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세계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60여 명이 참여한 'P4G 서울 정상회의'가 이틀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 실천을 담은 서울선언문도 채택했습니다. 실제로 올여름 기상전망에서도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이 함께 언급됐는데, 그만큼 기후변화 위기가 코앞까지 닥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지난 30일, 31일 이틀 동안 열렸습니다. 우선 P4G 녹색정상회의는 어떤 행사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인터뷰]
P4G정상회의는 출범을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018년 10월 제1차 회의가 열렸으며, 당시 회의를 통해 '코펜하겐 행동선언'이 채택된 바 있고요. 2차 회의는 올해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개최되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약 50개국 정상급·고위급 인사, 20여 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렸지요.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다자정상회의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적 기후환경 정상회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환경 분야 정상회의라서 더 의미가 컸는데요. 이번 P4G 정상회의의 성과에는
'서울선언문'을 선택했다는 건데, 이 선언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인터뷰]
서울선언문은 정상회의 참가 국가 및 국제기구들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실천을 담은 문서로 이틀간 진행된 정상회의 논의결과를 담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위기가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안보,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데 동의하고, 코로나19 역시 녹색회복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선언문엔 구체적으로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지향, 탈석탄을 향한 에너지 전환 가속화, 해양플라스틱 대응, 나라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등이 담겨 있습니다. 서울선언문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38개 참가국과 세계경제포럼·국제재생에너지기구·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등 9개 국제기구가 지지했지요.
[앵커]
국제사회의 합의가 담겼는데, 이번에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의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터뷰]
이번 P4G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세계적인 기후환경 정상회의인데요. 서울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서울선언문에 나온 내용은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관한 기후정상회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다 보니 기대했던 만큼의 의미 있는 내용은 없었다는 평가입니다.
P4G 개회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월 UN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해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게 전부인데 국제사회에서 보면 한국의 언급은 매우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위에다가 총발전량 대비 석탄발전 비중이 40% 정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4.9%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1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보니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2030년까지 줄여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P4G 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 정상이 모두 현재의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식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여름 장마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했고, 게다가 지난주부터 최근까지 비와 우박, 돌풍이 잦아지면서 올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일어났죠?
[인터뷰]
작년 여름 같은 경우는 저도 예보관 생활 하면서 처음 보는 이상기후의 연속이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북쪽 상공에 찬 공기가 정체하면서 중부지방으로는 역대 가장 긴 54건의 장마가 있었고 강수량 역대기록을 경신한 곳이 많았는데요. 비가 많이 오다 보니 더위는 심하지 않았지만, 태풍이 4개가 연이어 올라오면서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변동은 일정한 정상성이 사라지고 비정상성으로 변해간다는 건데요.
올해 들어서도 1월 전반부까지는 20년 만의 추위였다가 1월 후반부에는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한 달간 기온 차이가 가장 컸던 달이고요. 3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달이었고 고온현상은 4월까지 지속된 후 5월에는 기온 진폭이 커지면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의 고온을 보이다가 15도 내외로 뚝 떨어지는 날씨가 발생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상층블로킹 저기압이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하면서 북쪽 기압골이 빈번하게 통과해나가는 이상기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작년이 그렇다 보니까 저는 올해도 걱정이 되는데, 올여름 날씨 전망은 어떤가요?
[인터뷰]
그동안 기상청은 출입기자들에게 매년 5월께 여름철 기상전망을 공식 브리핑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마의 시작과 끝 그리고 장마철 강수량, 여름철 폭염이 어느 해와 비슷한가 까지 상세히 브리핑했는데 올해는 자료와 간단한 질의 응답 시간을 갖는 것으로 갈음했는데, 이마저 부실한 대답으로 일관했다고 해요. 작년 폭염과 장마예보가 너무 틀린 바람에 올해는 아예 정확한 예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건 아쉬운 것이지요. 국가기상청이라면 틀리더라도 상세한 예측을 해주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상청이 매달마다 발표해 온 3개월 기상전망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은 6월과 7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8월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는데요. 그림을 보시면 6월과 7월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 40%, 낮을 확률이 20%로 예상했습니다. 평년 기온은 6월 21.1∼21.7도, 7월은 24.0∼25.2도로 예측했습니다. 8월은 평년(24.6∼25.6도)보다 높을 확률이 50%였고,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은 각각 30과 20%로 예측했습니다.
기상청은 6월은 따뜻한 공기의 영향을 주로 받되 상층 찬 공기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일 때가 있다고 설명했으며, 7월 역시 덥고 습한 공기의 영향을 주로 받지만, 비가 내리거나 상층 찬 공기의 영향을 받는 경우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일 것을 내다봤습니다. 8월은 덥고 습한 공기의 영향을 주로 받으며 열대야가 발생할 때가 있고 맑은 날씨에는 낮 동안 고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이 예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더웠던 2018년 더위보다는 기온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기상청이 발표한 올여름 날씨 전망을 짚어봤는데요. 이 부분도 궁금합니다. 작년 여름에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렸잖아요. 올여름 장마 전망은 어떤가요?
[인터뷰]
기상청이 발표한 여름철 강수전망 그림을 보면 월별 강수량은 6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 40%, 7월과 8월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정도인데요. 이 이야기는 6월에 많은 비가 내리고 7, 8월은 평년 정도의 비가 내린다는 겁니다. 최근 우리나라 장마 기간의 강수량을 보면 작년만 빼고 평년보다 작았던 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 장마와 여름 강수량은 평년보다 다소 많을 것으로 보는 것 같고요. 또 기상청은 여름철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고 강수량의 지역 차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태풍은 평년과 비슷한 8월에 1~3개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았습니다.
[앵커]
올해도 적지 않은 비가 내릴 것 같은데요. 이런 기상현상을 예측할 때는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 하지 않나요?
[인터뷰]
당연히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한 예측을 합니다. 다만 많은 자료를 놓고 보면 어떤 자료는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어떤 자료는 비가 적게 오는 것으로 나타나거든요. 따라서 최종 결정은 예보관들이 하게 됩니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 해설서를 보면 올여름을 예측할 때 참고한 자료들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동태평양 해수 온도로 구분하는 엘니뇨와 라니냐 분석인데요. 2020년 8월부터 시작된 라니냐는 봄철 동안 약화하면서 5월 종료될 것으로 분석되며 이번 여름철 동안 중립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봄철 라니냐가 종료되는 해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소 강화되는 경향이 있고, 북태평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와 지구온난화 경향이 있어서 기온상승요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여름 전망에 사용하는 지난 겨울철부터 3월까지 티벳 지역의 적은 눈 덮임은 기온 상승 요인으로 분석되었으나, 4월 들어 티벳 동북부지역으로 평년보다 눈 덮임이 증가하면서 평년과 비슷한 상태를 보이면 기온전망에서 평년으로 적용했다고 합니다.
[앵커]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 전망이지만, 우리나라 기후만 볼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기상조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거군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극권의 바렌츠-카라해의 빙하는 평년보다 적게 녹았는데요. 신 기후 평년값을 적용하면 6~7월은 평년 비슷하고 그 이후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음의 북극진동이 지속하거나 바이칼 호/몽골 지역이나 동시베리아 부근으로 기압능 발달 시 우리나라로 찬 공기가 남하할 수 있으므로 이 지역의 기압능 형성 및 블로킹으로의 발달 가능성에 대해 지속해서 감시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위 기압계 상태가 작년 여름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형태로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 것이지요.
또한, 슈퍼컴퓨터에 의한 기후예측모델 결과에서는 전 세계 11개국의 역학모델 결과,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높은 경향으로 나타났고, 강수량은 6월에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7월에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을, 8월에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는 모델이 많았다고 해요.
기상청은 최종판단을 위해 국외 전문가 회의를 합니다. 한·중·일 장기예보전문가 회의 결과 올 여름철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북쪽으로 발달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대부분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고요. 강수량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초여름에 다소 많은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또 국내 전문가회의도 해 의견을 취합하는데 국내 전문가들도 6월과 7월의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향으로, 8월은 평년보다 높은 경향으로 예측하였고 강수량은 6~8월 모두 평년과 비슷한 경향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올여름 전망은 한국, 중국, 일본 전문가와 우리나라 전문가 모두 기상청 예상과 비슷한 전망을 한 것이군요. 기후변화 대응문제는 공통 숙제인 만큼 앞으로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박순표 (spar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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