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학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궁금한 S' 시간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약 3분의 1을 잠을 자는 데 보내는데요.
매일 자는 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면의 비밀을 지금 바로 화면으로 만나보시죠.
[이효종 / 과학유튜버]
안녕하세요! 과학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궁금한 S의 이효종입니다. 궁금한 S와 함께할 오늘의 이야기 만나볼게요.
"남자는 네 시간, 여자는 다섯 시간, 그리고 바보는 여섯 시간을 잔다"
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였던 나폴레옹이 잠에 대해 한 말입니다. 그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자지 않고도 전투마다 승전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데요.
또 에디슨 역시 "잠은 인생의 사치"라고 이야기하며 하루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죠. 하지만 현대에서는 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우리는 삼시 세끼를 챙겨 먹는 것처럼 매일 밤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가 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설입니다. 2006년 3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반드시 잠이 들지 않더라도 누워서 편히 눈을 감고 쉬기만 해도 잠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때 잠잘 때처럼 외부로부터 정보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불을 끄고 어떤 음악이나 라디오뉴스 같은 것도 들리지 않아야 하죠.
왜냐하면 이때는 뇌가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양쪽 귀 뒤쪽 깊숙한 곳에 '해마'라는 뇌 부위가 있는데요. 모양도 진짜 해마처럼 생겼는데, 기억을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해마는 용량이 적어요. 그래서 24시간 분량만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앞쪽의 기억에 새로운 기억을 덮어쓰곤 하는데요.
그런데 해마가 24시간 동안 기억만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우리는 수십 년 전 일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요? 바로 해마가 온갖 기억을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으로 분류해서 필요한 기억을 대뇌신피질로 보내기 때문입니다.
기억을 분류하는 데는 6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말은 우리가 잠을 여섯 시간은 자야 한다는 뜻이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해마는 기억을 분류 불능으로 처리해서 삭제해버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명이 단 몇 시간인 하루살이 수컷 역시 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잠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는 뜻이죠. 또, 잠을 자는
두 번째 이론은 잠은 뇌에 있는 독소를 제거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잠이 독소를 청소한다는 연구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2013년에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마이켄 네더가르드 연구팀이 쥐 연구를 통해 자는 동안 뇌는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쥐의 뇌에 관찰용 염료를 넣은 뒤 자고 있을 때, 깨어 있을 때, 마취되어 있을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또 뇌에 있는 각종 액체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관찰했는데요.
그 결과, 자고 있을 때 신경세포 간 틈새 공간이 크게 확장되면서 뇌척수액이 이 공간을 돌아다니며 세포의 대사산물을 청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잠을 잘 때 뇌에서는 배관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뇌척수액은 세척제 역할을 하는 것이죠. 지난 2019년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로라 로이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MRI 장치에서 잠을 자게 해 자는 동안 뇌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니터링 했는데요.
그 결과 2013년 쥐 연구와 유사한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사람이 잠에 들면 신경세포의 활동이 정지하고 혈액이 조금씩 빠져나가는데요. 그 자리에 뇌척수액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즉, 뇌척수액이 들어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혈액이 자리를 비키는 것이죠. 그 후, 뇌척수액은 뇌 곳곳을 흐르며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쌓인 노폐물들을 밀어냈습니다.
그러니까 쥐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 모두 수면 중에 뇌척수액이 뇌세포 찌꺼기를 청소한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뇌는 왜 하필 수면 중에 청소를 하는 것일까요?
잠이 들면 뇌의 신경세포가 활동을 정지합니다. 이렇게 활동을 멈추면 신경세포에 산소 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따라서 혈액이 빠져나가는데, 이때 비로소 뇌척수액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죠.
뇌척수액이 청소하는 노폐물은 대개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입니다. 베타-아밀로이드는 퇴행성 신경 질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단백질이라 치매의 주요 원인물질로 지목받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뇌척수액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어디로 배출하는 것일까요?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은 노화한 생쥐의 뇌척수액에 형광물질을 주입해 뇌척수액의 경로를 밝혀냈습니다. 그에 따르면 뇌척수액이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주요 통로는 뇌 하부에 위치한 '뇌막 림프관'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림프관이란 마치 하수도처럼 액체와 물질을 수송하는 관인데, 뇌에도 림프관이 있어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밀어낸다는 것이죠. 또한, 나이가 들수록 림프관의 배출 기능이 떨어져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인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능이 나빠지고,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걸리는 것도 뇌척수액이 청소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또, 잠을 자야 하는 마지막 세 번째 이론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적응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무려 1.4kg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전체 체중의 2%에 지나지 않지만 에너지는 20%나 사용하기 때문에 활동하지 않을 때는 꺼두는 게 좋다고 하네요.
오늘 '궁금한 S'에서는 우리가 왜 잠을 자는지, 신비한 수면과학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잠을 자야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노폐물도 청소할 수 있는 것이었네요. '잠이 보약'이라는 말처럼 충분한 수면을 통해 건강을 지키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궁금한 S'는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과학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 유튜브에 사이언스 투데이를 검색해주세요. 이상 궁금한 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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