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원 /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앵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가을철 탈모는 대부분 저절로 호전되지만, 다른 탈모 요인의 가능성도 있어 정확한 원인과 증상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가을철, 심해지는 탈모 현상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탈모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계절이 가을이라고 하는데요. 다른 계절에 비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네, 가을이 되면 탈모를 호소하면서 내원하시는 환자들이 더 많아지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의 모발도 어느 정도 계절을 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모발은 일정한 성장주기를 가지는데, 크게는 활발하게 자라나는 생장기와 성장을 멈추고 쉬었다 빠져나가는 휴지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모발이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외선은 자라나던 생장기의 모낭을 빠지는 휴지기로 이행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 여름철에는 땀과 같은 분비물이 두피에 자극을 주어 두피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흔한데요, 이러한 영향은 가을이 시작되면서 탈모로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모발 주기에 영향을 미쳐 휴지기 모낭의 비율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가을철 탈모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앵커]
탈모와 계절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그럼 계절과 관련된 휴지기 탈모는 일반적인 탈모 증상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인터뷰]
탈모는 아주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그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도 다릅니다. 가장 흔하게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고 휴지기 탈모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람의 두피에는 평균적으로 모낭이 10만 개 있는데요. 이 중 10% 정도가 휴지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휴지기가 평균 3개월 정도 지속 된다고 하면 하루에 빠질 수 있는 모발의 수는 100개가 되는데, 이 정도는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휴지기 탈모는 휴지기 모낭의 비율이 20~30% 정도로 정상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생기는 탈모로, 환자들은 평소보다 머리가 2~3배 많이 빠진다고 호소하게 됩니다. 원형으로 빠지거나 특별한 부위에 국한되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두피 전반에 걸쳐 발생합니다. 탈모가 시작되기 1~2개월 전 감염, 수술, 약물, 갑상선 질환, 체중감량 등의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3~6개월에 걸쳐 저절로 호전됩니다.
[앵커]
네, 가을철 탈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몇 달 안에 호전된다니 다행인데요. 조금 전 말씀하신 탈모의 세 가지 유형 가운데 나머지 두 가지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나머지 두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원형탈모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원형탈모는 자가면역 반응으로, 원래는 외부의 해로운 환경과 맞서서 몸을 지켜내는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하여 탈모가 발생하게 됩니다. 동그란 원형으로 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심한 경우 전두탈모나 전신탈모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드로겐 탈모입니다. 안드로겐 탈모는 매우 흔해서, 서양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50%, 우리나라에서는 이보다 낮은 약 15~20%에서 안드로겐 탈모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안드로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생기는 탈모입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요. 남성 호르몬에 의해 두피 특정 부위의 모발 성장이 저해되고 잘 자라나지 않게 되면서 모낭이 작아지는 ‘소형화’가 진행되며 모발이 가늘고 짧아지고 결국 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탈모’, 혹은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라 말하는 것은 안드로겐 탈모이기 때문에 이번 시간에는 주로 안드로겐 탈모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리가 탈모라고 할 때 가장 일반적인 탈모가 바로 이 '안드로겐 탈모'인 것 같은데요, 그중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 차이가 있겠죠?
[인터뷰]
안드로겐 탈모는 대부분 처음부터 모발이 많이 빠지거나 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늘어지는 증상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남성과 여성에서 탈모의 양상이 각각 다른데, 남성에서는 헤어라인이 M자나 C자형으로 후퇴하거나 정수리가 비어가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여성에서는 헤어라인 후퇴 없이 가르마를 중심으로 두정부 쪽이 점점 휑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남성에서도 여성형의 양상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고, 반대로 여성에서 남성형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탈모가 생긴 경우 어떻게 치료하나요?
[인터뷰]
남성 안드로겐탈모의 치료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탈모의 원인이 되는 남성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약물을 복용하면 많은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는데요, 환자의 90% 정도에서 적어도 탈모의 진행이 멈추고, 60~70% 정도에서 복용 전보다 탈모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미녹시딜 도포제를 사용하거나 모발 이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성의 안드로겐탈모는 이야기가 좀 다른데, 약물의 효과가 남성에 비해 떨어집니다. 또 이러한 약물들은 기형유발의 가능성이 있어 가임기의 여성에서 쓰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녹시딜이나 알파트라디올 성분의 도포제로 치료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저장철(ferritin)이 기준보다 떨어져 있는 경우 철분제를 함께 복용하기도 합니다. 임신 계획이 전혀 없거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인 경우 남성에서 쓰는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를 사용하기도 하구요. 모발 이식을 통해 가르마 주변의 모발을 보강하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앵커]
그런데 많은 분이 걱정하시는 것 중 하나가 탈모 약을 복용하면 남성의 경우 성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등의 설이거든요? 사실일까요?
[인터뷰]
탈모를 치료하러 오신 환자분들이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모든 약이 그렇듯이 탈모약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요.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성 기능 저하입니다. 하지만 비율이 높지는 않은데요, 약물 복용 초반에 성 기능 저하를 느끼는 환자의 비율이 100에 5~6명 정도이지만 많은 경우 약물복용을 지속하면서 저절로 호전됩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약을 끊게 되는 경우는 100에 한두 명 정도인데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부작용은 사라집니다.
최근 탈모 약이 우울증 빈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었었는데요, 대한모발학회 회원을 비롯한 대부분 모발을 보는 전문의들의 의견은 탈모 약이 우울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쪽으로 모아졌습니다. 오히려 탈모가 진행되면 환자들의 심리상태에 악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저해한다는 결과가 더 설득력 있습니다. 결론은 약물을 쓰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확률이 낮고 대부분 회복이 되며, 약물 효과가 좋기 때문에 전문의와 잘 상담해서 처방받는다면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검은 콩을 먹으면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이런 민간요법들이 실제로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될까요?
[인터뷰]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검은 콩을 먹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검은 콩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이러한 성분들은 모발이 튼튼하게 자라나는 데 도움을 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안드로겐 탈모에 대해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즉 복용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또한, 비싼 샴푸를 쓰거나 두피마사지를 받는 분들도 많은데요. 샴푸에 모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지만, 두피에 잠깐 머문 뒤 씻어내기 때문에 이러한 성분이 충분히 흡수가 되어 모발성장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가 생기는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만 머리를 감으시는 분들도 있는데 탈모는 머리 감는 횟수와 무관합니다. 또 두피 지루가 심하거나 지루성 피부염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두피 상태가 악화되어 탈모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앵커]
탈모와 관련한 잘못된 상식에 대해서 짚어주셨는데, 사실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잖아요. 가족 중에 탈모 환자가 있다면, 주로 누구를 살펴봐야 할까요?
[인터뷰]
안드로겐 탈모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가족 중에 탈모가 있으면 더욱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유전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탈모 환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남성, 여성 모두 아버지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남성의 경우 그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어머니의 영향은 여성에서는 어느 정도 받지만 남성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따라서 아들의 경우 아버지가 탈모가 있을 때 가장 유의해서 봐야겠고, 여성의 경우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가 탈모가 있는 경우도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탈모를 사전에 진단해 증상 악화를 대비할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뷰]
안드로겐 탈모는 처음부터 모발이 많이 빠지거나 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가늘어지는 증상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의 경우 헤어라인이나 정수리의 모발, 여성에서는 가르마 중심으로 모발의 힘이 없어지거나 가늘어지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됩니다. 또한, 머리카락이 하루에 100개 이상씩 지속적으로 빠지거나 머리카락을 25~50개 정도 부드럽게 당겨보았을 때 6개 이상 빠지는 경우 휴지기 탈모 등의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평소에 잘 살펴보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지금까지 분당 서울대병원 신정원 교수 모시고 가을철 심해지는 탈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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