 단면 사진들을 보시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요.
숙련된 의사는 X-ray 사진들을 넘겨 가면서 여기에 종양이 이렇게 있다, 아니면 여기에 결석이 있다고 말씀을 해주실 텐데, 일반인이 봤을 때는 이게 어떤 위치에 어떤 크기와 형태로 있는 건지 파악이 안 되잖아요. 이건 의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현재 종양 제거 같은 외과의 수술적 접근은 CT나 MRI 촬영에 의한 평면적 구조를 바탕으로 개인의 감각에 의존하여 종양 및 수술 부위로 접근하는 방식인데요. 명의가 되려면 CT나 MRI에서 본 평면적 구조를 머릿속에서 3차원으로 구현해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의사들이 좀 더 정확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3차원적 입체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앵커]
사실 이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우리 몸의 장기들을 2차원으로밖에 볼 수 없었는데, 3차원으로 보게 된다면 어떤 특별한 점이 있나요?
[인터뷰]
저희 기술을 적용하면 암 조직이나 결석 같은 것들도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크기로 홀로그램 형태로 구현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병변 표현력을 가지게 됩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그림은 MRI를 촬영하면 볼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이 환자분의 경우 뇌종양이 있으셔서 조영제를 투입해서 종양 부위가 하얀색으로 염색된 것을 x, y, z축으로 보실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화면은 조금 전의 MRI 그림을 홀로그램 식으로 변환한 건데요. 노란색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암 조직이고, 어떤 모양이고 크기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앵커]
핵심은 병변 부위를 3D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건데요. 하지만 이미 엑스레이나 CT, MRI 영상을 3차원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기술만이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요?
[인터뷰]
X-ray 사진이 기본적으로 X선을 인체에 투과시켜서 밀도 차이에 따른 인체의 내부 구조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거라면 CT는 이러한 X-ray 사진을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층층이 찍어서 수백 수천 장의 X-ray 사진을 쌓아 놓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CT를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3D 모델링이라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모델링을 정확하게 하려면 기본적인 의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필요한 부분을 설정해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고 미세하거나 위험한 수술이 아닌 이상 시간 부족의 이유로 잘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또한, 만든다고 해도 3D 모델을 2D 화면에서 봤을 때 오는 차이점들이 생기게 되고, 이런 것들을 극복해 보려고 최근 몇 년 동안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모형을 만드는 연구도 꽤 진행됐는데요.
모형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정확한 형상 구현으로 인해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또 홀로렌즈나 3D 수술용 모니터가 개발되었지만, 이것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경이나 디바이스를 직접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홀로렌즈의 경우 사람의 눈이 한 번에 하나씩밖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있는데 수술 부위 근처에 인위적으로 3D 물체를 띄워서 사용하다 보니 시각 피로로 인해서 수술 결과가 좋지 않게 된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안경 3D 홀로그램 재현 및 비접촉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수술용에 적합할 정도로 높은 밀도의 3D를 재현해 주는 초다시점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이 디스플레이가 사용자의 위치와 자세를 인식하여 3D로 복원된 모델을 수술실에서 디스플레이를 만질 필요 없이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여기에 기존의 CT나 MRI에서 촬영되는 이미지들을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분석에 필요한 부분을 설정하는 방식을 습득하고 자동으로 3D 모델로 복원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습니다.
[앵커]
3차원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우리 몸을 정확히 분석하는 게 기술력의 핵심이 되겠네요. 지금보다 기술이 좋아지면 상용화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인터뷰]
네,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병변이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이 되는데, 의료계와의 협업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요.
반복 학습과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해서 많은 환자의 임상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저희는 이 기술을 국내 한 중소기업에 대형 기술이전 완료했는데요. 앞으로 2년간 아산병원과 서울대 의대 측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한국형 각종 질병 알고리즘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갈 예정입니다. 현재 가장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성형외과입니다.
성형 쪽은 기술을 적용하기가 비교적 간단하고, 상담 현장에서 활용하게 될 경우 체감이 많이 되는 분야여서 이미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기술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의사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터뷰]
의사분들은 처음에는 보시고 홀로그램 수준의 밀도 있는 3D 구현에 놀라셨습니다. 본인들이 주로 진행하시는 수술이나 임상 분야에 맞추어서 적용 시킬 수 있게 그 분야를 먼저 빨리 개발해 달라고 부탁을 주로 하셨습니다.
실질적으로 이게 상용화가 된다면, 환자들에게 설명하기에도 좋지만, 의대생이나 인턴 레지던트 교육에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으셨습니다.
[앵커]
이번 기술은 인공지능연구단과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공동 연구를 하게 되신 건가요?
[인터뷰]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연구단의 강민구 박사님과 협업을 통해서 진행되었는데요. 저는 그동안 생체재료 개발을 해왔고, 동물 실험과 환자들의 CT 이미지의 3D 모델링을 통해 생체역학적 평가를 진행하는 중이었는데요.
이런 것들을 좀 더 효율적이고 쉽게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오다가 원내 동호회로 친해진 강민구 박사님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게 됐습니다. 당시 강 박사님은 초다시점 디스플레이 개발 연구를 하고 계셨고, 제가 주로 하는 분야는 의료용 3D 메디컬 이미징 기술이었는데요.
제가 강 박사님께 디스플레이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보자고 제안해서 지금의 기술이 완성되게 됐습니다. 연구라는 게 워낙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기 연구 분야와 비슷한 박사님들과 연구를 진행하는데요. 기술이라는 게 결국 사용 가치가 있으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맞출 줄 알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기술이 합쳐져야 할 때가 있거든요.
내 연구가 부족한데 이걸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필요한데 저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종합연구소 체제여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원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연구하며, 창업도 하고 실용적인 연구를 많이 하라고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앵커]
오늘은 메디컬 홀로그램을 주제로 모시긴 했지만, 원래 박사님께서는 생체재료개발 관련 연구를 해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떤 연구인지, 또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알려주시죠.
[인터뷰]
사람의 몸 안에서 녹는 금속 나사 연구는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중에 가장 오래 하기도 했고, 또 자신 있는 분야입니다. 정확히는 정형외과용 생체분해성 금속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넘어지거나 운동을 하다가 뼈의 골절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이런 경우 정형외과에 가서 금속으로 된 나사로 뼈를 고정하게 됩니다. 문제는 뼈가 완전히 붙은 후에는 이러한 나사를 2차 적인 수술을 통해서 제거해야 한다는 건데요.
제거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고통과 비용 때문에 이것을 제거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가시는 분들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금속이다 보니 10년 정도 지나면 녹슬어서 부러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희 연구팀에서는 몸 안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뼈에 있는 원소인 마그네슘 칼슘 아연들만 가지고 생체분해성 금속 재료를 개발해 냈습니다.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식약처 판매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정형외과뿐만이 아니라 심혈관용 스텐트 등 다양한 의료용 디바이스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식약처를 통한 판매 승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박사님의 앞으로 연구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합니다.
[인터뷰]
앞으로 몇 년간은 다른 공동 연구자분들과 함께 메디컬 홀로그램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이 연구 외에도 우리 몸 안에 있는 노화와 만병의 근원이라고 알려진 활성 산소를 선택적으로 분출하는 생체재료를 개발할 예정이고요.
암 조직이나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화를 해 제거하고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학을 통해 의료 기술의 발전을 돕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연구에 몰두하겠습니다.
[앵커]
오늘 박사님 말씀 들어보니 앞으로 의료 현장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 설명해주신 여러 연구가 하루빨리 결실을 보아, 현장에서 널리 쓰이기를 기대합니다. <과학의 달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형섭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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