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지 /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앵커]
두통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죠. 그래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두통의 강도가 심하고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오늘 내 몸 보고서에서는 두통의 종류와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조현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살면서 머리가 아픈 일은 정말 많죠. 그래서 두통도 아주 흔한 일인데요. 그래도 머리가 아플 때마다 혹시 뇌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걱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두통과 뇌 질환이 관련이 있나요?
[인터뷰]
두통이 나타나면 일단 보호자나 환자분께서 뇌종양이나 뇌혈관 문제 같은 뇌 질환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뇌종양 같은 기질적 원인을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나 과로 또는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두통이 더 흔합니다. 두통은 크게 이차성 두통과 일차성 두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 즉 다른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를 이차성 두통이라 하고,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머리와 목의 질병 및 외상에 기인한 두통, 두개 및 경부의 혈관 질환에 의한 두통,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 또는 물질 금단에 기인한 두통이 이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두통 환자 중에서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일차성 혹은 원발 두통이라고 합니다.
[앵커]
기질적인 뇌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을 이차성 두통,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생기는 원인 모를 두통은 일차성 두통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이차성 두통을 의심해 볼 만한 징후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단순두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즉, 열이 있거나 구토를 한다거나 경부 경직이 동반되는 경우. 또. 기저 질환으로 면역 억제 상태에서 암 환자에게 나타나는 두통인지 기능 장애나, 성격 변화, 의식 수준의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에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갑자기 심해지거나, 천둥 치듯 콰광- 하는 벼락 두통의 경우와 이전에도 두통이 있었지만, 50세 이후 처음 시작된 두통의 경우에도 생각을 해보아야 하고요. 운동, 성행위 후 갑자기 발생한 두통 등이 있습니다.
[앵커]
잠깐 아팠다가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온몸이 아프고 의식까지 흐려질 정도라면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거군요. 그런데 이렇게 두통이 나타나서 검사를 받아봤더니 뇌가 정상이라면, 안심해도 될까요?
[인터뷰]
이차성 두통 중에서 뇌수막염 두개강 내 저압증등은 뇌 CT나 MRI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이 없는 경우가 있어 임상적인 의심이 중요 합니다. 또 뇌하수체 병변이나 정맥동 혈전증은 CT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MRI 상에서 관찰되는 경우도 있어 CT 검사가 괜찮아도 두통이 점점 심해질 경우 병원을 재방문해야 합니다.
일차성 두통은 영상 검사상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지만, 통증으로 환자에게 고통이 있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임상 양상을 근거로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일차성 두통으로는 긴장성 두통, 편두통, 군발성 두통 등이 있습니다.
[앵커]
주변에서 들은 말 중에 나는 두통이 너무 심한데 병원에 가서 찍은 MRI나 CT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군요. 영상검사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머리 한쪽에서 통증이 나타나면 편두통이라고 흔히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실제 편두통은 위치와는 연관성이 적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증상을 편두통이라고 하나요?
[인터뷰]
네, 환자분들이 대부분 편두통의 '편'자 때문에 머리 한쪽이 아프면 무조건 편두통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장 흔한 두통인 긴장형 두통과 비교해 편두통은 통증 정도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두통 양상에 특징이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멍하다 띵하다, 무겁다, 당긴다, 지끈지끈하다의 양상과 달리 혈관이 뛰는 듯한 느낌의 박동성 두통이 특징입니다. 환자들은 '쿵쾅쿵쾅 울린다' '깨질 것 같다.'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또한, 두통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표적인 전조증상이 시각 전조증상입니다. 밝은 빛이나 흑암점이 시야를 가리거나 반짝이는 점이 나타나거나, 지그재그 라인, 섬광 등이 보일 수 있습니다. 전조 증상이 20~40분 정도 먼저 나타나고 박동성의 두통이 72시간 정도 발생하며 오심이나 구토, 빛 공포증, 소리 공포증, 냄새 공포증,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그리고 체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고요. 회복기에는 굉장히 피곤해지고 탈진이 되어 잠을 자야지만 호전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전조 및 박동성 두통 등의 양상을 동반하는 특징적인 두통이 최소 5회 이상 반복될 때 편두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흔히 일반 두통과 비슷한데 한쪽만 아픈 경우를 편두통이라고 부르는데, 설명을 들어보니까 시각적인 전조 증상까지 있는 다른 종류의 두통이었군요. 그렇다면 군발 두통은 어떤 것인가요?
[인터뷰]
군발 두통은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이한 양상을 보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특정 계절이나 특정 달에 두통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군발성 두통이라 부릅니다. 이는 삼차 자율 신경두통의 하나로 편측 두통과 함께 얼굴 부위에 눈 충혈, 눈물, 코막힘 눈 충혈 등의 자율 신경 증상 자극이 동반됩니다.
또 하루 중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새벽 1~2시쯤 잘 발생하여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흔합니다. 두통의 지속시간은 15분에서 3시간 정도이고 매일 같은 시간대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많게는 하루에 8번까지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렇게 두통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주기(군발기)가 4-12주 정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앵커]
편두통과 군발 두통의 특징과 차이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럼 각각 이 두통들이 왜 생기는 건지, 또 통증을 악화하는 유발인자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환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인데요. 하지만 대부분은 편두통은 민감한 혈관 반응성과 뇌의 통증 역치의 감소, 머리의 통증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의 자극이 요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 요인이 여성 호르몬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 정도 발병률이 높으며 여성호르몬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시기인 1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발병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월경 기간 동안 두통이 시작되거나 악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도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전성향이 있습니다. 그 외 유발인자로는 술이 있는데 그래서 포도주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죠. 특히 적포도주, 치즈, 초콜릿, 튀긴 음식 등의 음식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와 결식, 수면 부족, 격렬한 운동, 과로 등도 흔한 원인입니다. 군발성 두통은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시상하부 기능 이상 및 시상하부와 삼차신경의 연결을 매개하는 자율 통증 신경계의 이상 반응이 관련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발 두통은 편두통과는 달리 주로 20~40대의 남성에서 호발하고,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알코올, 스트레스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요. 편두통과 군발두통의 치료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인터뷰]
편두통이나 군발성 두통이나 둘 다 일단 머리가 아플 경우에는 급성기 두통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통을 줄여주기 위한 급성기 약물치료와 두통의 빈도, 강도 지속 시간을 줄이는 예방 요법을 병행합니다. 급성기 치료로는 일반적인 진통제나 편두통에 특이적으로 사용하는 트립탄 계열의 약은 발작 초반에 빨리 투여할수록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편두통의 예방 치료는 편두통의 발작 기간과 횟수를 감소시키고 통증의 강도를 약화하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아무한테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두통의 빈도가 대개 한 달에 최소 2회 이상이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통증, 또 두통으로 인하여 급성기 두통약을 과용하게 되는 경우 두통 예방 약물치료를 합니다. 대표적인 약물인 베타 차단제나 항뇌전증약 항우울제 등이 사용되는데요. 최근에는 비약물 보톡스치료라든지, 피하로 자가 주사하는 편두통 특이 예방 주사도 도입된 바 있습니다.
군발성 두통은 특이하게 급성기 두통 치료로 100% 산소 흡입이 도움될 수 있으며 급성기에는 앞서 편두통에서 언급한 트립탄 계열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편두통과 마찬가지로 예방요법을 병행하는데, 군발성 두통은 일 년에 한 달 정도만 집중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단기 예방요법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장기예방요법으로 베라파밀 등의 칼슘 차단제, 항뇌전증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앵커]
두통의 종류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치료법도 다양하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예방이 가장 최선 아니겠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면 좋을까요?
[인터뷰]
오늘 편두통과 군발성 두통, 그리고 가장 흔한 긴장성 두통까지 모든 두통에서 스트레스 완화, 수면 조절, 운동요법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특히 편두통의 경우 특정 유발 요인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편두통 유발원인 인자를 잘 파악하고 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군발성 두통의 경우 흡연자가 유의하게 많았고 소량의 음주로도 두통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어 금연 및 금주가 중요하겠습니다.
[앵커]
보통 두통은 잠깐 아팠다가 사라지니까 간과하기 쉽지만, 다른 큰 병의 증상일 수도 있으니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조현지 교수와 함께 두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